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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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덕이 2014-04-23 09:35:06
+1 874
루리웹의 한 회원도 배에 탑승했다고 합니다...거기에 달린 댓글로 눈물이 납니다.

"수원 고등학생 "죽어가는 아이들은 배 밖에도 있다"
내일 수학여행가는데 밀린애니들을 못봤네요"

"충사.. 죠죠.. 러브라이브..다음주까지 기다려야 겨우볼수있겠네요어우 뭔 제주도를 3박4일로 가는지.."

이글을 올린게 4월 15일....그런데. 그 이후의 글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해당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댓글이 안올라온다" " 너 살아 있냐"  "왜 글을 안쓰는거야.....
잘 놀고있다고, 신기한거 봤다고, 맛있는거 먹었다고 어서 자랑하라고." "차라리 주작임이라고 댓글 달아라"
"하루카야.. 니글 추천 2454개야.. 이 엄청난걸 보려면 꼭 돌아와야 된다"는 등의 수천개의 댓글을 게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결국 사망자의 시신으로 발견됐나봅니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공간에 있었다고 하지만...
이 글을 남긴 회원분은 결국 애니메이션을 볼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원에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매일 같이 들어가는 커뮤니티에, 매일같이 글을 남겨오던 한 사람이 갑자기 글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명의 친구는 결국 보고 싶던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왜 이렇게 잔인하죠? 그 배안에서 수백여명의 아이들이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배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까요?
처음에 사고 소식을 접했을때는 그냥 단순사고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워낙의 여러 사건사고들이 많아서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추광규 기자님이 안산단원고 현장을 찾아가시고 눈물을 쏟고,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전달했을때..
그런데 실종자 가족분들과 통화하고.. 현장에 직접 내려가서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고, 청와대까지 달려가는 어머님 아버지를 지켜봤을때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인터넷사이트 루리웹에 해당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지금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무도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몰랐고, 아이들조차도 몰랐을 겁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고, 얼마나 살고싶었을까요...
살려달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여전히 망언을 쏟아내는 어른들...그리고 혹시나 살아있을지 모르는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 분들..아이들은 배안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이빙벨'이 투입되지 못하면서 울던 이종인 대표의 눈물...이상호 기자의 눈물..손석희의 눈물...정관용의 눈물...그리고 유가족의 눈물...
우리는 아이를 정녕 구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저는 인터넷신문 기자로써 주류 언론인이 아닙니다. 이런 제가 진도에 내려가 트위터로 전달한게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이걸 과연 기뻐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방송과 주류언론이 이 같은 아픔과 슬픔을 닦아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류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는 말이 우선으로 나옵니다. 실종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나가지 않고
상당히 완화되거나 수정되어서 보도됩니다. 진도현장에 나온 일부 기자들중에는 희생자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유가족안에 숨어있는 소위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도지ㅣ 않은 '선동꾼'이라는 사람들을 잡아내겠다고 내려온 기자들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유가족과 생존자가족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믿지 않고, 일개 인터넷신문 기자의 트위터에 관심을 가져준 것이 아닐까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여러분들이 오유에서, 클리앙에서, 뽐뿌에서, 엠엘비파크에서...그리고 유족들을 '유족충'이라고 비난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나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회원일수도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공간에서 키보드로 대화하고, 댓글을 달았던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지나가다 차한잔 마셨을수도 있고, 같은 버스를 탔을수도 있고, 같은 커피숍에서 만났던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배안에 있습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인연'이었거나 어쩌면 '인연'이 되었을지도 몰랐을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도하면서 언론이 너무 경솔하게, 정치인들이 너무 쉽게 사고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절망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아닌 생존자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주류 언론인에 한 사람이지만 저도 '언론인'으로써 죽은 희생자의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의 가족, 그리고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을 비롯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여러분들께 진신으로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박재경 2014-04-24 오전 00:16

많은 분들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걸 보면서,
대부분의 시민들 역시 내 가족의 일처럼 안타깝고 슬펐을 겁니다.
죽음앞에서 한 없이 무력한 것이 살아가는 생명들의 숙명이지만
슬픔이 정수를 그대로 슬픔으로 남기어 두기보다
온전한 슬픔은 분노라는 또 다른 얼굴임을 알기에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고자 하는 이로서
내가 가져야 할 일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하며
얼음같이 차가운 분노를 가진채
일어서야 함을 압니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연민으로, 공감할 수 있겠지만
내재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타인들의 상황이나 일에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투사하여
평가하고 판단하고 느낀다면
객관적인 본디 내 모습을 잃어버리고 감정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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