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까 아래에 있는 글 쓰고 배가 고파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달걀 3개를 삶아먹으려고 냄비에 넣고 불을 켰지요...
그러고 미용실 가려고 했는데....
잠시 후, 전화가 왔어요, 어제 시연회 했던 극장에서.
공연 10분 전인데 음향이 안 나온다는 거예요.
게다가 관객도 만석인데 큰일이라고...
어제 시연회 하고 음향을 원래대로 해놓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쩌냐고...
아무튼, 오퍼레이터들은 기계를 잘 몰라서 음향이 나오게 할 방법을 찾지 못한 거죠.
저 역시 기계치라... 막막하더라구요.
급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해결 방법을 알아내 다시 전화를 해서 설명해줬는데,,,
못하겠다는 거예요.
할 수 없이 대충 옷 챙겨 입고 택시타고 대학로로 날아갔어요.
하지만 이미 공연 시작 시간은 지났고...
관객들 틈을 지나 음향문제를 어렵게어렵게 해결했어요.
근데 이번엔 조명이 문제가 생긴 거예요.
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손도 막 떨리고... ㅠㅠ
그냥 조명은 온/오프 정도로 하기로 하고 30분 딜레이 돼서 공연이 시작됐어요.
공연팀 배우 중에 한 명이 나한테 이건 고소감이라며 화를 냈어요.
뭐 할말이 없더라구요. 그냥 미안하단 말밖에...
다행히 조명은 공연 중에 정상적으로 돌아왔다지만 아무튼
소심한 미로는 가슴이 콩딱콩딱... ㅠㅠ
그러고 내 잘못은 생각 안 한 채
속으로 '조명 음향 확인을 공연 10분 전에 하는 게 어딨나?'하는 이딴 생각이나 하면서
일단 집으로 다시 왔어요.
저의 옥탑궁 방문을 열었어요.
네, 매퀘한 연기와 후끈한 기운이 저를 삼키더군요.
그리고 어디서 개 태우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거예요.
그때서야 아뿔싸! 생각이 나더라구요, 달걀 세 개가...
처참하게 타버린 냄비와 그 안에 까맣게 타다 못해 녹은 듯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달걀 세 개... ㅠㅠ
10년이 넘는 자취 생활에 냄비며 주전자며 태워먹은 게 3~4개 정도 되는 미로지만,,,
이번에 좀 절망적이었어요. ㅠㅠ
오늘 무슨 날인가? 싶더라구요.
대단한 시연회 한답시고 어제 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리고 있어서,
아버지가 노하신 건가 싶기도 하고.. ㅠㅠ
불을 끄고 연기를 대충 빼내고 다시 짐들을 챙겨서 극장으로 갔어요.
공연이 끝나길 기다린 다음 공연팀 관계자에게 미안하다 말 한 후
내일 공연 무대 셋업하고 돌아왔네요... ㅠㅠ
동네 사람들이 신고 안 한 게 참 신기해요.
창문으로도 연기가 막 나가고 있었을 텐데...
여전히 개 태운 냄새는 안 빠지고 있어요.
냄새 어떻게 빼죠???
참, 그리고, 이번주 일요일에 또 연습참여를 못하겠 됐어요 ㅠㅠ
꼭 가겠다고 해놓고선... 좀 많이 민망하고 미안하네요--;;
일요일 4시부터에 음악녹음 일정이 잡혀서요.
음악 녹음 끝나고 혹시나 종로에 모여 있다면 뒤풀이 때 얼골이나 비춰야겠네요.
아~~ 우울한 하루에요ㅠㅠ
간만에 깊은 잠 자서 피로가 풀리는가 싶더니...
너무 큰 사건들이 툭툭!
미용실도 못 가고...
잠이 올까 싶지만 자야겠어요.
낼 오전 공연 콜이 8시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