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동성애 소재 아직 이르다?
2007-08-16 10:15:58
[마이데일리 = 정경화 기자] MBC 월화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인기에 힘입어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상파에서 동성애 코드를 차용한 드라마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골방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던 동성애를 햇빛이 드는 안마당으로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일찍이 KBS에서 연말 특집 드라마 동성애를 주제로 한 '슬픈 유혹'을 방영한 바 있다. 김갑수, 주진모가 주연을 맡아 동성에 대한 사랑도 단지 인간에 대한 사랑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방영 당시 소수의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지금 '커피 프린스 1호점'과 같은 큰 반응은 없었다.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주인공 차인표(박시우 역)의 절친한 친구로 동성애자 역을 홍석천이 맡으며 미니시리즈에 동성애자 캐릭터를 등장시켰으나 역시 큰 반향은 없었고 대신 동성애자에 대한 캐스팅의 거부감이 높았다.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동성애 소재의 드라마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동성애 코드를 바탕에 깔긴 했지만 이야기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과정은 이성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극 중 공유(최한결 역)는 윤은혜(고은찬 역)를 남자인 줄 알고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에 익숙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어 정신과를 찾는다. 다른 남자에게는 반응없는 감정이 유독 윤은혜에게만 생긴다. 드라마는 윤은혜가 여자이기 때문에 공유가 윤은혜에게 끌린다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뒀다.
지난 6일 첫 방송한 KBS 월화드라마 '아이엠 샘'의 제작진 측은 제작발표회에서 주종혁이 맡은 임시 양호선생님 지선후 역은 원래 게이라는 설정이었지만 아직 시청자가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게이 설정을 없앴다고 밝혔다.
동성애 코드의 드라마와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엄연히 다르다. 미국 게이 청년들의 삶과 사랑을 사실적으로 다룬 '퀴어 애즈 포크'나 미국 LA의 전문직 레즈비언들의 사랑과 욕망을 이야기한 '엘 워드'와 같은 본격적인 동성애 드라마를 한국의 안방극장에서 볼 날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과거 성적 소수자에 대해 무관심했던 우리 방송이 옅은 조명이나마 그들에게 비춰주는 것은 긍정적인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를 주제로 한 드라마 KBS '슬픈 유혹'에 출연한 김갑수(왼쪽), SBS '완전한 사랑'에서 동성애자 역할로 출연한 홍석천(가운데), 동성애 코드의 드라마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출연한 공유(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정경화 기자 chm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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