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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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커버스토리 "친구사이 NEXT" #3]
Future of Friends :
연대의 시선으로 본 친구사이의 내일

처음엔 그냥 응원하러 간 자리였다. 작년부터 통역으로 RUN/OUT과 이어온 인연이 있었고, 공식적인 시작을 직접 보고 축하하고 싶었다. 그런데 바람 부는 옥상에서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Men’s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단순히 32년 동안 써온 이름에서 단어 하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RUN/OUT에 대해서는 응원과 함께 걱정도 있었다. 인권단체라는 틀 안에서 정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알면서도 나선 사람들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졌다. 마음연결에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다. 어디서 상담을 받아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당사자들에게 흔쾌히 소개해줄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과 감사함이 밀려오는 동시에, 아직 그런 공간이 필요한 현실이 함께 떠올랐다. 그 두 감정이 늘 같이 온다는 게, 이 일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감내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사업들이 필요 없어지는 날을 바란다고 흔히들 말한다. 나도 그 말을 믿는다. 다만 오늘은, 그날이 오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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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부모모임
상근활동가 영인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가 새로운 공동체 비전을 제시하는 "친구사이 NEXT"에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오랜 역사는 그 자체로 명확한 목표와 비전, 공동체의 신뢰, 그리고 시대에 발맞춘 전략적 유연성을 증명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바람이 부는 친구사이 사무실 옥상에 앉아, 이들이 그리는 미래를 함께 경청했습니다.
첫 번째 선언은 영문 명칭에서 "Men‘s"를 삭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트랜스포비아(성전환자 혐오)의 흐름에 맞서, 더욱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이 결단은 실로 ‘친구사이다운’ 행보였습니다. 더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RUN/OUT 프로젝트를 필두로 한 ‘성소수자 정치 생태계 형성’ 선언이었습니다. 법과 제도는 우리의 존엄과 권리를 수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그리고 그 법과 제도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정치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선의에 희망을 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권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 없이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당사자 자신임을 우리는 매번 깨닫습니다. 이제는 한 명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많은 동료들이 외롭게 정치권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각개전투를 할 것이 아니라, 진영을 넘어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아래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선언을 계기로 친구사이가 퀴어 정치인들이 결집하는 성소수자 정치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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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법조회
회장 루카 (a.k.a. 세르반다)

친구사이 정기모임 행사에 초대해주셔서 스카이콕을 대표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친구사이 NEXT "Future of Frineds"에서 다뤄진 주제들을 보면서 참 뜻 깊은 시간이자 자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RUN/OUT 프로젝트 출발 선언의 순간을 함께 하게 되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게이 정치인이 탄생하길 기원하며, 그 정치인이 게이라서 이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라는 정체성이 지극히 그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로 여겨지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고대합니다. 또한 Men's out을 통해 다양성의 포용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실천해나가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항상 이쪽 바닥의 어두운 그늘에 따뜻한 빛이 닿을 수 있게 선봉에서 투쟁해주시는 친구사이의 행보에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이번 리오프닝을 통해 마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가는 순간처럼 얼어붙은 차별의 벽에 균열을 일으키는 역사적인 서막이길 바랍니다. 친구사이 리오프닝 축하드립니다. 게이 베드민턴 동호회 스카이콕도 항상 곁에서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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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베드민턴 동호회 스카이콕
회장 체리

정기모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웃단체 행성인 트랜스퀴어인권팀을 초대했다. 내게도 연락이 왔다. 아유 뭘 초대까지(생각했는데 지금 요청 받아 후기 쓰는 걸 보니 초대의 깊은 뜻을 알 것도...). 행사를 삼부에 걸쳐 진행하던데 뭔가 단단히 준비했구나.
사정전(지금도 그렇게 부르나 모르겠다)은 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옥상으로 안내를 받았다. 사람들이 이미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한쪽엔 와인과 케이터링이 가득하다. 먹는 거에 후하구나 친구사이, 해질녘에 와인을 깔아놓은 건 반칙 아닌가 생각하면서. 부러웠다, 와인 말고 옥상이. 행성인이라면 사무실 앞 인공잔디에서...아니다.
2부 중간에 나와서 막상 할 얘기는 첫 프로그램 정도다. 친구사이의 새로운 미션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RUN/OUT과 '금토일은 친구사이', 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까지 세 축의 사업이다. 성소수자 정치인 만들기와 성소수자 친화적인 정치 환경 만들기를 앞세워 나아가고, 저변에 소모임을 중심으로 교류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강화한다면, 그 심중에는 자살예방 등을 통해 회복을 도모한다는 청사진으로 이해했다. 물방울을 그려 위에서 아래로 세 가지 미션을 설명하는 방식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잘 잡힌 구조가 근사했다. 간결하게 사업을 만들기까지 엄청 고민하고 논의한 시간이 있었을 거다.
세 가지 미션이 전면에 선다면, 핵심은 단체 영문명에 men's를 빼기로 한 것으로 보였다. 단어 하나지만 즉흥적으로 결정한 건 아닐거고, 많은 시간동안 누적된 고민과 엄청난 결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게이라는 울타리에서 다른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까지도 환대하고 품어낸다는 뜻 아닐까, 게이라는 명명을 시스남성으로 국한하지 않으면서 커뮤니티의 고약한 위계를 재고하려는 건 아닐까 마음대로 생각해봤다. 현장에 동분서주하는 상임활동가들의 면면이 다양해진 모습은 변화의 결의를 보여주는 단면 같다. 쉬는시간 동안 나와서 행성인 참가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단체 영문명 수정하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일 건데, 관련해서 어떤 활동 계획이 있을까 궁금했다(이미 몇 개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니 결단한 것부터 축하할일 아니냐는 트랜스팀 이안팀장의 대답. 난 마음이 급하다.
청중 질의와 토론이 활발했다. 정치인을 우리 세대에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물음과 정당과 진영 상관없이 성소수자 정치인이면 다 되는 건가 하는 질문, 영문 단체명을 수정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질문의 뾰족함 만큼 단체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커뮤니티와 인권운동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는 아마도 친구사이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화두일텐데, 지금 보이는 애정과 에너지처럼 오늘 모인 다양한 얼굴들을 많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한편으론 미션의 간결함만큼 주력하는 활동에 집중하면서도 무엇을 누락하거나 후순위가 되었는지 살피는 섬세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성소수자 정치인이라는 멋진 단어 저편에는 취약함과 결핍, 빈곤과 낙인이 여전히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있을 거니까. 물방울이 닿을 마른 땅의 표면을 살피면서, 적신 후의 토양을 또 기대하면서, 다음 일정이 늦었지만 지보이스 공연은 보고가야지 하면서, 남은 와인을 홀짝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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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상근활동가 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