| 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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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꿈꾸는 사랑의 공동체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고백하건대, 작년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일북(일반계정 페이스북)을 하다 이 로고와 함께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차세기연) 페이지가 ‘좋아요’ 추천으로 떴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God is QUEER? 하나님이 퀴어라고?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기에, 그리고 그것보다는 ‘일반이신’ 하나님이 ‘이반인’ 우리도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있었기에 머리가 하얘졌던 것 같다.
궁금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곳은 과연 어떤 단체일까?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뭘 할까? 성소수자 기독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신성한 모임일까? 말 그대로 차별없는 세상을 위해 온갖 혐오와 맞서 싸우는 조직일까? 그렇다면 그들이 믿고 말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나 또한 크리스챤이라 더욱 관심이 갔고,그 안에 소속되어 활동하시는 임보라 목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인터뷰 당일, 임보라 목사님은 못 뵈었지만 차세기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회원들이 6명이나 미리 와 나를 환영해주었다. ‘버지니아 울프’님, ‘아이몽’님, ‘박집사’님, ‘바람’님, ‘도플’님과 그녀의 연인 ‘갱어’님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섯 사람과의 시끌벅적하면서도 유쾌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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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차세기연 회원은 몇 명이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 네이버 카페 회원은 600명, 정모에 나오는 사람은 30명 정도이다. 개신교인이 대부분이긴 한데, 천주교인, 불교인, 그리고 종교와 상관없이 유신론자인 분도 있다. 젠더 구성은 엘이 70%에 게이가 20%, 바이랑 티지가 10%쯤 된다. 아, 그리고 일반도 있다. 이반과 일반이 8:2 정도?
오, 일반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떤 목적으로 오신 건지?
- 사실 일반이라고 하지만 Questioner(아직 성 정체성/성적 지향이 불확실한 사람)나 잠재적 성소수자 같기도 하다. 차세기연이 처음에는 이성애자들이 더 주를 이뤄 만든 단체였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당시 반대를 한 일부 보수 기독교인에 맞서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모여 만든 연대체인 것이다. 성소수자 간 친목만을 위해 모인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도 모임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생각하고 나오신다. 깨어있는 크리스챤이라고 할까?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해서 모임을 꾸려나가는 게 쉽지는 않을 듯한데...
- 처음 차세기연의 시작도 그랬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크리스챤의 모습은 종교적인 배타성이 없다. 그래서 비종교인도 들어올 수 있는데 모임 이름 때문에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한다. ‘에큐메니컬(Ecumenical)’, 즉 종파를 초월해서 오는 사람도 있고, 꼭 모임을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내야 한다든지 하는 것도 역차별일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부담 없이 오고 가며,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모두를 평등하게 생각하고 모두를 사랑하라고 하신 모습을 닮으려고 한다.
얘길 들어보니 차세기연이야말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단체 같다.
- 얼마나 예수님 따라 살면 이렇게 양떼같이 방목형일까. (웃음) 예전에 퀴어신학에서 공부한 것도 ‘크리스챤’이면서 ‘성소수자’일 수 있다는, 두 가지 정체성이 서로 조화로울 수 있다고 본다. 2007년 차세기연 탄생 이후에 우리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대를 이어나가야 할까 고민하다 ‘종교’와 ‘성소수자’ 개념이 대립된다는 생각을 바꿔보고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 비록 많은 연대체들이 힘들겠다고 해 떠났지만 ‘성소수자와 종교’라는 이슈를 가지고 계속 남아 지금까지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4 퀴어퍼레이드에서 차세기연 회원들의 활동 모습
차세기연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이 궁금하다.
- 연초에는 육우당 추모식에 참가하고, 서울/대구퀴어문화축제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퀴어 기독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이 사람도 있고 저 사람도 올 수 있는 ‘이도저도무지개축제’를 연다. (올해는 10월 3일 개천절, 인권재단 사람에서 한다.) 퀴어 기독인 단체들을 초대해 함께 음악공연도 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퀴어문화축제 때 일부 보수 기독교인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우리 퀴어 기독인들도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컸다. 정기모임은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하고, 친목도모를 위한 소모임도 한다. 2년에 한 번씩은 ‘교회의 날’이라고 해서 진보적인 교인들이 모여 평등한 교회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축제를 벌인다.
퀴어문화축제 때는 ‘퀴어한 기독교인 여기 있다’는 문구의 현수막도 걸고 했다고 들었다.
- 이번에는 피켓을 만든 게 히트를 쳐서 좋았다. 일부 기독교 신문에는 ‘예수님이 정죄하는 사탄의 무리들’ 이런 식으로 많이 뜨기도 했는데. (웃음)
요즘 활동 중에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사업이 눈에 띄던데.
- 성소수자 청소년 중에서 특히 종교를 가지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차세기연이 종교 관련 상담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 아름다운재단2014 변화의 시나리오에 최종 선정됐다. 1차 거리 모금은 완료했고 2차로 해외 모금도 진행 예정이다. 내년엔 거리상담도 하고 핫라인도 구축하면서 차차 13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만간 웹진도 발행한다고 들었다. 성소수자 관련 또 하나의 웹진이 나오는 것이 반갑더라.
- 처음 이름은 ‘퀴어:인’이었는데 계속 고민하다 ‘물꼬기’로 이름을 바꿨다. 웹진을 통해 보수적인 기독교인과 퀴어 기독교인 사이에 물꼬를 트는 거라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다. ‘소통의 물꼬를 트는 퀴어한 기독인’의 의미도 있고, ‘이투스’라고 해서 헬라어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구세주’라는 단어의 원 뜻인 물고기가 차세기연의 상징이기 때문에 웹진 이름이 맘에 든다. 퀴어 기독인의 이야기, 외국의 퀴어 기독인 소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차세기연 활동 홍보영상
조금 진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본인도 기독인인데, 신앙심이 깊지 않아서 그런지 성소수자로 사는 데 종교가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웃음) 차세기연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가?
- 그와 관련된 얘기가 이번 웹진에 나오니 자세한 건 웹진을 보시라. (웃음) 간단히 얘기하자면 차세기연 회원들 중에는 종교에 심취해 죽을 만큼 힘들어하며 ‘정말 신은 동성애가 죄라고 하는 분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다가 신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깨달음을 갖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모태신앙이 많은 것도 특징이고, 괴로워서 상처가 곪아터지기 전에 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봤다.
무조건 목사님 말씀, 성경 구절이 맞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 신학을 공부해서 엄청나게 영적인 체험을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하나님 각자의 예수님을 바라본다고 믿는다. 무엇이 더 그리스도적인가 생각했을 때 ‘사랑’에 중점을 두는 게 맞지 않겠나. (한 친구는 5년 동안 다니던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커밍아웃 후 교인들의 행동에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 과감히 교회를 떠나 왔다고 한다.)
소위 ‘살기 위해 온 사람들’은 어떻게 적응해서 활동하나?
- 본인이 이러이러한 고민이 있어서 왔다고 처음에 얘기는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바로 개입해 도움을 주기는 어렵더라. 몇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퀴어신학 공부도 하며 친해지고 하니까 마음을 열고 가까이 지내게 된다.
요즘 호모포비아 중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 우리도 퀴어문화축제 때 호되게 당했다. (웃음) 우선 그들에게 녹음이나 영상 촬영을 통해 증거를 남길 거라고 얘기하고, 예수께서 바리새인을 대할 때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신 것처럼 대응해도 효과적일 것 같다.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어느 정도 무시하는 것도 필요하고, 나이로 밀어붙이는 사람도 있는데 묵묵히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대응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른 단체와의 연대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 직접적으로 연대활동을 펼친다기보다 무지개행동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고, 종교와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차세기연을 부른다. 요즘은 뭔 일이 이렇게 많이 터지는지… 아까 얘기 나온 호모포비아 대응매뉴얼도 필요하면 관련 단체들과 함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질문이다. 사실 처음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과연 차세기연은 어떤 단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좋게 포장하자면 사랑의 공동체? (웃음) 그야말로 다양한 모습,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체 같다. 퀴어 크리스천을 위한 낙원 같기도 하고. 아직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은, 말랑말랑하면서도 유동적인 모임인 게 무한도전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색깔도 변하고, 말하는 대로 되게끔 움직인다는 게 재미있다. 끝은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방향으로 퍼지는 느낌이 있어 좋다. ‘왜 크리스천이면서 동성애를 찬성하냐’는 질문이 말이 안되듯이, 동성애가 찬반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게 우리의 역할이자 목표가 아닐까.
차세기연 공식까페 : http://cafe.naver.com/equal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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