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정경화 기자]
[MD시사] '엄마와 여자-가족 구성의 이분법을 깨다'사람들은 자주 세상에는 세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남자, 여자, 아줌마. 이러한 세상의 시선을 깨고 40대를 훌쩍 넘기고 50대를 바라보는 아줌마도 사랑에 설렘을 안고 있는 여자라고 외치는 영화가 있다.
영화 '동거동락'은 만 25세의 젊은 감독인 김태희 감독이 만든 여성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동거동락'은 23세의 자유분방하고 밝은 여대생 노유진(조윤희)과 20년간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48세의 주부 박정임(김청) 모녀가 주축이 된 영화다.
20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혼한 지 1년 째. 우연히 대학시절 풋풋한 첫사랑 최승록(정승호)을 만나면서 박정임의 마음 속에서 잊고 살아왔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다시 싹트기 시작한다. 딸 유진은 엄마의 이러한 변화가 살짝 섭섭하면서도 반갑다. 남자친구 최병석(김동욱)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 유진은 혼자 쓸쓸하게 있을 엄마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엄마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박정임은 첫사랑 최승록 앞에서는 수줍은 20살의 아가씨로 돌아간다. 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딸을 깨우고 능숙하게 아침을 차리는 베테랑 주부의 모습에 첫사랑 앞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오버랩 되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다. 첫 사랑과 함께 침대에 누운 정림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승록을 받아들인다. 승록은 정임의 모습에 "정말 예쁘다"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문제는 얽혀버린 4명의 관계다. 유진의 남자친구 최병석은 밤 마다 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구들에 이끌려 호스트바를 찾은 정임은 병석과 어색한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병석은 정임을 호스트바로 끌고 온 친구 경미의 아들이자 정임의 첫사랑 최승록의 아들이다. 게다가 정임의 딸 유진의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유진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엄마 옆을 떠나 아버지를 찾아간다. 유진은 20년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게이 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동거동락'은 현실세계에서 내리기 힘든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다. 세상을 구분 지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이분법이다. 이것이 아닌 나머지 모든 것으로 나누면 깔끔하게 세상이 구분 지어지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전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듯이 법칙, 규칙에 100% 맞아 떨어지는 법이 없다.
'동거동락'은 엄마는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가족은 피를 나눈 유대관계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엄마와 여자로 나누고 가족과 타인으로 나눴던 이분법을 깨고 엄마이면서 여자일 수 있고 타인이면서 가족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동거동락'은 우리가 몰랐고 어쩌면 외면했던 엄마의 성(性)과 사랑, 욕망을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조명했다. 또한, 하나로 뭉쳐야만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형태를 가진 집단도 가족일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엄마의 첫사랑, 그리고 그 첫사랑의 아들인 남자친구와도 가족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5살의 젊은 감독이 이야기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 김청, 조윤희 주연의 영화 '동거동락'은 오는 27일 개봉된다.
[사진 = 영화 '동거동락']
정경화 기자 chm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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