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실은 모임에 나가서 커밍아웃 경험이 있으신분들 얘기도 들어보고나서 하려고 했는데 얘기를 하다가 반쯤 충동적으로 했습니다. 이게 안좋다는 건 알고 있었고, 어디서 '커밍아웃 할때는 동성애자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식의 단어를 쓰는 게 상대의 반발을 덜 불러온다'는 얘기도 봤는데... 그냥 직구를 던졌습니다.
"나 바이섹슈얼이야."
"바이... 뭐?"
"양성애자라고."
사실 예전부터 말하면 받아들여질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그래도 마음이 잡히지가 않고, 겨우겨우 마음을 잡고서도 말을 하려니 심장이 떨리고 말이 끊기더라고요. 중요한 할말이 있다고 하고나서 저 말을 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고나서 '난 바이섹슈얼이니까 여자도 사랑할 수 있지만, 더이상 내 지난 사랑의 절반을 숨기고 부정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려는데... 부정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 진짜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어찌할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엄마가 아무에게도 하지않은 얘기라면서 지극히 사적이고 전혀 생각도 못했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소수자의 얘기는 아니지만)엄마도 지금 나한테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 얘기가 받아들여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참 얘기하다가 "만약에 결혼적령기에 우연히 여성을 좋아하게 되더라도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어."라는 얘기도 했는데 그건 정말 아무렇지않게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어차피 너 평상시에 말하는거 보면서 넌 결혼 안할거라고 생각했어. 니 동생한테나 기대해야지"라고. 헉.
마지막에 엄마가 갑자기 포옹하면서 다시금 확신을 줬고, 지금은 가족에게 커밍아웃이 끝났다는 생각에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째 동생에게 미안하더라구요. 예전에 대안학교 갈때도 그렇고 이래저래 내가 매번 일반을 벗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동생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언젠가 한턱 쏘면서 동생이랑 그 얘기도 해봐야겠어요.
11월 5일 지_보이스 정기공연 오후 4시 공연차에
가족모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어머니랑 두 분이서 오시고, 공연후 다른 가족들과 함께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커밍아웃은 게이란 단순한 고백의 의미를 벗어나 " 나는 살고 싶다" 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받아주거나 인정하는 것 등 등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용을 베푸는 것에 만족하기 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일상에서 성소수자로서 나의 감정을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서 그들은 우리를 이해하기 시작할 것 입니다.
엄마에게 이런 책을 선물해주세요
1) 게이컬쳐홀릭(친절한 게이문화 안내서)
2) 기타 우리단체 추천도서 등( 무지개도서보내기 클릭하시면 추천도서 안내가 나옵니다.)도
어머니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인 자신도 그리고 커밍아웃을 받게된 가족들 모두 공부가 필요하답니다.
정기모임 때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