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공연을 보기위해 대학로를 거닐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이 곳을 거닐게 된 걸까?...
그들을 상상하자 모르는 이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티켓팅을 기다릴 사람들, 일에 시간을 쫓기며 초조해할 사람들,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움직임을 상상하니 몸이 공중에 뜨는 느낌이었다. 황금같은 주말 저녁, 그들은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이 장소에 모여들었다. 지보이스의 공연을 보기위해서.
지난 3개월 동안 이 공연을 위해 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매주 편히 쉴 수 있는 여유,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 애인과의 시간까지도. 하지만 단 한 순간도 후회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고 내 존재라는 것을 더욱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들의 신념 뿐만 아니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감싸안고 더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형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2010년도의 오늘이 있지 않았나 싶다. 2006년의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했을 모습을 떠올리면 5년만에 대극장에서 펼쳐질 무대는 마치 영화같다. 빈 무대를 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앉게될지, 내 친구들은 어디에 앉을지 기대하고 고민하며 걱정을 조금 곁들여 본다.
두번의 리허설을 마치고 세번째 리허설을 하러 입장했다. 조금은 어둑한 통로를 지나 푸른빛이 감도는 무대에 또각또각 구두를 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 자리를 찾아갔다.
이전의 리허설과는 다르게 그때는 캄캄한 객석에 알 수없는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이 웃고있을지, 무어라 흉을보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내 주변에 함께 맞서싸울 사람들이 서있어서 떨림을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었다.
첫 노래가 시작된다.
지난 나를 돌아보면 자신감으로 살아왔었는지, 비관으로 살아왔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삶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살아본적은 없다는 점이다. 숨어서 생활하고, 숨어서 술마시며, 숨어서 연애를 하는 내 모습이 밈지는 않았지만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언제나 한켠에 숨어사는 존재로서만 인식할 뿐이었다. 그 와중에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나는 주인공이라며 노래를 외치고 있었다. 가슴이 쩌릿했다. 분명 우리는 관객 앞에서 '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쑈'는 관객들을 위한 '쑈'가 아니라 우리들을 위한 '쑈'였다. 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을 향해 내가 주인공이라는 외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소수자라는 낙인은 특별한 타이틀이었다.
주인공이었던 시간은 흘러 뒷풀이를 하며 저마다의 느낀점을 발표했다. 갑작스레 긴장이 풀려서 였을까, 정신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하늘나라에 있을 스파게티나님의 이야기를 했다.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상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건 흔한일은 아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노래를 지으며 부르며 떠나보내며 느꼈을 수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그리움을.
지방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앉았다. 혼미해서 공연이 어찌되었는지 느낄 겨를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내려가야할 시간이었다. 달리는 버스에 앉아 잠시 생각을 멈추고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았다. 갑작스레 눈물이 흘렀다. 너무 행복하면서도 너무 슬펐다. 행여나 누가볼까 더듬더듬 휴지를 찾았다. 따스히 말을 건내던 사람들이 떠오르다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겨우 마음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갖었다.
지난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느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노라 말하고 오늘 이 순간이 행복했느냐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그렇다고 시인하겠다. 힘들다의 정의와 행복하다의 정의가 한끝차이라는 점을 이번기회에 느끼게 되었다. 누구나 힘든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견딘다는 것과 즐긴다는 것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
그누구보다 애인님께서 많은 걱정을 해주었다. 몸이 축난다며 꾸짓기도 했다. 하지만 난 힘들지 않았다. 거짓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행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거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모두가 힘들었을 시간이었다. 분명 누군가는 힘들었을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견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그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을 잊게만드는 마약같은... 아뭍은 그 무언가. 그렇게 한 두사람의 노력이 모여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진 것처럼 나도 그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었다기 보다 행복했고 즐거웠다.
기숙사에 도착했다.
무대에서는 잘 생각나지도 않던 오드리의 노래를 물뜨러가던 내내 흥얼거렸다.
당분간은 이런 시간이들이 잦을 것 같다.
기숙사 동생들은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는 그저 교회 성가대에서 부르는 노래즈음으로 생각할 것이다. 싫어하는 내색은 안해서 고맙긴한데 이 녀석들도 이 노래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지만 가사가 하나같이 주옥같으니까.
지난 시간이 꿈같다.
행복하다.
그래서 너무 신기하다.
그 분주한 열기 속에 있었던 사람이 내가 맞나... 싶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짜식ㅎㅎ고생많았어~이럴줄알았음정말꽃다발사갈걸그랬는데ㅠ 오늘은특히나니가내친구인게자랑스럽고뿌듯한날이었어
함께 기뻐할수있어서 행복했음! 앞으로도 화이팅!
참! 기회가된다면 뒷풀이때 다른분들도너무너무멋있었다고좀전해주~~ 열심히연습한진정성이느껴졌고 사랑하는지인들앞에서 당당하게설수있는모습 정말멋지고부러웠음~! 오늘 그 기분 잊지말고즐기렴- 연락하숑~ㅎ
짧은 리셉션 시간 동안 긴 말을 잇지못했던 녀석과 헤어지고 난뒤 받은 문자라 더 감동이었다. 초대한 친구들이 모두 오진 못했지만 가슴으로 미안해했고 축하해주었다.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벅찬 순간을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친구의 말투를 빌자면 다신 올것같지 않다는 말따우는 쓰고 싶지 않다.
갑자기 공연이 끝난후 로비에 가득찬 분들이 떠오른다.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서성였을 그 얼굴모를 사람들,
한분 한분께 인사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내년의 공연을 기약하고 싶다.
앞으로 더 피곤하게 살아보려한다. 벅찬 삶이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니 더 열심히 사는 수 밖에...
다시 밤샘과제를 하러가지만 난 힘들지 않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떨림이 가시질 않아서.
오늘 잠들 수 있을까 모르겠다.
------------------
공연할 때부터 느낀 점이예요.
두서없이 적어내려가느라 정신이 좀 없어요;
좋은 기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님들 동생님들 모두 정말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조치원에 있구나....!!
우리 본가가 소정리라서....기회되면 본가에 한번 초대할께 가까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