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여성전용 카페 레스보스(Lesbos)는 레스비언 집합소로 유명하다.
꽤 알려진 금남(禁男)의 집이지만 내부는 여느 카페처럼 평범하다. 여성만의 공간임을 알 수 있는 표시는 벽에 걸려있는 작은 무지개 장식. 동성애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 하나는 화장실이 여성용밖에 없다는 것.
김명우 사장(48)은 언론매체에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레스비언이다. 2000년 SBS TV에서 김사장 인터뷰를 내보내 일약 유명해졌다. 가족·친지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누군가 우리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내가 나이도 많고 장사하고 있으니까 떠맡게 된 거죠.”
예상했던 대로 당장 주변의 반응이 달라졌다. 동네에선 활달한 여사장에서 졸지에 ‘변태아줌마’가 됐다. “방송을 본 동네반장님이 3일동안 인사도 받지 않더라고요.”
레스비언이라고 알려지면 당장에 위험이 따른다. 김사장도 간간이 남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음란한 욕설을 하다가 끊어버리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불질러 버리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협박을 당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레스보스 카페 주변에는 경찰이 신경써서 순찰을 돈다. 주인과 손님이 모두 여성이라 범죄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후배를 찾고 있다. 낮에 레스보스로 찾아오는 청소년 이반(異般·동성애자)을 돌봐주고, 밤낮으로 걸려오는 젊은 친구들의 고민전화를 받을 사람이 필요하다.
또 누군가는 앞에 나서서 얼굴 내밀고 레스비언을 대변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커밍아웃은 단순한 용기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김사장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어서 어찌할 수 없었다”라며 “조금 ‘다른’ 사람들이 덜 힘든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