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결혼식을 지켜보고 계시는 분들께 드리는 편지
2005년 1월 겨울의 칼바람이 매서웠던 날 김승환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친구사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는 빛났습니다. "후광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짝사랑이 연애로 버전 업을 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에게 구애를 하는 동안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행복했습니다.
2008년 1월, 그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떠났습니다. 금방 사귀고 금방 헤어진다는, 아무하고나 만나 섹스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고 이른바 동성연애자로 불리는 우리들에게 6개월 간의 이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6개월 동안 매일 아침과 밤 화상채팅을 하는 닭살 행각을 벌이면서 서로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사랑하니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저희도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우리의 결혼을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기까지, 그리고 결혼 후에 우리들 앞에 많은 난관이 있을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쌓아 왔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어떤 커플보다 행복할 것입니다.
저희들의 결혼을 함께 만들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저희들의 결혼을 응원해주시는 1,134분의 하객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오늘은 1,134분이지만 내일은 또 그 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3년 9월 7일 저희는 많은 분들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더 로맨틱한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8월 8일
김조광수 김승환 드림
아, 정말 감동적인 고백이자 선언이네요... ㅠㅁㅠb
특히나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는 대대적 공개 행사인 만큼
두 분의 결혼식이 개인의 경사뿐 아니라
이 사회 성소수자, 그리고 비혼자 등 모든 소수자에게도 뜻 깊고
기존의 법과 관습에 의문을 던짐으로써
일반 대중에게도 마음을 열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요.
멋지고 발칙하고 이쁜 결혼식, 많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그 뒤로도 성소수자 센터 등 더 큰 걸음이 이어지겠죠.
중간에 어려움도 있으시겠지만, 알려주시고 함께 이겨나가요.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고 서로 사랑하시길~!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