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욕주 상원은 24일 찬성 33표 대 반대 29표로 동성 결혼 인정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법안이 통과되고 통상 10일이 지나 서명하던 관례를 깨고 즉시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마침내 뉴욕은 동성 커플이 결혼할 자유나, 이성 커플과 가족들이 받는 기초적 보호를 누리는 것을 막아온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내용의 환영 성명을 냈다.
뉴욕주는 이로써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코네티컷, 아이오와, 버몬트에 이어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6번째 주가 됐다. 수도 워싱턴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돼 있다. 외신들은 뉴욕주의 동참은 인구 규모나 뉴욕시의 위상 때문에 파급력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첫 테이프를 끊은 매사추세츠를 비롯한 5개 주와 워싱턴을 합쳐도 뉴욕주 인구(1900만명)를 넘어서지 못한다.
동성애자들과 그 지지자들은 주도 올버니의 의사당 부근과 뉴욕시 맨해튼 등지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결혼할 자유’라는 단체를 이끄는 에번 울프슨은 “뉴욕에서 승리한 만큼 앞으로 모든 지역에서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뉴욕 출신으로 동성애자 권리 운동에 참여해온 가수 레이디 가가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사랑과 정의, 평등을 위한 싸움이라는 혁명은 우리 것”이라고 밝혔다. 신디 로퍼와 알리사 밀라노 등의 연예인들도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동성 결혼 붐이 일 조짐도 보인다. 10대 때 텔레비전 시리즈 <천재 소년 두기>로 유명해진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는 동성 약혼자와 곧 결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이미 5년 전에 프러포즈를 했고, 몇년간 약혼반지만 끼고 있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3년 안에 뉴욕주의 동성애자 2만여쌍이 결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뉴욕주 밖에서도 4만여쌍이 결혼하기 위해 뉴욕주로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2주 전 야당이 발의한 동성 결혼 인정 법안이 부결된 프랑스의 파리에서는 25일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뉴욕주 의회의 결정을 반기며 프랑스 정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곳은 캐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등 10여국이다.
한편 동성 결혼 반대가 당론인 공화당이 다수당인 뉴욕주 의회에서 법안이 가결된 배경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 지사 쪽이 월스트리트의 공화당 고액 후원자 3명을 끌어들인 게 주효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업체 경영자로, 아들이 동성애자인 폴 싱어 등은 쿠오모 지사 쪽의 설득에 따라 100만달러(약 10억8000만원)를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에 썼다고 한다. 동성 결혼 합법화를 주도한 쿠오모 지사가 가톨릭교도라는 점도 역설적이다.
‘천재소년 두기’부터…6만여쌍 결혼러시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