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식적이지 않은 일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건 처음인 것같네요.
오늘 종로에서 술자리가 끝나고, 잠이 깨버린지라
혼자 새벽 두시에 청계천변을 앞뒤로 박수치며 파워워킹하다
한기를 느끼고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와서 책을 읽었습니다.
김승옥의 <서울, 1964 겨울>이란 책이었고 단편집이라 금새 다 읽어버렸네요
소설의 배경도 종로이고, 계절도 맞아떨어진지라 신기합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인 감정에서 풀어냈어요.
전 친구사이에 나와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신의 영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인인지라.
이 소설이 더 와닿은 것 같네요.
우린, 전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도시는 뭔가요?
라디오는 항상 똑같은 노래만 틀고,
옳고 그름의 개념 따윈 지겨워요.
"절망이란 단순히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논리가 꺾이고 지성이 힘을 잃고 최악의 감정, 예컨데 증오조차 사라져버리는 저 마구 쓰리기만 한 감촉의 시간. 도회를 떠난다고 해도 이미 갈 곳은 없고 죽음으로써도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 불더미 속에 싸이기나 한 듯이 안절부절못하는 사나이여. 유희의 기록이라도 하라."
"경계하면서 사랑하는체, 시기하면서 친한 체, 기뻐하면서 슬퍼해주는체, 저는 너그럽습니다, 라고 표시하기 위하여 웃으려는 저 입술의 비뚤어져가는 저 선이여. 모나리자 같은 선생님, 만수무강하십쇼."
"웃기 잘하던
그 청년이 죽으면
세상도 조금은 쓸쓸해지겠지."
"가엽다. 가엽다. 가엽다. 가엽다. 가엽다. 가엽다. 가엽다. 이젠 됐나. 김군?"
첫 차가 다니기 시작했네요.
이 도시도 점점 활기를 찾겠네요.
모두들 즐거운 한주의 시작되시길.
술을 안깨었도, 성 정체성은 찾아야지! 사나이며, 김군이며 다 모레니?
글구 청계천에서 길녀 뛰기에는 좀 그렇지 않니? 남산이면 몰라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