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최현숙 후보 얼굴 알리기 동분서주
“안녕하세요. 진보신당 최현숙 후보입니다.”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최현숙(50) 후보는 선거구를 누비며 유권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반응이 영 심드렁하다. 아직 당과 후보의 인지도가 낮은 탓으로 보였다. “이미 예상한 일입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성소수자 권리 찾기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정치1번지’ 종로에 출마한 겁니다.”
최 후보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후보다.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자)가 공격할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최 후보의 선거를 돕는 사람들은 이런 ‘용기’에 반한 사람들.
자원봉사 의사를 밝힌 사람만 100명이 훌쩍 넘어가고, 자비를 털고 주변을 설득하며 후원금을 모아올 뿐 아니라 지인도 끌어들인다. 복어알(24.가명) 씨는 “최 후보는 대한민국의 불합리성을 커밍아웃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인 최윤아(23.가명) 씨는 “나는 커밍아웃한 뒤 집에서 나와야 했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성소수자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대환영”이라고 전했다.
최 후보가 처한 상황은 쉽지 않다.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적다 보니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데도 유세차가 도착하지 않았고, 자원봉사자가 공통적으로 입을 옷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번호가 늦게 정해져 어깨띠도 완성되지 않았다.
자금 문제도 복병. 공탁금은 최 후보의 전세금으로 충당했고, 선거자금에도 후보의 돈이 들어갔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금이 위안이 된다. 다른 후보처럼 이동할 때 차량을 사용하지 않고,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몸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더 많이 만날 기회가 돼서 좋다고 했다. ‘예비후보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자 중에서 지정한 1인과 예비후보자의 배우자(배우자 대신 예비후보자가 그의 직계 존.비속 중에서 신고한 1인 포함)는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직접 줄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도 문제. 남성 배우자가 없고 가족이 상황상 직접 선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최 후보는 “종로를 기득권자가 아닌 서민의 ‘1번지’로 만들겠다”며 “나는 단순한 이색후보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성소수자 같은 가장 차별받는 사람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뛰는 후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