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성애자 주교선출 ''시끌''
미국에서 최초로 동성애자 신부가 주교로 선출된 것을 두고 교단의 질서가 흔들리고 성경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교단 안팎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성공회의 일종인 미국 감독교단의 데이비드 모이어 주교는 지난 7일 이 교단의 뉴햄프셔 교구에서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 신부가 평신도들의 투표로 주교로 선출된 것에 대해 "교단에 일대 혼란과 엄청난 분열을 불러올 시발점"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성이 사제가 되는 것도 반대하는 모이어 주교는 "동성애자 주교의 출현으로 미국 교단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교단이 분열될 것"이라며 "로빈슨 신부가 종교적 신념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오만방자하게 처신하고 있다"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모이어 주교를 비롯한 많은 성직자들이 동성애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조물주의 뜻에 어긋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독교단은 1998년 ''성서에 위배돼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할 정도로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동성애가 비교적 널리 용인되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교단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신과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동성애자가 주교직을 맡게 되면 동성애를 금지하고 교리를 설파할 명분이 없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로빈슨 신부는 다음달 전국 총회에서 비준을 받아야만 정식으로 주교직에 취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교단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계속될 전망이다.이 논쟁이 교단 분열의 시작이자 악의 뿌리인지,아니면 성경교리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전기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당분간 각국 교단이 혼돈과 우려에 휩싸일 것임은 분명하다. <워싱턴타임스 9일자>
[세계일보] 2003-06-11 () 07면 846자
/정리=김희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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