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 하나있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하던 작가가 자신의 작가로서의 살아온 인생을 주제로 인터뷰어와의 문답을 엮은 책이다. 이 작가는 사진으로만 보면 어딘가 샌님같고, 조용하고, 정적인 구석이 있는데 책을 보면 묘사가 날카롭고, 그로테스크함도 보여주면서, 남성에게 느끼는 야릇한 섹슈얼 감성도 읽게 해준다. 고등학교 때 처음 봤던 이 사람의 책이 실제의 남성들 보다 섹시했던 건 묘한 섹시함이 이 사람의 글에도 있었던 것이다. 더더군다나 이 사람의 책이 좋았던 것은 이 은근한 구석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항상 우리에게 기대했던 결과물을 주고 그것의 절대적인 결과물이 나오면 그 이미지로 평생 남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언제나 꾸준히 꾸준히 결과물을 주면서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하는 만성형의 사람이 있다. 아마도 이 작가는 후자일 텐데 그가 이렇게 고집스럽게 글을 쓰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완변한 낙관론이 이 세상에 보여주는 폭력성 보다는 비관론적인 세계관이 오히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는 거다. 세상은 결국 멸망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저항을 꾸준히 실천하는 비관론자에게 전진이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은 결국 인권운동도 결국 그러할 진데, 어떠한 저항에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인간의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우리가 계속하려는 작업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저항의 본성이 있고 그것은 평생 우리가 해야할 싸움일테고, 그래서 한순간 한순간에 끝나지 않기에 언제나 스스로 이 끊임없는 운동을 하기위한 스스로의 준비과정이 필요할 테고, 그것은 해마다 해마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일요일 오후 지보이스 연습을 하러 지하철 1호선 출구를 나왔다. 그때 이어폰을 통해서 들었던 음악이 판타지아라는 흑인 여가수의 'Bittersweet'였고, 삶은 결국 그렀구나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레이스 강 언니의 국수집 앞에서 갈라언니와 재우언니가 '야 이년아. 뭐가 좋아 그렇게 웃고 있냐?'며 내게 '탁'하는 순간을 주었다. 아하 이런게 삶이구나 하면서 이러한 생각, 생각들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또 우리 언니 들은 내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구나 싶었다. 생각이 생각으로 연결되는 일요일 오후 비오는 거리에서 느꼈던 감정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