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이반의 신조어 ‘커밍아우팅’
“지역대표 레즈비언”이 된 유진 이야기
김영선 기자
2007-08-17 02:10:28
청소년성소수자커뮤니티 ‘라틴’(Rateen)이 지난 15일 개최한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행사 “이반 놀이터”에서, 10대 이반(동성애자) 참여자들이 성 정체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가 마련됐다.
‘커밍아우팅’ 강의에선 참가자들이 자신의 ‘아우팅’(동성애자의 성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인에 의해 공개되는 일) 피해 경험을 되돌아보고 상처를 보듬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커밍아우팅’이란 10대 이반의 신조어로, 커밍아웃이 아우팅으로 이어지는 일을 일컫는다. 한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혔는데,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어느새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소문이 퍼져있는 것을 말한다.
‘커밍아우팅’ 강의를 진행한 유진씨는 자신을 “지역 대표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커밍아우팅을 당해 같은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성 정체성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발표는 꿈도 못 꾸고, 화장실 갈 때마다 시선을 참아가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한다.
유진씨는 “4년의 시간을 그런 상태로 살다 보니,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가 폭력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상담 선생님한테 말하자 ‘그러게 네가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상담 선생님에게 말했을 때도 ‘남자 좋아하려고 노력하라’면서 자기가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반 친구들 역시 “‘나도 당해봤어, 하지만 어쩌겠어?’라며 모두 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고.
유진씨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처음에는 그냥 혼자 참고 억누르는 게 편하지만 나중에는 그 고통이 폭력 때문인지, 내 잘못 때문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전했다. 유진씨는 자신의 경우 특히 성적을 부당하게 받거나 몸에 멍이 드는 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라서, “이것을 폭력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하고 자책만 심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심정으로 살아가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단정짓는구나.”라는 유진씨의 말은, 10대 이반이 학교와 또래집단,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처한 열악한 위치를 드러내주고 있다.
※이 기사는 2007신문발전기금 소외계층 매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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