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6월의 추천도서 - <루나>
예전에 수녀원에서 가는 피정(주: 가톨릭에서 기도, 묵상 등을 위해 일상을 떠나는 일)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하리수가 처음 앨범을 내고 활동하며 화제가 되던 때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하냐’하는 누군가의 물음에 답하신 수녀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죠. ‘그 사람은 남자 몸에 여자 영혼이 들어있는 것이니까 원래 영혼에 맞는 몸을 되찾은 것뿐이에요.’
친구사이가 추천하는 6월의 도서 <루나>는 오빠이자 언니를 둔 여동생이 쓴 17세 MTF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본인도 남과 다름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가족 중에 조금 남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닌가봅니다. 오빠와 함께 다니는 학교에 오빠가 여자 옷을 입고 화장까지 하고 나타난다면 동생의 기분이 어떨까요? 인생의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일에도 취해야할 행동에 정답은 없습니다. 이 가족이 보이는 모습이 대부분의 이야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구요. 하지만 중요한건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정작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서 성별이나 성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냥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뿐이 아닐까요?
이 책의 저자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라고 합니다. 주로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글을 써왔다고 하는데요. <루나>는 미국도서관협회에서 뽑은 최우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부럽네요. 우리 무지개도서팀이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있겠지요.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이 그런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책 초반에는 단어나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지만 조금만 참고 15~20%의 부분을 넘기시면 곧 루나가 된 리엄과 그의 여동생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으시게 될 거예요. 생각보다 유치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