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제가 친구사이에 오니까 학생인권조례 서명을 받고 있더군요.
작년 7월부터 시작했다고 하고 서명 받는 기간이라고 하더라구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학교에서 체벌하는데 별 생각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남학교에서 받는 체벌이랑은 급이 다르겠지만
저도 대걸레자루로 엉덩이 맞아서 피멍 들어 앉지도 못했던 적이 있었고,
또 어떤 미친여자를 담임으로 만나 난생 처음 따귀도 맞아보고 하이힐에 쪼인트도 까여봤는데
그냥 학생이면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맞고 공부했다고 후배들도 맞아야 한다는 건 못된 심보고, 대체 언제까지 학생을 때려서 가르칠 건가 싶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성소수자 학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지내야 했는지 몰랐어요. (이성애자가 이렇죠 뭐-_-)
오자마자 친구들 닦달해서 20장인가 받고 제출해서 ‘요쯤?’하고 묻어가려고 했는데 다 받고 보니 중복서명 등등해서
모자란답니다……… -_-
그래서 다시 서명작업…….저는 극후반부에 들어가서 조례제정운동본부 회의에 2번 정도 가고.. 거리서명 받는 작업엔 겨우 한 번같이 했어요. 비 오는 날 인사동이었는데 빡십디다.. ‘애들을 때려서 가르쳐야지!’ 역정 내는 아줌마가 있질 않나. 그간 우리 회원도 그렇지만 이 서명을 받기 위해 땡볕과 장마비에 고생했을 분들이 얼마나 빡셨을지 짐작도 안 가더군요.
그런데 또 덜컥;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되면서 나온 교육청 수정안에 차별금지가 빠졌답니다…
ㄱ- ….. 아 진짜…!
네. 빡쳤어요. 상근하기 전엔 ‘이런 써글노무시끼들이!’하고 열냈겠지만 이 것들이 일을 보탠다고 생각하니 빡쳤어요.
성소수자공동행동이 만들어졌고, 회의.. 회의.. 또 회의.. 는 기즈베님이 참여하시고; 어쨌든 친구사이에서도 1인시위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절박해졌어요. 제가 오자마자 겪었던 군형법 92조 대법원 판결 때 본 그 씁쓸한 표정들.. 차라리 슬픈 표정이면 나았을텐데 ‘이럴 줄 알았다’고 쓰게 웃는 표정들을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앞에서 ‘동성애자 창궐한다’ 같은 피켓을 들고 만세를 부르던 보수단체의 웃음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일은 장대해지더군요. 결국 성소수자 공동행동에서는 무려 ‘점거시위’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날이나 안 추운가;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너무 무력한 기분을 느낄 것 같다는 말이 너무 가슴 아프기도 했죠. 어쨌든 점거시위는 시작되었고.. 저는 우리 언니들이 그 추운 곳에서 잠자며 농성하는 것만도 불안하고 마음 아픈데, 꼴통보수들이 몰려와 모욕하고 난장을 피운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치가 떨렸습니다. 소식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현장에 계신 분들은 어땠을까요? 사무실 지킴이가 되어 농성장에 함께 하지도 못하고 트위터만 보며 발 동동 구르는 시간들.. 아마 회원 대부분이 같은 생각이셨을 겁니다.
대망의 금요일. 교육 상임위 통과를 기다렸는데 이것들이 월요일로 패스-_-;
돌아보면 그 바람에 주말에 더 힘을 받은 것 같죠? 그리고 다시 월요일.. 달달 떨며 트위터만 보는데 결국 오전에 수정안이 상임위 통과했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다행히도 차별금지 항목은 그대로. 이제 오후. 본회의 들어가더니만 정회-_-; 길고 긴 시간 끝에 다시 회의 속개되어 중계되는 발언들을 보며 열도 받고,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 통과 소식이 전해지니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히히~
올해 제가 받은 가장 큰 상처는 (저 보기보다 상처 잘 받.. ㅋㅋ) 펄스 다녀왔다는 제 블로그 글에 자신이 게이라고 밝힌 누군가가 쓴 덧글이었어요.
게이인권운동이라고 해봤자 게이에게 도움도 안 되고 인권은 시간이 약 같은 거라고 믿거든요
라고 하더군요. 제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다시 똑똑히 얘기해주고 싶어요.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건 없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연대해줘서 이뤄냈다고. 이제 작은 시작이지만 이걸 시작으로 다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낼 거고.. 오바마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더 나아가서 동성결혼도 가능하도록 모두가 노력할 거라고. 단디 말해줄 거예요.
제일 많이 고생하신 우리 기즈베님, 같이 고생을 자처하신 재경언니, 재우언니, 시간 날 때마다 농성장을 지켜주시고 방문해주신 많은 회원분들, 추운 날 거리 공연까지 해주신 우리 지_보이스, 특히 지지발언 해주신 진석 어머님 ^^ 통 크게 국수 100인분 쏜 그레이스 강,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정말 많이 공감하는 부분 하나.
제가 문득 가장 공포감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무관심'이었거든요.
하여간. 지나누나.
함께 해주셔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