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날이랑 당일날 달랑 이틀만 일해서 스탭이었다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소감 몇 자 올릴게요.
해마다 기다려지고 가슴 벅찬 지보이스 공연이지만, 이젠 정말 많이 컸고 틀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년에는 꽤 넓어 보이던 극장이 올해는 좁게 느껴진 건 단지 장소가 익숙하거나 많은 분이 무대에 오르셨기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갈수록 노래랑 춤도 다양해지고 무대 활용도도 높아지는데, 그만큼 거기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물론 증가 일로인 관객분을 위해서도 더 넓은 공연장은 필수구요. (매년 골칫거리인 대관료 문제만 해결된다면...)
관객 얘기가 나와서 말씀인데, 수화 통역이랑 한영 자막은 정말 필요하고 좋은 생각이었어요. 우리 사회 전체는 물론이고 성소수자 공동체에서도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분들에 대한 고려를 예전엔 재정난 때문에 못했지만 이제는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이어가고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죠. 그리고 외국인 관객도 늘어가니까, 비록 공연의 흐름이랑 시간적 제약 때문에 모든 사회 진행 멘트까지 통역할 순 없지만 최소한 노래 내용은 전달될 수 있도록 영어 자막 쓰신 것도 참 잘하셨어요. 우리 노래들, 특히 자작곡들은 가사가 아주 중요하니까요.
무엇보다도 제일 기대되고 뿌듯하지만 어려운 우리 자작곡들... 아주 사소하고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일상의 사건, 관계, 감정에서 영감 받으셔서 작사 작곡하시는 지보이스 분들 보면 감탄스럽고 부러워요.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많은 분의 시간이랑 노력이 들어가는 줄 알지만, 앞으로 더 다양하고 끼스럽고 기갈스러운 우리만의 노래를 마구마구(!) 부탁드릴게요.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올해 여성 객원 단원분들의 참여는 정말 기분 좋고 무릎 치게 만드는 일이었어요. 물론 모집에서 연습까지 이래저래 조율하기 쉽지 않으셨겠지만, 진짜 녀자분들(!)이랑 함께 공연하는 건 좁게는 지보이스, 그리고 넓게는 성소수자 공동체 바깥의 여러분하고의 소통이랑 연대에 더 없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같아요. 결국 남자 여자, 일반 이반을 떠나서 함께 신명 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주고 받는 거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일 테니까요. 게다가 관객 입장에서도 더 재미있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구요. 앞으로 여성 동지들의 꾸준한 참여는 물론이고 장애인, 이주민 등 다른 다양한 공동체에 계신 분들의 참여도 꾸~욱 추천할게요. 안타깝게도 아직은 레즈비언 합창단을 못 가진 우리 현실에서 지보이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단원이랑 스탭 여러분 모두 너무나 고생 많으셨고 애쓰셨어요. 여러분 덕에 적잖은 분께서 울고 웃으면서 위로 받고 감동 받고 용기를 얻으셨잖아요. 이렇게 못 잊을 하룻밤, 그리고 내년이 기대되는 날을 선사하셨으니 다들 복 받으실 거예요...! (단원이랑 스탭 여러분에 대한 개별적인 감사 말씀은 지보이스 게시판에~)
우리보다 역사도 길고 실력도 좋고 돈도 많겠지만, 외국의 게이 레즈비언 코러스들이 별로 안 부러운 건 지보이스는 바로 '지금 여기' 사는 게이들의 기쁨, 슬픔, 꿈을 소리 높여 표현하고 긍정함으로써 다른 성소수자, 그리고 모든 소수자랑 약자들한테도 손을 내밀기 때문이겠죠. 개인 사정 때문에 노래는 못하고 있어서 영 아쉽지만, 단원으로 무대에 서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랍니다. (아, 그 전에 살부터 빼야겠네요. 무대 진행하느라 헉헉거리면서 무거워진 몸을 절감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