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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것 잘랐다가 하느님께 야단..."
[현장] 대법원 '성전환자 호적 정정 여부' 첫 심리 격론
    최경준(235jun) 기자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 오마이뉴스 권우성

"멀쩡한 것 잘랐다가 나중에 하느님께 야단 맞는 것 아닌가 갈등했다. 사회가 성숙했다면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이무상(64)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모든 사람은 자유 의지로 성을 결정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창조주만이 남자와 여자를 결정할 수 있다." - 박영률(65) 목사 (국가발전기독연구원 원장)

18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 사법사상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리가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이날 심리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A씨 사건을 대상으로 했다.

A씨는 지난 2003년 성별변경 및 호적정정 청구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성전환자의 호적 변경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잣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심리는 이무상 교수와 박영률 목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성전환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성전환자측 "입법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가혹"

심리에 앞서 A씨의 대리인인 이태화 (법무법인 청풍) 변호사가 나와 변론을 했다. 이 변호사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음지에 있는 성적 소수자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성전환 수술로 인한 성별 정정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한 호적법이 문제가 있다면 특별법 제정이나 개정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그런 법제가 없는 상황에서 호적법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성전환자의 신청을 배척하고 향후 입법 절차를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물학적 성 개념에서 사회적 젠더(Gender) 개념으로 확장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법부가 사법 적극주의를 펼쳐야 한다"며 "성적 소수자도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전환 수술에 의해 최종적인 성별이 호적의 성별과 일치하지 않으면 정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관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손지열 대법관은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경우 주민등록은 변경되겠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이 우리나라 법 질서에서 남자로 되는 것이냐"며 "공문서만 고치는 것은 오히려 본인과 법 질서에 더 혼란이 일어나고, 당사자가 더 소수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호적이 정정된다면 법 질서도 변화할 수 있고, 본인의 성 정체성이 더 확고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대법관은 다시 "인류 역사상 영국 의회가 가장 막강할 때도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일 외에는 다 할 수 있다'고 했을 만큼 어려운 문제"며 "법원에 얘기하는 것보다 국회에 청원을 해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근원적 해결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불이익이 심각하기 때문에 입법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휴머니즘 입장에서 가혹하다"며 "법원에서 결정해주면 입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학계 "성전환증은 선천성 질병...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 지난 2002년 대표적인 성전환자인 가수 하리수씨의 성별 정정이 허가된 이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하리수씨.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변론이 끝나고 참고인인 이무상 교수가 법정 앞으로 나와 소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10여년전 소위 암시장에서 불법 성전환 시술을 한 환자에게 완성 수술을 해준 것을 계기로 성전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우선 "성전환증은 세계적으로 선천정 정신 질환으로 규정되는 추세"라고 전제한 뒤, "통용적 기준이 됐던 외부 성기나 염색체 등이 더이상 성별 판단 기준이 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염색체가 XX이지만 남성일수 있고, XY이지만 여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의학적으로 남녀 성 판단은 뇌의 특수 부위의 구조적 차이로 구별할 수 있다는 <네이처>지의 보고가 있었다"며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해부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술을 해주고 나서도 환자는 좋아하지만 마음이 찜찜한 경우가 많다"며 "진성 성전환증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도 편하고, 의료인도 편하고, 법률적으로도 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옛날에는 산파가 (외부 생식기만 보고) '아들이네' 하는 것이 그대로 성적 판결로 결정됐다. 그것을 교정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어려워서 그렇지 성전환증은 태생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오남용이 절대 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 교수에게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수술을 하면 성적인 변환이 되고, 기능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 교수는 "내부 성기 발육이 부족할 수 있지만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의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고, 이 교수는 "성기 성, 염색체 성, 정신적 성, 사회적 성 등 7~8개의 성으로 나눌 수 있다"며 "그러나 7~8의 성이 서로 짝이 안 맞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손지열 대법관은 "혹시 수술 후에 후회한다거나 원래 성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환자가 더러 있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던 정신분열증 환자가 수술을 요구했는데, 담당 의사가 기술적인 호기심으로 시술을 했다가 나중에 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듣고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며 "그러나 진성 성전환증 환자에게서는 그런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 교수의 설명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듯 "성이 남자와 여자밖에 없다면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 "여자가 남자로 수술을 해서 결혼까지 하고 살면 여자냐 남자냐"는 등의 질문을 여러차례 던졌다.

이 교수가 "처음에는 성기를 잘라서 여자로 잘 살다가 나중에 남자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며 "선천적인 것과 양육되어진 것,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자, 이 대법원장은 "허허, 어려운 문제네"라며 답답해 했다.

이 대법원장은 끝으로 "의사 입장에서 자연적으로는 남자인데, 여자로 길러져서 결국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면 호적을 바꿔줘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의 답변은 이랬다.

"성기가 기형인 아이가 있었다. 할머니가 '고추'가 아니라고 해서 잘라내고 딸로 길렀다. 21살 때 저에게 왔고, 내가 '넌 남자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남자로 바뀌더라. 그 사람에게는 간단한 수술만 해줬고, 지금은 회사 운영하면서 애낳고 잘 산다. 옛날에는 흔히 있었다. 그러나 호적에는 여성으로 돼 있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

종교계 "성전환 수술은 성형 수술에 불과"



▲ 기독교계는 현대 사람들이 생물학적 성을 중요시 않는 경향이 있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 정정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대법원장은 여전히 명쾌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한 듯 "그 정도로 하자"며 이 교수를 내려보내고, 호적 정정을 반대하는 박영률 목사를 법정 앞으로 불러 세웠다.

박 목사는 "현대 사람들이 생물학적인 것을 중요시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소수이고,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것"이라며 "성전환 수술을 해서 해결할 문제 아니다. 외국에서는 성형 수술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이어 "생물학적 성은 염색체가 바뀌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 것이고, 사회적인 성은 상담이나 심리적 치료를 받으면 바뀔 수 있다"며 "성과 생명에 관한 문제를 인위적으로 수정하도록 창조자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번 호적을 정정해 주면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소수의 권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공통체의 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박 목사는 성전환 수술을 허용하면 범죄 은폐나 군복무 회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김영란 대법관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도저히 치료가 안되는 경우가 있고, 범죄나 윤락 행위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 오히려 제도적 보완을 해야지,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능사냐"고 따져 물었다.

박 목사는 그러나 "(성전환자들은) 약물이나 음식을 잘못 먹어서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며 "그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성전환자 1000명 추산... 제2의 하리수는 극소수  


현재 우리나라의 성전환자는 얼마나 될까? 대법원은 "신뢰할 만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미국 정신과 학회가 조사한 자료를 우리 인구에 대입하면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전환증 환자들은 거액의 비용을 들여 수술을 해도 호적상 성별이 바뀌지 않아, 혼인신고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표적인 성전환자인 가수 하리수씨가 성별 정정이 허가된 이후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 성별 정정이 허가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2004년 전국 법원에 22건이 접수돼 10건이 허가됐고, 지난해에는 26건 중 15건이 받아들여졌다.

이중 지난 2003년 전북 정읍지원이 김모씨에 대한 호적 정정 사건에서 진보적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당시 법원은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더라도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으로부터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청구권을 도출할 수 있다"며 "성전환 수술에 의해 마지막 성이 확정된 시점에서는 당초의 호적부상 성별 기재는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의 경우 1972년 스웨덴이 일찌감치 환자의 성별 정정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고,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경우 과거 법원은 성전환자 호적 정정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2003년 특례법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미국은 각 주별로 다른 입법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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