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건 참 오해의 소지가 많아서 주의를 요하죠.
'있는 그대로'본다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모든 편견과 색안경을 벗어야 '있는 그대로' 보이거든요^^
눈팅님 본인에게는 있는 그대로 그렇게 보일지라도 그건 주관적인 분석일 뿐이죠.
그렇게 따지면 저도 눈팅님 글을 '있는 그대로' 보았을 뿐이라고 할 수 있죠.
관점이 다른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눈팅님이 보이는대로만 이야기하시길래 저도 나름 보고듣고느끼고 경험한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굳이 댓글까지 달아야 하나 싶지만,
저도 진석님하고 동감입니다.
일단 이성간이든 동성간이든 합의한 두 사람이
부대 안과 밖 남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성 관계를 가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봅니다.
본인의 수치심은 물론이고 도덕적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 징계 등 실제 불이익의 위험이 큰데도
그런 얼토당토 않은 모험을 감행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상황을 전제하고 논의를 전개하시면
'군 형법 개정 안 하면 막사에 동성애 넘쳐난다'는
호모포비아들의 억지와 다를 게 없어집니다.
어차피 이미 군 형법이 존재하는 지금
(그리고 설령 그 법 자체가 없더라도),
대한 민국 군대 막사는 동성애로 넘쳐나고 있지도 않구요.
특히 1인 1실은 물론 영외 거주까지 가능한 미군 등 외국군과 달리
여럿이 내무반에서 쭈루룩~ 자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한국 군대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막사 내 성 행위 자체란 거의 불가능하죠.
물론 군대는 명령 복종이 특히 중요한 수직적인 조직이니
가령 윗사람이 자신의 계급을 악용해 아랫사람에게
원치 않는 성 행위나 관계를 강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이미 존재하는 기타 군 형법 조항에 따라
당사자의 성별과 무관하게 성 추행, 성 폭력으로서 처벌하면 됩니다.
구태여 이렇게 동성만 선별해서 조항을 따로 만들고 처벌할 필요 없이요.
어차피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성 추행, 성 폭행이 아닌 합의하 성 관계인데다
군대 내 성 추행, 성 폭력의 가해자 다수가 이성애자라는 점은 이미 밝혀진 바 있죠.
사실 군대 안팎을 막론하고 성 추행, 성 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구요.
게다가 군 형법이 아니어도 호모포비아가 만연한 한국 군대에서
동성애자는 성적 행위를 감행하기는커녕 자기 정체성이 들킬까 조심할 가능성이 훨씬 높죠.
암튼 군 형법이 영외에서 사적으로 합의하 맺는 성 관계마저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결권과 사생활권을 침해하니
국가의 과잉 개입 및 관리이자 인권 침해인 것이죠.
(이런 논리를 더 끌고가면 군인 부부가 영내에서 성 관계를 맺어도 안 된다는 주장까지 가능해지죠)
더더욱 큰 문제는 군 형법으로 이성 군인간 성 관계는 '징계'만 받지만
동성 군인간 성 관계는 '처벌'을 받을 뿐 아니라
(그리고 그 처벌은 이미 징역 1년형에서 2년형으로 강화된 바 있죠),
이번 개정안으로 대상이 '준군인'까지 넓어지고,
명백히 남성들만 가리키던 기존의 '항문 성교'에
'구강 성교, 기타 유사 성 행위'까지 포함됨으로써
여성간 성 관계, 비군인과의 성 관계도 처벌된다는 거죠.
즉 형평성에 심각하게 어긋나며 무리하게 포괄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실질적 개악 및 동성간 성 관계 선별 처벌 강화가
민홍철 의원 개인의 종교(기독교)와 가치관에 바탕을 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교가 없는 세속 국가 대한 민국에서
모든 국민 또는 모든 군인(및 준군인)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평 무사하고 공명 정대해야 할 법률과 조항이
특정 종교나 가치관에 좌우되는 것은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 등을 뒤흔드는, 아주 위험한 일이죠.
('간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독교 성경에 많이 쓰이죠)
공사를 구별 못하고 이렇게 특정 종교 교리나 가치관으로
군 형법마저 손 대려는 처사는 비판 받고 견제돼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눈팅님 본인께서 동성애자이신지 아니신지 모르겠으나,
'징징거리는 부류', '자존감이 낮고 호모포비아의 노예',
'이성애자들에 대한 포용성에는 별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 듯',
'선천적인 경향성'처럼 다수의 개인을 뭉뚱그리고 비하하는 표현은
그 자체로서 예의도 명확한 근거도 없는 주장일 뿐더러
성소수자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전제하는 것같아 부적절하고 부당하네요.
해당 사안의 역사와 과정,
그것이 야기해온 문제에 대한 정학환 사실과 정보,
이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 운동 진영의 대응과 노력,
그리고 성소수자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
이런 기본 사항에 기초하지 않는 논의는 의미도 없거니와 여론을 호도할 수 있지요.
만약 눈팅님께서 군 형법 등 성소수자 인권 사안에
관심이 있으시고 기여하고 싶으시다면
이성애자도 함께 할 일요일의 '아이다호 데이' 행사에 참여하시는 등
오프라인으로 나오셔서 함께 활동하시거나,
적어도 제대로 된 논리를 갖추고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하시는 것이 도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글을 올리시려거던 좀 더 사려 깊게 쓰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글 읽다보면 그럴듯하다가도 항상 흐름이 이상한 데로 가서 참 추천을 누르기도 뭣하고 그래요
본인은 뭐 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다 안다는 듯 하는 게 쿨해보인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떻게 보일지 한 번 돌아보시길 바라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