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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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몇 년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2009년 여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이다. 더위라면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가, 끈적거리는 날씨에 사람들의 땀 냄새 가득한 공장 정문 앞에서 보낸 그 날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대량 해고에 맞서 몇 달째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2005년 중국 상하이차는 1,200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한 후 2007년을 제외하고 적자행진을 이어나갔다. 적자에 대한 고통분담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었고 일상적 구조조정으로 몇 년 사이 쌍용차의 노동자 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수 이후 3년 사이에만 2,000여 명이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상하이차는 처음 약속과 달리 투자 약속을 어기고 핵심기술을 빼돌렸다. 매입 4년째인 2009년 1월 상하이차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영을 포기하고 2009년 4월 2,646명의 대량해고 계획을 발표하였다. 살인적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은 평택공장을 점거하였고, 파업투쟁은 2009년 여름까지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파업소식과 그 이유는 공중파 TV에서 크게 알려줄리 없었고, 그들은 연신 ‘고소득’ 자동차 회사 직원들이 직장을 ‘점거’한 상황만을 꼬집었다. 가장 빠르게 소식이 전달되는 것은 역시 연대단체들을 통해서였다. 옥쇄파업이 계속되면서 ‘공권력 투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고, 이를 막아내기 위한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모든 진보정당, 각 노동조합, 학생, 시민 그리고 해고자 가족(임신부와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들이 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인도를 가득 메웠다.
회사 측에서는 ‘살아남은 자’로 불렸던 ‘구사대(노동 운동을 진압하기 위하여 회사 측에서 고용한 사람들을 이르는 말 : 당시 해고를 피했던 사람들을 ’산 자‘로 불렀다)’를 동원하여 파업 노동자들을 향해 볼트, 너트, 각종 부품으로 새총을 쏘아댔고, 방송차에선 밤낮없이, 특히 밤에 크고 시끄러운 노래들(꿍따리 샤바라 혹은 오 필승코리아가 엄청 나왔다)을 틀어 잠을 방해했다. 경찰들은 헬기 저공비행, 최루액 봉투(당시 사용된 최루액은 스티로폼을 바로 녹일 수 있는 정도의 독성이 있었다)로 ‘죽은 자’들을 괴롭혔다.
![[48호][서평]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jpg](https://chingusai.net/xe/files/attach/images/275/822/404/ecbad1f593a1de3e8aea5ca5a55a826b.jpg)
▲공권력이 투입되던 날, 경찰의 진압
긴장이 높아오던 어느 날, 공권력 투입이 진행되었다. 신기하게도 경찰과 구사대는 한 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구사대 속에는 용역깡패들도 섞여있었고, 그들에게 밀리면서 몇몇 학생은 피를 흘리고 고성이 오고 갔다. 밀려난 학생들에게는 구사대의 볼트, 너트 새총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남학생들은 으레 ‘선봉’에 서왔기 때문에, 나도 (어울리지도 않게) 각목을 들고 대오 앞에 섰다. 날아드는 볼트, 너트를 피해 휘두르지도 못할 각목을 들고 어정쩡하게 서있던 우리는 그때까지 말로만 들었던 ‘힘없는 자들의 무기, 보도블럭’을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경찰과 구사대에게 유리했고, 우리는 물대포를 피해 공장 멀리 밀려났다. 맨 앞에 서있던 나와 남학생들은 경찰을 피해 산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경찰은 동네 뒷산까지 헬기를 띄워 숨은 ‘데모꾼들’을 찾아 나섰다. 산을 넘어 다시 대오와 합류했고, 여학생들은 최루액을 맞기도 했던 상황이었다. 그날 이후로도 우리는 서울-평택을 오갔다. 평택 시내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평택경찰서 항의 방문과정에서는 학교 후배가 매를 흠씬 맞으며 연행되기도 했다(그 후배는 몇 달 후 재판을 받고, 벌금을 냈다. 지금 군에 갔다. 잘 지내니?).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났다던 ‘민간인 사찰’도 목격했다. 평택역 앞 집회 중 참가자들을 촬영하던 사람을 몇몇 사람들이 붙잡게 되었는데, 그가 군인이었다(훈훈하지 않아서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2009년 당시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마치 과거에 학생운동하던 선배들 무용담 속에서 일어난 일 같았다.
시간은 5년이 훌쩍 흘러 2014년. 2012년이면 진보적 정권이 들어설 수 있겠다던 나의 기대는 와르르 무너졌다(눈물이 앞을 가린다). 2009년 여름 평택역 앞, 공장 앞, 길거리를 달리던 선후배들을 얼마 전 청계광장 ‘세월호 촛불집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는 사람들. 나는 ‘데모꾼’이라는 어렵고 힘든 길을 피해 ‘살아남은 자’가 된 것 같아 보였지만, 내 눈에는 뜨겁게, 진짜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도 제주 강정에서, 밀양 할매들 곁에서, 광화문 광장, 청계광장, 재능교육, 기륭전자... 셀 수 없이 많은 곳들과 지난 주 신촌거리를 생각해본다. 나는, 우리는 뜨겁게 살고 있는 것일까?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목숨을 잃었다. 사측은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와 파업 주도자 구속으로 맞서고 있으며, 2009년 8월 합의사항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한문 앞 쌍용차 노동자 분향소는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짓밟혔고, 지금 그 자리에는 중구청에서 설치한 화단이 자리해있다.
http://victory77.jinbo.net/story/victim
**5월 책읽당 모임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 적어보았습니다. 책 <그의 슬픔과 기쁨>, 다큐 <저 달이 차기 전에>를 함께 읽고, 보았습니다. 글쓴이의 삶이 빨간 편이라 글도 빨간 점을 양해바랍니다.
![[48호][서평]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2.jpg](https://chingusai.net/xe/files/attach/images/275/822/404/0b66b7e0351a40d9f48d96a4e2a73597.jpg)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후마니타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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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운영자 /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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