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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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해야 해?"
7월 친구사이 새내기 인터뷰 주인공은 인터뷰를 하기 전 애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시기상조 같다는 생각도 하고 아직 친구사이에 대해서 정확히 '뭘 하는 곳 이다.'라고 명목적으로 아는 것도 아닌 상태인데,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떤 대답이 나올지 좀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요. 또 규환 씨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분명히 세대차이가 날 텐데, 내가 명확히 답변을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걱정이 앞섰죠."
본격적인 장마로 7월의 시작을 알린 어느 날,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번 달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주인공은 바로 40대 게이 철호님이다. 철호님이 인터뷰 약속에 앞서 잠시 머뭇거린 찰나, 철호님의 애인은 "약속 안 지킬 거야?"라며 철호 님을 다그쳤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를 함께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 나에게 도리어 묻는다.
"서먹하죠? 난 서먹해 죽겠구먼. 하하"
일상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듯, 첫인상만 봐도 밝고 상냥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철호님, 그런 철호님과 대화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일대일 번개 하듯이 할게요. 키는 175라고 말하는데 병원 갈 때 마다 항상 달라요, 한 174정도 되요. 몸무게는 69~70정도. 성격은 참 밝아요. 유쾌하고, 앞장서는 건 싫어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중요시하고, 그리고 성격이 다 포용하고 있다가 갑자기 화산 폭발하듯이, 불같을 때도 있어요. 그런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됐어요?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아마 처음 인식했던 게 중학교 때였을 거예요. 중학교 때 교생선생님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손잡고 다니고, 그리고 그때는 '게이'라는 게 아니라 '호모' 라고 했는데, 내 정체성을 스스로 '게이다.' 라고 판단한건 군대 갔다 와서 28살 때에요."
좀 늦은 편이네요. 지방에서 사람 만나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부터 연애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연하게 인터넷에 동성애를 검색해봤고, 이반시티가 나왔어요. 처음 만났던 사람과 당연히 사귀어야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세상은 참 별천지더라고요."
철호님은 친구사이에 이미 품절이 된 상태로 애인과 같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친구사이와 <지보이스>의 마스코트 '코러스보이' 님이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 '애인', 그리고 '동거', 두 분이 만나고 같이 살게 된 것은 사귀고 난지 세달 째 되는 날이었다고 한다. 같이 살고 있는 소감을 물었다. 그리고 철호님의 연애이야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애하는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하는데요. 같이 지내면 어때요?
"그래요? 전 아직도 낯설어요. 나만의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게. 그리고 아직 눈치 보여요,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눈치 보는 것은 보는 거고 그래요."
만난지 3개월만에 동거. 꽤 빠른 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게 장단점이 있는 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났으면, 쉬이 결정하고 차라리 후회할 일이 있을 텐데, 나이가 엇비슷하고 거의 그러다보니 자기 결정에 더 책임져야 할 나이다 보니까 결정에 번복할 입장도 아니고, 빨리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해요"
두 분이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을까요?
"처음에 번개를 통해서 만났어요. 술 마시려고, 만났는데 '내가 선호하는 사람',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딱 맞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엔 직업도 나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괜찮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난 재우형 실제 나이를 몰랐거든요. 한참 어리게 봤어요, 오히려 나보다 동생인 것 같아서, 나중에 보니까 나보다 연상이더라고요. 그런 재우형의 장점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그렇게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내 집을 안 가더라고요. 관리비는 차곡차곡 나가고, 그러다가 아예 합쳐버렸어요."
나중에 직업이나, 활동에 대해 알게 됐을 때는 어땠어요?
"직업적인 것에 대해선 '괜찮다.'라고 느꼈어요. 어차피 우리 직업이 '악어, 악어새'거든요. 형은 의사고 저는 약사니까요. 친구사이에 활동하는 것은 엄청 부담됐죠. 사실 겁났어요. 하루하루 열 명씩 새로운 나한테 다가오는데, 날 잡아먹으러 온 사람들 같았어요."
처음 같이 정기모임에 나왔을 때 기억나세요?
"그 많은 시선들, 사람들 눈밖에 안보여요. 인사를 하는데, 서로 호기심이 있으니까 서로 마주쳐요. 분명히 예쁜 동생들이 참 많고 나는 예쁜 동생들을 참 좋아하는데 아이컨택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나한테 뭔가를 하나씩 뽑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서웠어요. 지금도 무서워요.(웃음) 그래가지고 한동안 힘들었던 게, 형하고 계속 만날까 말까, 그거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친구사이 때문에?
"이 사람 하나 하나보면 괜찮아요. 잘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으로 인한 여파, 그 사람들, 내가 다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그것은 지극히 내 마음의 문제기 때문에 나를 놔버리니까 사람들이 하나씩 제 마음에 들어오더라고요. 꽤 어려웠어요."
아마 회원들이 '재우형의 애인이다.' 라고 했을 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게 혹시 부담이 됐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득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머뭇거리면서 참 고생했겠구나. 전 아마 그랬을 거예요. 형덕에 더 가까워 질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많이 알아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철호 님이 보는 재우형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그걸 잘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많이 숨기는 건지 모르겠지만 친구사이에서 많이 들었는데, 재우형이 '무섭다, 까칠하다, 어렵다.' 그런 건 잘 못 느꼈어요. 제가 봤을 땐 귀엽고, 그리고 재우형은 다들 말하듯 다재다능하잖아요. 친구사이에서 하는 일도 많고 '그냥 저 사람 그림자로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요. 우선 성격이 잘 맞으니까,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해요."
그림자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앞으로 정회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픈지 궁금해요.
"제 성격상,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동생들이나 형들이나 언니들이나 하는 일에 있어서 받쳐주면서 스태프처럼 그림자처럼 그렇게 묵묵히 하는 게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앞서는 건 제가 불편해요. 공포증이 있어서, 그래서 <지보이스>처럼 대중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참 대단해보여요."
"또 친구사이 와서 가장 좋았던 게 회원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것이었어요. 충격이었어요. 저는 당당해지는데 한참 걸렸어요. 여태껏 '우리'가 아니가 '나'밖에 없었는데, 친구사이는 '우리'가 있고 그 다음에 '내'가 있고, 지금껏 나는 '우리'가 없었어요. 친구사이 와서 조금씩 변하는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보인다.'는 것이에요."
친구사이는 인권단체이기 전에 성소수자들에게 꼭 필요한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또 그런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하기도 하고요.
"친구사이 장점하나 더 있어요. 혼자 있을 땐 불안했어요. 그래서 누군가를 찾았는데, 친구사이는 공동체니까 불안한 게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 굳이 내가 외롭지 않으면 사람을 안 찾아도 되겠다.'생각했어요. 속된말로 재우형이랑 헤어져도 안 찾을 것 같아.너무 막말했나.(웃음)"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나요?
"그런 질문이 제일 난감한데, 지금 전 다 즐기는 입장이이에요. '아이다호데이' 영상 찍었던 그 날, 갈라형이 '뭘 느꼈니?' 저한테 물어봤는데 솔직히 전 힘든 것 밖에 못 느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영상을 봤을 때 나도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참 멋있다. 저 사람들 참 멋있다.' 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또 퀴어퍼레이드 때도 예전 같았으면 내가 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다 즐기는 사람들이에요. 나도 같이 즐겨지는 거고 또 나도 일조한다는게 기쁘더라고요. 워크숍때는.. 워크숍에서 뭐했지?"
술 많이 마셔서 기억이 안나시는거 아니에요?
"아, 많은 사람들 막 우왕좌왕하면서 형 언니 동생하면서 잘 따라줘요.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다 밝다는 것. 즐겁다는 것. 친구사이는 참 즐거운 단체인 것 같아요. 즐겁지 않으면 어떻게 여기 오겠어요. 슬퍼도 와서 즐거우려고 오는건데. 그렇죠?"
철호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30~40대 분들에게 공동체란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안식처가 필요할 또래 게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음.. 40대는 겁먹을 나이에요, 안정적이면서 겁먹는 나이,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한 번 밖에 나와서 느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글로만 읽는것 것 말고, 그냥 와서 체험해보고,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뭐든 20대 30대든 어차피 나이만 다를뿐이지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40대, 50대라도 와서 한번 체험했으면 좋겠어요. 겁은 나요 당연히(웃음)"
그렇죠. 20대도 겁나는데요,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는 아직 친구사이의 완전한 가족이라고는 안할게요. 그래서 답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사이 딱 왔을 때 사람들의 시선까지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눈이 무서워요. 그런 사람들, 20대는 자유분방하니까, 빨리 몸에 흡수할 수 있다고 해도, 30~40대들에게는 여러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접근하는것보다 '친구사이는 이렇다 저렇다.'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혹시 그런 게 있나요? "
친구사이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이라고 메달 정기모임 전에 있어요.
"그건 달에 한번 있는 거잖아요. 그 중간에 온 사람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잖아요. 외딴섬에 딱 던져놓고 둥둥 떠 있는듯한 기분, 무섭죠. 그런거는 조금씩 고쳐나가면 어떨까 생각해요. '나도 뭔가 끼고 싶은데..'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아니면 친구사이 딱 오면 애초에 술자리부터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괜히 인터뷰어를 어렵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며 끝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친철한 철호님의 마지막 부탁의 말,
"알아서 포장 잘 해주실 거죠? 규환씨 파이팅!"
솔직하고 유쾌한 말씀 들려주신 철호님 감사합니다.
와~ 우리 귀염둥이 제부, 사진도 이쁘게 나왔다! ^0^/
관리비 땜에 살림 합쳤다니 절약형 커플이군 ㅋㅋㅋ
대가족(!) 만나 얼굴 익히느라 고생 많았네.
그래도 친구 사이는 정말 애인 없어도 즐거울 수 있다능~ ^.^
둘이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것 보니 정말 흐뭇하고 기뻐.
힘들거나 이해 안 되는 상황은 늘 서로 대화로 풀고... ^ㅁ^
새로 오신 분, 특히 30대 이상 분들께는
먼저 다가가고 수시로 연락해 챙겨드리면서
자연스럽게 편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참 중요하겠어요.
삶이 복잡해지고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질수록
새로 어느 집단이나 상황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_^
암튼 철호, 규환 둘 다 고생 많았어. 감사 만땅~!
아, 그리고 오타 두 개... (미안~ ^^;;)
- '사겨야' → '사귀어야'
- '해주실꺼죠' → '해주실 거죠'
엄훠~ 나도 누나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