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의 오바마가 될 수 있을까? 지난 9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동성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성애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해 화제가 된 가운데,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박원순 시장이 지자체장 최초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할지 주목된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청계천 일대에서 개최된다. 축제 기간 중에는 'LGBT 영화제', 'HIV/ADIS 인식개선'을 위한 전시회, '퀴어 퍼레이드' 등 음지에 있던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박원순 시장님이 축사해주셨으면"
동성애자 인권단체 '친구사이'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박 시장을 초대했다. 지난 12일 친구사이의 박재경 대표와 이종걸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발언대 '할말있어요'에 올라 박원순 시장에게 공식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 2010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서울시장이 되면 동성애자 단체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이번 2012 퀴어문화축제에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참석해서 축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의 요구에 대해 현장에 나와 있던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관계자는 "말씀하신 내용을 서울시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전부터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인 지난 2010년 11월 친구사이와 한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사회의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 편견이 팽배하고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동성애자 이계덕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 정보공개 청구에서 서울시는 "모든 시민은 평등과 차별금지를 명시한 헌법과 성적지향 등 구체적 차별금지 대상을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서울시는 이러한 법 규범을 존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서울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 역시 지난 4일 서울시청 홈페이지 '원순씨께 바랍니다'를 통해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러한 노력은 서울시가 지난 10일 입법 예고한 '인권기본조례안'에도 잘 나타난다. 해당 조례안에는 ▲ 인권센터 설치 ▲ 시민인권보호관 설치 ▲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구체적인 차별금지 대상에 대한 차별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동성애자들은 이를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개 구청에 '동성애자 차별 반대' 현수막... 보수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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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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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성소수자 인권 존중' 행보는 서울시내 자치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이씨는 '서울시민 중 누군가는 성소수자입니다'이라는 문구로 현수막을 제작해 몇 곳의 구청 관내 공공게시판에 광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구청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결국 이씨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현재 종로구에 현수막이 걸려 있고, 앞으로 용산·금천구 등 5개 구청에서도 현수막을 걸 계획이다. 국내에서 관공서에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광고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서초구의 경우는 '미풍양속을 해치고,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편, 보수 시민단체와 기독교 단체는 박 시장의 전향적인 행보가 구청이 광고를 허용하는데 영향을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과 바른교육교수연합 등 233개 단체는 지난 13일 '박원순 시장 동성애 광고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치명적인 질병과 자살률을 높이는 위험을 가진 동성애에 대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광고를 올리는 것은 소수의 왜곡된 권리주장만을 받아들여 결국은 동성애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 광고 허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