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고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도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일본 오사카부 의회 오쓰지 가나코(31·사진?) 의원은 지난 5일 도쿄 와세다대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강연회에서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쓰지는 남성 중심의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첫 정치인이다.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 사회에서 정치적 부담도 매우 큰 커밍아웃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도쿄 ‘레즈비언·게이 퍼레이드’의 개회식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표했다. 무슨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이성과 동성 가운데 어느 쪽을 좋아하는지를 널리 알릴 필요는 없다. 자신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만 알려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강연회서 ‘커밍아웃’, “동성애자 법적 현실 등 개선되야”
그럼에도 오쓰지가 대중 앞에서 자신의 비밀을 공개한 것은 동성애자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동성 파트너에 대한 법적 보장 전무 등 문제가 널려 있다”며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으므로 사람들이 동성애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쓰지는 어릴 때부터 연애에 흥미가 없었다고 한다. 남성에 끌리지 않는 그에게 “레즈비언 아냐?”라고 놀린 친구도 있었지만 심각하게 듣지는 않았다. 대학 때 동성 선배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 이후 동성애자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의 모친은 당혹감으로 몇년 동안 이 문제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요즘은 동성애에 관해 공부도 하는 등 딸을 이해하려 애쓴다고 한다.
오쓰지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무술이 뛰어나다. 고교 시절엔 가라테 아시아 주니어챔피언이었다. 서울대 유학을 거쳐 도시샤대 상학부에 입학해서는 태권도 동호회 주장도 맡았다. 대학을 마치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2003년 지방선거에서 최연소로 당선됐다. 지난해 <커밍아웃~자신다움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의정 활동에 바쁜 가운데서도 동성애 관련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다. “동성애자 뿐아니라 편견과 사회제도의 미비로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가 강연 때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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