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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동성결혼을 지지했고, 서울시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광고를 게시했다.


원문 주소: http://arthurjung.tistory.com/159



작년 12월, 캐나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병역 거부자를 난민으로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평화주의자이자 동성애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국내 최초로 동성애 지향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며 해외 망명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캐나다 이민, 난민심사위원회(The Immigration and Refugee Board of Canada, IRB)는 3년 간의 심사 끝에 "신청인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징집돼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 한국군에서 동성애가 정신적 질병이자 공식적 혐오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 그는 조약상 난민이며 보호의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며 이 한국인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사회는 여러모로 매우 역동적"이라고 말한 그는, "한국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때가 되면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언제쯤이면 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데 바로 어제 미국과 한국에서,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뉴스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 성소수자 차별금지 광고 허용이다. 사실, 미국 뉴스보다 한국 뉴스를 먼저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성소수자 차별금지 광고에 대한 소식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고, 동성결혼 지지 발언은 그래도 보도가 좀 많이 된 편이라, 우선 오바마 소식부터 말한 다음에 서울시 얘기를 해보겠다. 자 그럼 2012년 5월 10일 동성애 문제에 관해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오바마_박원순.png  


오바마 "나는 동성커플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1961~ )가 동성간의 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Barack Obama 대통령은 현지시각 9일에 있었던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동성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런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지지자들에게 별도로 이메일까지 보내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두 딸 말리아와 사샤의 친구들 중 동성 결혼을 한 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보통의 부모와 다르게 취급되선 안 된다고 믿게 됐다"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Golden Rule)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단다.


오바마는 인터뷰에서 "나는 게이(gay, 남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남성)와 레즈비언(lesbian, 여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여성)들도 공평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굳게 생각한다... 현 정부가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말라는 미군의 정책)'를 폐기해 뛰어난 군인들이 국가를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한 이유도 이 때문 ... 전통적으로 주 법이었던 '동성결혼 금지법'을 연방법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나는 엘지비티[LGBT: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양성애자), 트렌스젠더(Transgender, 성전환자)]에 대한 폭넓은 평등에 지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성결혼에 대해 '시민적 결합(civil union, 결혼과는 다른 형태의 동성 가족 구성, 동성커플에게 결혼과 같은 법적 지위나 부부의 권리를 인정하되 결혼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겨 조금은 주저해온 게 사실"이라면서 "많은 국민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매우 강한 전통과 종교적 믿음 등을 함축한다는 사실을 나는 민감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자의 시민사회적인 권리는 옹호하면서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evolving)'면서 유보적인 견해를 밝혀왔다고 하는데, 마침내 어제 동성커플의 결혼에 대해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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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0일 보도: 세계일보(좌), 한겨레(우)]


위의 표에서 보듯이, 미국 역시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2009년과 2010년을 기점으로 거의 같아지더니, 이제는 찬성하는 비율이 약간 더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이 재선을 앞둔 Barack Obama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테고, 특히 동성결혼에 대한 정치성향별 태도를 보면 오바마의 결정이 더 잘 이해가 된다. 민주당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이 동성결혼에 대해 정반대의 찬반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건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추세라고 한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 승패를 좌우할 몇몇 경합주(swing state)와 격전지(battleground)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한 걸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바마 지지의 두 축인 흑인과 히스패닉도 이 이슈를 놓고 갈라질 공산이 크다고 한다. 과연 오바마의 이 폭탄과도 같은 승부수가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도에 의하면, 2001년에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후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가 뒤이어서 동성결혼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민적 결합(실질적인 부부로 인정)의 형태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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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Gaga 트위터(@ladygaga) 캡처]


한편, 지금 이 시점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지난 달 27일에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를 했던 레이디 가가(Lady Gaga, Stefani Joanne Angelina Germanotta, 1986~ )인데, 그녀가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레이디 가가 하면 또 생각나는 게 한국의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 그녀의 공연에 대해 취소를 요구한 건데, 그들은 "그동안 외설적이고 음란한 것뿐만 아니라 살인, 인육 먹기, 자살 콘서트, 사타니즘, 동성애 지지 등으로 세계적으로 큰 이슈와 함께 논란이 됐다"는 걸 레이디 가가 공연의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사회질서와 혐오감 운운하며 동성애를 결사 반대한다. 동성애를 마치 무슨 병인 것처럼 생각하고, 세상의 순리를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뼛속까지 종미(從美)라고 하는 청와대의 누구와 비슷하게) 그들은 종종 서울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찬양하기도 하는데,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보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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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료: 뉴시스]


서울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지금부터는 서울시의 성소수자 차별금지 광고 게시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그런데 사실, 이 내용은 언론에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 (언론사 파업 때문일 수도 있고) 기자들은 별로 중요한 뉴스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앞의 오바마 기사와 함께 상당히 의미심장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커밍아웃(coming out,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힘)'한 동성애자가 서울의 몇 군데 광고판(구청 광고 게시판 현수막, 시내버스 모니터 광고와 음성 광고, 지하철 내외부 광고)에 사비를 들여 동성애자 차별금지 광고를 게재하고자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와 관련된 문구라는 이유로 광고는 반려됐고, 이 동성애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의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서게 된다.


중간에 이런 저런 논란이 많이 빚어졌고 문구 자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정이 있었던 걸로 보이지만, 어쨌든 5월 7일에 시내버스 모니터 광고가 내붙여졌고, 마침내 5월 10일에는 종로구청의 광고 게시판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리고 이에 앞서 서울시는 정보공개 청구 답변에서 "모든 시민은 평등과 차별금지를 명시한 헌법과 성적지향 등 구체적 차별금지 대상을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서울시는 이러한 법 규범을 존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서울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월 25일과 26일에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일간지와 <메트로>, <포커스> 같은 무가지에 동성애자 차별금지 광고가 게재된 데 이어, 서울시의 대중교통과 관공서 광고판에 사상 처음으로 성소수자 차별금지 광고가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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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2012년 5월 10일 JTBC 뉴스 화면 캡처]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건, '동성애자'라는 표현은 게재가 안 되고 '성소수자'라는 표현은 광고가 된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동성애 차별금지'에 대한 광고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라는 취지의 광고는 허용하기로 했단다. '동성애'라는 문구가 "청소년의 보호 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말인데,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인해서 오랜 검토 끝에 종로구청 광고판에 걸린 현수막도 '동성애자'라는 단어 대신 '성소수자'라는 표현으로 바뀐 게 아닐까 추측된다(만약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가 되었다면 좀 더 명확한 내용을 알 수도 있겠지만, 위에 보이다시피 종편인 'JTBC 단독 보도(?)'라고 한다). 아무튼 종로구에 이어 용산구, 은평구, 광진구도 이 현수막 게재를 허용했다고 하며, 원래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왔으니, 우리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도 상황이 좀 나아질 듯싶다.


호모포비아는 줄어들고, 커밍아웃은 늘어날 것


앞서 미국 얘기를 했는데, 미국은 인구 10명 중에 8명 이상이 기독교를 믿는 국가다. 한국보다 기독교인 비율이 훨씬 더 높은데(개신교만 따지면 그 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그런 미국도 대통령이 동성결혼 지지 발언을 할 만큼 최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교회'를 다닌다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확산하는 주범'이라며 레이디 가가의 공연조차 취소를 요구한다. 다른 때는 미국이 하는 일이라면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그대로 잘 따라하더니, 왜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안 그러는가? 오히려 그들은 "동성애자를 동성애자로 살게 하는 것으로는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억지를 부리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보수 정치인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단다.


과연 박근혜나 보수 정치인들이 이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는데,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종교의 자유도 있다(게다가 우리나라는 기독교 국가도 절대 아니다). 일부의 보수 개신교 단체에서 무슨 짓을 벌이든, 한국 사회도 점점 더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도들이 거의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동성애를 혐오하는 인간들도 별로 늘지는 않을 테고, 그 반면에 이제까지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적지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주위를 둘러봐라.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도 동성애 코드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이런 문화상품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화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확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공식적으로도 그렇게 변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한국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구와의 싸움에서 시간이 우리편인 것처럼, 이 문제에서도 시간은 성소수자들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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