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가 좀 말을 생뚱맞게 잇는 사람이라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연스럽게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화자나 청자에게 좋은 거 같다.
코밍아웃을 하면서 피하거나 숨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나름 움직여왔다. ‘여자친구’로 시작되는 말로 시작한 레퍼토리로만 열 명 남짓의 사람들에게 코밍아웃을 했다. 다들 괜찮은 사람들이었고 상황은 꽤 훈훈했다. 관계가 더 돈독해진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어제,
내가 일하고 있는 가게에 외국 손림들이 많이 와서 북적거렸다. 처음 보는 낯선 이. 그 공간을 꽤나 맘에 들어 하는 사람. (내 아는 외국인 말로는 외국에서는 여자친구, 남자친구니 사생활 질문 잘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살짝 말하다가 이내 결혼했느냐, 내 왼손을 보고는 아니네 하더니, 나이를 묻고 이내 여자친구 여부를 물어보는 사람. 없다고 했더니 또 꼬치꼬치 물어 오기에 나 개이라고 했더니, 캄착 놀라서 지겹도록 몇 번이나 진짜냐고 하던 사람. 그러면서 자기도 개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거 어렵지 않느냐고. 내 상황에 관해 조금 얘기했더니 넌 정말 ‘럭키’하댄다. 이렇게 물어오는 걸로 짐작컨대 이 사람은 자신이 개이라는 것으로 상처를 깨나 받은 것도 같고. 암튼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ㅋ
(참고로 내가 개이라는 걸 가게에 자주 오는 꽤 친한 외국인들 너 댓 명은 이미 아는데, 그 외에 나머지들은 내가 개이든 아니든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서로 막연하게 친절한 사이.) 막연한 사이인 사람 둘을 두고 이 개이는 지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쟤도 개이래’ 하면서 아우팅같은 걸 하더라. 그 개이 말을 듣던 두 명의 여자 사람은 도리어 ‘얘가 널 당혹스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나를 걱정해주는 게 아닌가. (외국인들 보기에 난 개이같지 않은가도 싶었지만) 나 개이 맞다고 했더니 둘 다 캄착 놀라더라. (too handsome to be gay, all handsome guys are gay 라는데, 나는 외국인들에게 팔리는 얼굴인가 잠깐 자뻑) 다행?이도 그 둘은 내가 개이라서 불편해하고 그런 건 없었다. 내가 챠증나는 건 그 처음 만난 개이의 태도. 뒤에서 얘기하는 건 또 몰라. 사람을 바로 앞에 두고 아우팅 비슷한 걸(비슷한 게 아니라 아웃팅) 해대는 것이 맘에 들지 않더라.
만약에 그 셋 사이에서 자기에 개이란 걸 자기가 밝히고, 지원군 같은 게 필요해서 나를 끌어들인 거라면 차라리 귀엽게라도 봐줄텐데. 그런 상황도 아니었던 거 같아서 ‘그 게이’에 대한 짜증이 줄지 않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난 불쾌하다고 전해줄거다.
어떻게 하면 통쾌하게 복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ㅋ(똑같이 찌질하게 아웃팅하는 류의 복수 말고, 뭔가 고차원적인 지능형 안티!! 재밌는 방법있으면 전수비 내고 전수받겠습니다. 댓글이나 쪽지 원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