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구승회 동국대 교수.윤리학. 한채윤 성적 소수자인권센터 부대표.김정수 기자]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 판단기준에서 삭제하려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방안에 대해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대 측은 대부분 동성애 자체를 반인륜적.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반면 찬성 측은 생물학적으로 열성일 뿐 정상적인 성 행태인 동성애에 대해 청소년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현재의 기준은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 "음란물 개방인 양 우려할 필요 없어"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을 명시한 시행령에서 '동성애' 조항 삭제를 입법예고한 것은 한국 사회의 진일보를 명시하는 뜻깊은 일이다.
일찍이 미국정신의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는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정상적인 성적 지향'임을 공인했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다거나 '사회 통념'상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내세우며 삭제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 통념이란 '흔히 그렇게 여기는 것'을 뜻할 뿐이고 '보편적 가치' 역시 동성애를 '비정상'과 '변태'로 규정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편견에 불과하다.
이번 삭제 결정은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해악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모든 청소년들의 성정체성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정확한 정보 제공과 균형 잡힌 교육으로 충분하다.
동성애자임을 깨닫는 건 성인이 되어서도 늦지 않다는 식의 말은 죄의식 등에 시달리는 많은 청소년들의 고통을 간과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 동성애 조항 삭제가 마치 음란물 개방인 양 우려할 필요는 없다.
동성 간 성교를 선정적으로 다룬 상업적 음란물 등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
한채윤 성적 소수자인권센터 부대표 *** "性的 정체성 확립에 혼란만 부를 우려" 인류 역사상 왼손잡이가 없었던 적이 없듯이 동성애자가 없었던 적은 없다.
그러나 동성애가 특별히 관용되던 시대(예를 들면 후기 그리스)라고 해서 급격히 증가하지 않았다.
동성애를 금지하고 부당하게 제한하고 심대한 불이익을 주던 시대라고 해서 감소하지도 않았다.
사회적 차별과 제도 때문이던 간에 동성애는 이성애보다 불편하고 불행하다.
이는 이성애자의 차별과 불관용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왼손잡이를 적대시하지 않지만 밥 먹을 때, 지하철 표를 개찰할 때, 가위 등 연장을 다룰 때 불편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왼손잡이 특별법'을 만들 수 없듯이 동성애자들의 성적 활동 전반을 법의 규제로부터 해방시키려는 '동성애자 보호법' 같은 것을 만들기보다 이성애자의 최소 관용의 폭을 넓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동성애 표현물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의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얼핏 보면 성적 다양성과 자기결정권을 확대하고 성해방(성 담론의 해방)에 기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결정은 동성애 문제를 다시 도덕의 부담으로 돌림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성 윤리학의 전통적인 반대 논변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의 성적 정체성 확립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입법 예고가 동성애가 '건강하고, 장려할 만한 성적 관행'이라거나 더욱이 동성애를 표현한 매체물, 특히 영상매체의 무해함을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구승회 동국대 교수.윤리학 ◆ '온&오프 토론방'의 다음 주제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어떻게 생각하나'입니다.
인터넷 중앙일보 www.joongang.co.kr에 김헌동(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김문경(대한주택건설협회장)씨의 찬반 의견이 올라 있습니다.
독자 토론 내용은 24일자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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