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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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콘서트, 같은 이야기 : 토크 콘서트를 가다

▲<좌>'4+HIV 감염' 토크 콘서트 / <우>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토크 콘서트 '하하하홍홍홍'
말 중에서도 가장 활달한 말, 매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청마'의 해 구정을 전후하여, 특별한 두 가지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이 귀를 솔깃하게 했다. 하나는 '노랑4' 이정식 씨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 1월말에 연 <'4+HIV 감염' 토크 콘서트>이고, 또 하나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설립 준비 중인 '신나는 센터'에서 2월초 주최한 첫번째 프로그램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토크 콘서트 '하하하홍홍홍'>이다. 토크(이야기)와 콘서트(음악)이 결합한다니, 얼마나 즐겁고 유익할는지! 토크 콘서트 현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4+HIV 감염' 토크 콘서트> -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
처음 파티에 대한 소식을 접한 건 한 신문기사 사회면에 실린 기사를 통해서였다. '동성애자'임을 드러내기도 어려운데 'HIV 감염인'임을 공개 커밍아웃한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진 속 주인공의 모습은 참 편안해 보였다. 그저 담담히,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그래서 지인들에게 감염이 무겁고 슬픈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는 그의 얘기에서 진심이 오롯이 전해졌다.


사람들이 적어서 분위기가 침울해지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보거나 밖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등 아담한 공간을 꽉 메운 참가자들이 곁에 있었다. 친구들이 그린 작품도 감상하고, 주인공이 직접 만든 영화도 보고, 각종 공연도 즐기면서 그렇게 같이 호흡하고 함께 소통했다.
영화 <옥탑방 열기> 주연이자 HIV 감염인인 윤가브리엘 활동가 등과의 토크쇼에서는 진솔한 고백이 이어졌다. 윤 활동가는 영화 출연과 관련해 "당시 애인에게 자꾸 감염됐다는 과거에 집착하고 삶의 그림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면 정말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늘 말했었다. 지금은 관계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 사람 같이 어릴 때부터 HIV에 감염되어 자란 트라우마가 있는 친구들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식 씨는 직접 제작한 영화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영화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관계가 항상 평등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경제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지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감정을 담으려 했다."

▲토크 콘서트 현장. 이날 HIV 감염인 커플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옥탑방 열기>,
이정식 씨가 직접 감독한 단편영화 <샘솟는 기쁨> 상영 및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옆에 앉은 참가자에게 참가 소감과 HIV 감염인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는데, '큰 의미를 두고 오지 않았다. 그냥 원래 곁에 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짜장면을 먹는다고 해서 왜 짜장면을 먹느냐고 뭐라고 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참가자는 '그냥 동생이 그린 전시회 작품을 보러 왔다. 토크 콘서트도 HIV 감염인이 얘기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아닌, 편안하게 즐기는 자리라 생각했다. 좀 더 자유롭게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간 동정심 섞인 응원의 한마디를 바란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번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그의 행보는 거침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가을에는 HIV 감염에 대한 퍼포먼스 '44'를 열고, 연말까지 다큐멘터리 'Yellow4'를 만들어 감염인 인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게다가 작년에 쓰던 단편소설까지 완성한다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수익금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후원금과 이정식씨 단편영화 제작비로 쓰인다는 소식까지 접해서 그런지, 클럽 한번 가는 금액과 맞먹는 입장료가 참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노랑사' 이정식 씨와 친구들. 토크 콘서트를 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좋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토크 콘서트 '하하하홍홍홍'> - 자신있게, 솔직하게, 여유있게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 연예인' 하면 떠올리게 되는 대표적인 인물들. 가수 하리수 씨, 탤런트 홍석천 씨, 그리고 영화를 제작하는 김조광수 감독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개인적으로 각각 마주치거나 얘기한 적은 있는데 셋이 함께 대화를 나눈다니, 어찌 아니 좋을 수 있을까. 장소 또한 반가웠다. 서울시의 소통하는 시민공간이자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시민청'에서 열린 것이다.
축하공연에 이어 드디어 등장한 세 사람. 자리에 앉아 자세를 잡을 때 풍기는 포스부터 예사롭지 않다. '원조 섹시 여가수'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리수 언니, '언니 아니고 형'으로 불러달라는 석천이 형, '커밍아웃의 살아있는 전설들이 모였다'라며 사회를 본 광수 감독님까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냈다.
본격적인 토크가 이어졌다. 언제 처음 성 정체성을 알게 됐는지, 청소년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커밍아웃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하리수 씨는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커밍아웃을 특별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수술 했을 때도 주변에서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 다만 온라인에서 '너는 죽어야 한다' 등의 악플이 힘들었다. 그런데 사인회에서 와서 팬이 되어버리기도 하드라"고 웃으며 말했다. 홍석천 씨의 고백도 있었다. "지금은 극복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성폭행을 당해 6개월 동안 바닥을 친 적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교수님,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10년 후 공개 커밍아웃을 했는데 3년 동안 방송 출연을 못 했다. 부모님께 뉴욕 유학을 약속하고 알렸지만 사람들에게 너무 욕을 먹으니까 도망가는 느낌이 들어 유학을 포기했다."

▲하리수 씨는 "먼저 본인을 잘 가꾸고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후 '왜 다르게 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 하리수 씨는 "변명하거나 당황스러울 필요가 없다. 다만 차분히 설명해줘야 하고 자기 자신에 솔직하면 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홍석천 씨의 답변은 차분했다. "성급한 결정보다 '나'에 대해 여유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24시간을 동성애자로서의 고민에만 갇혀살지 말라"고 주문했다.

▲홍석천 씨는 "자살하려는 친구들은 힘들면 나에게 상담을 하라"고 말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빠지지 않았다. 홍석천 씨는 이어 "온라인이나 어플에서 만난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쉽게 성적인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안돼'라고 말하고 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관계의 진정성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도 "청소년 때 애인뿐 아니라 인권단체 사람들이나 친구들도 만나면서 많이 교류하고 도움을 얻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세 사람의 모습
세 사람이 모이니 할 얘기가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갔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마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명불허전 재치있는 입담, 알게 모르게 불꽃 튀었던 신경전,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기갈까지 참 유쾌한 만남이라고 느껴졌다. '앞으로 이태원에 무지개 깃발을 꽂는 날까지 정치인의 길을 걷고 싶다'는 홍석천 씨와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륙 기질을 마음껏 발휘하겠다'는 하리수 씨를 응원한다. 더불어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신나는 센터'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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