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기분이 묘했죠."
영화배우 하지원(24)이 "학창시절 동성애를 살짝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내년 1월 16일에 개봉되는 영화 '내사랑 싸가지'(신동엽 감독)에서 여고생 역을 맡은 그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고교시절의 추억와 관련해 "동성 후배들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여학교에서 동성끼리 우정을 넘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춘기의 통과의례 같은 일이다.
하지원도 한때 그런 분위기에 휘말려 가슴앓이를 했다.
경기도 수원의 영신여고를 졸업한 하지원은 고1 때 서울에서 이곳으로 전학했다. 처음에는 낯선 곳이라 학교생활이 녹록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았고, 한동안 따돌림을 당해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하나 둘 친구가 생기면서 여느 여고생처럼 발랄하게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고2 때였다.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예체능에서 발군의 재능을 뽐내는 하지원을 향해 특별한 감정을 품는 학생이 늘어갔다. 쉬는 시간에 하지원이 자리를 비우면 책상 서랍에 연애편지와 사탕 같은 사랑의 선물이 쌓이는 일이 잦아졌다. 대부분 후배들이 보낸 것이었는데 그 중에는 팬레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도 있었다.
'언니, 사랑해요'라며 절절한 감정을 적어내려간 편지가 수두룩했다.
하지원은 "전학생으로 외롭게 지낸 시간이 있어서인지 후배들이 보이는 관심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싫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성의 사랑을 받는 여학생들의 특징은 선머슴 같은 이미지인 예가 많다. 하지원은 "남학생 같지는 않았지만 커트 머리에 활달하게 운동장을 누비고 다녀 후배들이 호기심을 보인 모양"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본인이 먼저 동성의 학우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애절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후배들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행동에 신경을 쓰곤 했다"며 난감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모든 게 학창시절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추억"이라고 밝힌 하지원은 "'내사랑 싸가지'에서 교복을 입고 연기하는 게 각별했다"고 영화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덧붙였다.
조재원기자 jone@ 사진 | 조경호기자 c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