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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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데즈먼드 모리스, <털 없는 원숭이>
- 털 없는 원숭이의 진화는 Ing...
사람을 발가벗겨 원숭이 옆에 세워놓고 관찰을 해보자. 이 관찰이 발칙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과학적 비교·분석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사람’이라는 단어보다는 ‘인간’이라고 표현해야겠다. 이 표현의 뉘앙스가 더 실험적이고, 사람의 동물적인 어떤 면을 말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인간을 표현할 때 ‘생각하는 동물’이나 ‘정치적 동물’ 등의 고상한 비유는 그만두자. 인간이 어떤 동물보다도 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고, 정치적인 사회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숭이는 털이 많고, 인간은 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일 뿐만 아니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 아닌가.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간은 ‘털 없는 원숭이’다.
아직도 어떤 사람은 무례하거나 발칙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솔직히 필자도 이 책을 펴고 덮을 때까지 마음 어딘가에 그 찜찜한 기분이 남아 있었다. <털 없는 원숭이>가 처음 발간된 1967년의 사회적 분위기는 더 심했다. 교회에서는 이 책을 불태웠으며, 일부 지역에선 판매금지 목록에 포함될 정도였다. 인간들의 마음속에 사람은 어떤 동물보다도 위대하고 숭고하며 성스러운 무엇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읽기 위해선 이런 자부심과는 멀리해야 한다. 저자인 데즈먼드 모리스의 전공이 동물학인 만큼 철저하게 동물학적으로 인간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만약 창조설을 믿지 않는 이상, 지금의 우리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원숭이는 영장류로서 그 선대의 조상을 같이 한다. 또한 인간도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로서 동물적인 습성이 남아 있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간은 원숭이와는 다른 진화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지금의 털 없는 원숭이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혹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거듭하여 진화를 했을 것이다. 우리의 생활은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그 본질적인 습성이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습성에 대한 추리의 과정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이 책은 어떤 영장류보다도 인간의 성기의 크기가 커지게 된 이유, 원숭이와 다르게 털이 없어진 이유,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이 구분이 된 이유 등을 진화론에 입각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습성을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할 수도 있으나, 인간을 동물학적 위치에 둔 이 책은 1967년을 지나 아직까지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일상적인 인간의 생활 방식에서 출발하여 오랜 인간의 진화 과정을 섬세히 추론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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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내용의 일반이 모두 정확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특히 동성애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빈약한 자료 및 설명이 발견되기도 한다.
“수도승, 수녀, 노처녀와 노총각, 그리고 동성연애자 같은 집단은 모두 번식이라는 의미에서는 변종이다. 사회는 그들을 낳아서 길러주었는데, 그들은 거기에 보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도승이 변종이 아니듯 적극적인 동성연애자도 변종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저자는 동물학자인 만큼 번식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으나, 동성애자에 관하여 변종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동성애자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또한 남성만 있는 집단에서 나타나는 동성애에 관하여도 그 자료 및 이해가 부족한 면이 발견된다. 저자의 집필이 이루어진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도 아마 동성애에 관한 기존 연구의 토대가 충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이런 세세한 부분의 확인보다는 이 책이 현대에 전하는 메시지에 좀 더 집중해보자. “그(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문화적 진보가 유전학적 진보보다 앞서간다는 사실에서 비롯할 것이다. 그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냈지만, 아직도 속마음은 털 없는 원숭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생각을 하며, 어떤 동물보다도 성교를 즐기며 열심히 한다. 또한 정치적·사회적 공동체를 긴밀하게 조직했다. 도시의 탄생은 이를 증명한다. 인구 수에 비하자면 협소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 인간은 밀집되어 살고 있으면서도 협동적 네트워크를 비교적 잘 이뤄내고 있다. 요약하면 인간의 문화적 진보는 매우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 새로운 문명을 일궈낸 인간의 유전학적 진보는 아직도 적응 중에 있다. 문화적 진보와 유전학적 진보의 갭은 예상컨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주장이 문화적 진보를 더디게 하거나 유전학적 진보에 가속도를 붙이자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단지 우리가 그 간극의 사이에 인간의 모습을 좀 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동물적 인간을 이해한다면 해결책의 실마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 “나는 우리의 생물학적 특징을 강조함으로써, 이런 제약의 성격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 제약을 분명히 인식하고 거기에 순응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더 많이 갖게 된다.” 인간, 우리의 가능성은 아직도 진화 중이다.
![[47호][서평] 데즈먼드 모리스, 털 없는 원숭이.jpg](https://chingusai.net/xe/files/attach/images/275/132/401/2311f889f775d06cfe5601ccafd6775d.jpg)
: 데즈먼드 모리스, 김석희 역, <털 없는 원숭이>, 문예춘추사, 2011.
* 위 책은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4월 선정도서로, 당일에 언급된 감상과 토론에 기초하여 쓰여진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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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당 회원 / R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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