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찮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모 대학교 연수강좌가 있었습니다.
감염내과 샘이고 HIV 연구소장이란 모 샘이 강의를 하셨습니다.
강의 도중에 고위험군을 설명하면서 " 동성연예자"란 용어를 사용하더군요
안되겠네 싶었어요
강의 정당히 끝나고 경품추천
1위, 아이 패드
2위, 아이 패드 미니
이렇게 남았는데 강의했던 샘이 자리를 일어서는 거예요
부리나케 따라 나갔지요
마치 길녀 뛰는 심정으로 총총총
재경: 샘, 좀 전에 강의 때 동성연애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게이인데요. 게이 입장에서 불편한 용어이니 바꾸어 주세요
샘: 아 네 샘 죄송합니다.
재경: 어디 두고 보자
모니터링 해 주겠어
그제는 점심시간에 한 무리를 지어 앉은 방사선과 의사들 옆에서 식사를 했다
원래 수다를 많이 떠는 사람들이라서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입사한 신입 여자 샘이 이렇게 말한다.
여자 샘: 나는 레즈비언은 그냥 그렇고 게이들 보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 남자 샘: 조디 포스터가 저번 무슨 시상식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나요
또 다른 모 샘: 게이도 게이나름이지 홍석천 같은 애를 보면 아깝지 않던데
이런 어머어마한 이야기들 하고 있었다.
다음날 점식식사후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계단을 내려갔다.
신관으로 가는 또 다른 모 샘을 붙잡았다.
재경: 잠깐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해요
샘: 무슨.....
재경: 어제 식사 시간에 홍석천씨 이야기를 했잖아요
샘: (과장되게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아~~~ 미안 미안 정말 미안해요
재경: 그의 미안 미안 해요 말에 더이상 할 말을 못했다.
나중에 신입 여자 샘에게도 뭐가 그리 아깝냐고 물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상에서 동성애혐오를 드러내는 인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어떤 부분은 동성애 혐오이면서 동시에 여성혐오 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동성애혐오이면서 여성혐오인 말들을 즐기는 이성애자 여성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시간나면 여자 의사회 샘과 대화를 나누어봐야겠다
본의 아니게 서서히 일상 중의 쌈 닭이 되어가나 싶기도 하고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그만 변화의 지점이기도 하고
커밍아웃을 하면 여러모로 참 좋은 것 같다.
오늘은 동성애자 의사모임 정기모임이 있다
지난 며칠간 고생으로 강의안을 만들고 강의를 해 볼 요량이다
강의를 두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내심 기대가 된다
또한 단체를 조금 더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게 되는 호모포비아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상당수의 경우에 아직까지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는 게 전부인 저와는 너무도 다른 형님의 강단에 박수를....^^
무지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지인들을 보고 있으면 보란듯이 커밍을 하고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없는게 아니라, 우린 늘 존재하지만
당신들이 모를 뿐 이라는 것부터 인지를 시켜주고 싶은 충동이 일때가 있어요.
무튼, 강의 잘 하시고.
이번 강의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그리고 친구사이도 널리 알려 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