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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과 기쁨> - 다르지 않은 삶, 같은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어느 감상평
크리스:D 2014-06-10 18:19:33
+0 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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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못 번지 5달이 되었다. 아니, 휴직 기간까지 합치면 8달이다. 퇴직금을 받았다지만 그건 주택 전세대금 상환으로 이미 다 쓴 상황이다. 여행도 다녀오고 자유를 느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생각처럼 취업이 안 되니 점차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자발적 백수'다.

 

멀쩡히 일하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사람들. 저마다의 꿈을 안고 들어와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건만, 해고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부당함이 밀려왔다. 투쟁의 연속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고, 생계는 어려워지고, 가족과는 멀어지고. 그 세월이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래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일하고 싶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함께 하는 동료와 시민이 있기에. 그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다.

 

일명 '선도투(생업 활동을 떠난 상태에서 벌이는 진실 규명과 복직 투쟁)'하는 사람들로 불리운 그들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직접 시위 모습을 본 적도, 희망버스를 탄 적도, 대한문 분향소를 간 적도 없다. 무심과 무관심의 나날들. 왜 그랬을까. 나와 직접 연관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일까. 도울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서일까. 그저 일상이 바빠서일까.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다. 놓으면 안 된다고,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육성은 아니지만 글로 써내려간 담담하고도 극적인 고백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읽었다. 그의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느끼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평범한 사람들, 일하고 싶은 노동자들의 삶은 곧 나와 우리가 원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삶을 거부당했으니, 그리고 절망과 희망을 몸소 체험했으니 얼마나 울고 또 웃었겠는가.

 

책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복잡하다. 왜 그들은 해고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이 문제는 이렇게까지 해결되지 않는가. 왜 일부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나는 이 사태를 모르쇠로 일관했는가... '왜'라는 물음의 연속으로 살아가기엔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에 묻는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국정조사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할 일도, 해야할 것도 많다. 항상 그렇지만, 잊지 말자.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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