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룸메이트에게 반했다.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녀가 반한 룸메이트가 여자라면?
오는 18일(토) 밤 11시 30분에 방송하는 MBC 베스트극장 <그 집엔 누가 사나요?(극본 손민지, 연출 김진민)>가 그릴 이야기다. 이것만으로도 잔잔한 파문이 예고된다.
그런데 이뿐이 아니다. 그녀가 반한 여자, 태영(서지혜)은 임신 중이다. 남편? 없다. 결혼도 안 했다. 할 생각도 없다. 임신했다고 당장 '남편 찾아 삼만리'를 떠나지도 않고, 결혼 대책반을 꾸리지도 않는다. 아무도 이 사실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고교 때 친구인 민아(서영희)와 알콩달콩 잘 살았다. 그냥 친한 친구였다. 민아의 옛날 남자친구인 성우(박병은)가 불쑥 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민아 속을 뒤집어놓기 전까진.
이 드라마, 어째 좀 이상하지 않나? 딱딱한 상식과 편견이 발끈한다.
파격적이지만 신선해
<그 집엔 누가 사나요?>는 이래저래 파격적이다. 하지만 독특한 파격이다. 동성애 코드도 코드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나 비혼인 여자의 임신을 보는 눈도 파격이다.
파격적으로 여성의 성을 그렸다고 화제가 됐던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생각하면 더하다. <여우야 뭐하니?>에서 고병희(고현정)가 얼떨결에 임신한 듯이 죽을 상을 짓자, 철수(천정명)가 말했다. "책임질게." 막 가는 듯한 <소문난 칠공주>도 10대인 종칠이가 임신하자 냉큼 결혼 생각부터 했다.
서지혜가 나오는 것 말고는 전작 <신돈>과 전혀 다르고 독특한 이 드라마를 만든 김진민 PD에게 물었다. 어떤 내용인가? 김진민 PD는 "딱 '동성애'라고 하기엔 과하지 않나"며 "그냥 우리 옆에 있는 내 친구들 이야기"라고 말했다.
- (머뭇머뭇) 어디까지 그렸나? 최근에 오락 프로에서도 남자끼리 키스하고 나오지 않나?
"섹슈얼리티는 없다.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이 임신한 상태라. 과격하게 하려면 임신을 빼고 가면 모를까. 아기 내용이 많이 나온다. 엄마가 되는 거, 여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거. (섹슈얼리티를) 생각 안한 건 아닌데… 다른 드라마에서 해보겠다. 하하."
- 아무래도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이야긴데, 거부감이나 사회적 파장이랄까. 이런 걱정 안 드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면, 그게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지 않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면 성 때문에 누가 누구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아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에선 태어날 때부터 스트레이트(이성애자)로 다 생각하다가, 드러내진 않지만 중간에 바뀌기도 한다. '내가 여자를 좋아할 수 있는 여자구나'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구나' 뒤늦게 알게 되잖나. 바이(양성애자)에서 뒤늦게 호모섹슈얼리티(동성애자)로 가는 게 많은데, 여기도 나온다. 여자들이 둘 다 남자 경험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밝혀지는 거니까."
- 동성애 코드가 요즘 많이 나오긴 한다. 원래 관심 있었나?
"우리 때 대학 다닌 사람이 페미니스트나 동성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세대다. 나도 개인적 관심 많다. 스트레이트, 게이…. 개인적으론 편견이 거의 없다. 오해는 있지만.
그리고 이 문제는 사회가 지날수록 나올 거다. 싱글들이 늘면서 이 인구도 늘 거라 생각한다. 이들이 어떻게 살까, 그려보고 싶었다. 한국이란 전제 하에. 사회에 내보이지 않고 사회 몰래 사는 게이들이 많지 않나?"
조은미 기자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