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불평]드라마의 새 멜로 요소 ‘동성애 코드’
2007 08/21 뉴스메이커 738호
실체 없이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매력적이다. 어디 유령만일까. ‘동성애’도 아니고 ‘동성애 코드’라는 말도 그렇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동성애 코드’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화를 낼 만했다. 동성애를 가지고 장난을 치니 말이다. 더구나 ‘동성애 코드’와 ‘동성애’는 같은 혈족 같지만, 오히려 적대적인 관계다. 그럼 둘은 어떻게 다를까?
영화 ‘왕의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하자, 각종 매체에 이런 말이 돌았다. “이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질 것이다.” 예쁜 남자 공길(이준기) 신드롬 때문이었다. 동성애자들은 ‘왕의 남자’가 동성애를 왜곡한다고 항의했다. ‘왕의 남자’ 바로 뒤에 개봉한 동성애 영화 ‘브로크 백 마운틴’은 인디 영화로 전전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동성애 코드’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송희일 감독이 인터넷상에서 악플 폭격을 당했다. ‘디 워’ 비판보다 더 큰 죄는 따로 있었다. ‘동성애’ 영화나 만드는 저급 감독이라는 리플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가 만든 ‘후회하지 않아’는 남성 동성애 연인들을 다뤘다. 즉 ‘왕의 남자’의 ‘동성애 코드’가 아니라 ‘동성애’ 영화였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코드’ 드라마다. 처음부터 은찬(윤은혜)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신분의 비밀 혹은 정체성의 은폐와 그것의 노출과정은 대중작품에서 단골 소재니 그것이 새삼 주목의 대상은 아니다. 남장에 은폐된 여성과 남성의 사랑이라는 장치는 무엇에 토대를 두고 있을까. 그것은 동성애에 대한 금기다. 한결(공유)이 은찬에 대한 감정을 두고 번민하는 이유다. 남자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사랑한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라는 말을 붙일 수도 없고 결국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드라마 내내 무의식적으로 강화한 것은 동성애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동성애 코드’는 동성애 금기라는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기대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된다. 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에이즈가 수혈로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지만, 동성애자와 에이즈 간의 편견은 강화한 것과 같다. ‘동성애 코드’는 드라마의 새로운 멜로 요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언제나 인식적 오해일 뿐 동성 간의 사랑과 성 정체성에 대한 본질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동성애 코드’라는 말이 횡행할 때 동성애자들은 불편해한다. 앞으로 ‘동성애 코드’라는 말을 붙이지 않도록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동성애 코드’는 동성애 금기를 강화하고, 그것에 대한 접근을 우회하면서 상업적 목적을 노리는 작품들의 DNA와 같다. ‘커피프린스 1호점’도 마찬가지였다. 동성애를 농락하며 시청률을 챙겼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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