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해서 미국으로 가겠노라해서
그렇구나 하고 떠나 보낸 학번 동기이지만 나이가 한 살 아래인 친구가 있었다.
동아리가 같아서, 혼자서 밥 먹는 나를 늘 챙겨주어서 조금은 대화를 더 많이
했던 친구이다.
나는 서울로 왔고 그 친구는 1년 늦게 서울에 올라왔고 이어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
10년이 흘렀을까
아니 정확히는 10년이 더 흐른 것 같다.
국내에서 텔레비전이나 언론의 기사를 봤던 다른 동기 중의 한 명이
뉴욕으로 여행하는 중에 나의 근황을 전했나 보다
지나간 것들에 대해.... 과거의 한 때를 공유를 했던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밀려왔다.
마지막 구절에서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고백을 하였다.
" 나도 여기서 동성 파트너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
" 그 때 우리 서로 알었더라면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을 텐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주면 연주, 그림이면 그림, 정말 만능 재주꾼이었던 그 친구
그러나 그 때의 나는 성정체성을 숨기면서 거짓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같으면
그래도 타지에서 파트너와 알콩달콩 살고 있다니 첨만 다행이다.
그리고 답장하면서 추신으로 그 친구에게 " 우리 단체" 후원 해 달라고 ㅎㅎㅎㅎㅎ
싸이트 주소를 알려 주었다.
과거에 연연해 하지 말자고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비비안 리" 처럼
주먹 불끈 쥐고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를거야"
이렇게 살겠노라 했는데
과거의 지인에게서 날라 온 뜻밖의 이메일에 기분이 참 묘해졌다.
친구야
잘 살아주어서 잘 살아내고 있어서
고맙고.... 고맙다
항상 건강하고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도할게
그 떄는 다들 힘들고 자신을 억지로 숨겨야만 했다면
이제는 모두 있는 그대로 행복을 누리고 사는 것같아 흐뭇해지네요.
세상 어디 있든 누구나 자기 모습대로 꽃 피우고 열매 맺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