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람은 본인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어도 법적인 책임을 물게 될 수 있다는 판결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법정에서 나왔다.

이번 판결은 에이즈에 걸린 부부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나왔다. 2000년에 결혼한 이 부부는 몇 년 후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자신이 결혼 전 남성들과 성 관계를 가진 사실을 시인했으나 결혼 당시 받은 HIV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감염을 아내 탓으로 돌렸으며, 아내는 남편이 결혼 후에도 동성애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감염 사실을 몰라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리며 아내에게 남편의 성적 이력을 추적해 감염 경로를 밝혀낼 권리를 부여했다.

마빈 백스터 판사는 판결문에서 "부주의로 HIV를 퍼뜨린 행위에 대한 책임은 감염 사실을 알고 있을 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내측 변호인인 롤랜드 링클은 "한 마디로 몰랐어도 알았어야 했다는 것"이라며 "운전 중 부주의로 사람이 다친다면 운전자가 책임을 진다. 질병에도 같은 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같은 판결로 사람들이 HIV 검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에이즈의 확산을 막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지연 기자 miffism@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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