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3월 |
|---|
[189호][기획]
'마음연결' #2 :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을
많이 이용해 주세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음연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친구사이는 20주년 기념사업으로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요구조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대한 자문을 듣는 자리에 모신 한 교수님은 성소수자의 자살실태를 두고. “이거는 말이 안 된다. 이렇게 높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후 후속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 일반 인구와 비교한 성소수자의 자살실태가 너무나 심각했기에 교수님의 이런 반응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014년 2월 어느 날, 저와 코러스 보이, 철호, 케빈, 가람, 나미푸, 승구 이렇게 7명의 친구사이 회원이자 G_voice 구성원이기도 한 이들이 모여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모임으로 시작해서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로 팀명을 정하고,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왜 인권단체가 해야 하는지, 왜 친구사이가 하려고 하는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해서 분했던 날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 사이 더 많은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를 잡든 뭘 잡든 시작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LGBTI 인권포럼 '우리는 원한다' 중 <성소수자 자살예방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간담회> 에서
일 년에 단 한 명이라도 자살로부터 구할 수 있다면, 그게 마음연결이 하는 일이에요.
지난 10여년의 활동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마음연결에 참여했다 중도에 개인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워서 아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시판 상담이나 전화상담이 열렸지만 이용하는 분들이 적을 때는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가 성소수자 일원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전문가 집단도 아닌데 의심하는 마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두세 달째 전화상담 이용자가 없던 어느 날, 풀이 죽어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형! 일 년에 단 한 명이라도 자살로부터 그 사람을 정말 구할 수 있다면, 그게 마음연결이 하는 일이예요.” 그렇습니다. 우리 작업은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상담을 시작하면 내담자가 변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합니다. 후배의 한 마디는 지치거나 힘들 때,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사이 우리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인 성소수자 자살예방지킴이 양성교육 ‘무재개돌봄’이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최초로 성소수자 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한 것이기에 마음연결의 경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도 의미 있는 사건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강사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활동은 다른 자살예방기관들, 정신의학 등 전문가들의 관점을 배우고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아쉬운 지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자살 예방 활동을 퀴어들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하는 활동이 정말 퀴어 다운가? 꼭 전문가처럼 해야 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퀴어다운 거는 무엇인가? 퀴어다운 거를 아직 정의할 수 없다면 어디서 누구에게서 배울 것인가?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2026년 3월 14일 성소수자 자살예방지킴이 '무지개돌봄' 교육
퀴어의 강점 "연결과 접촉"의 가치를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로 시작하겠습니다.
퀴어의 강점은 백 가지도 넘지만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접촉과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삶을 재구축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자살 연구가로 유명한 토마스 조이너는 자살의 중요한 요인으로 ‘소속감의 좌절’을 이야기 합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오는 단절, 외로움, 고립감 등이 자살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퀴어의 강점이 실패했다거나 허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러한 ‘접촉과 연결’이 자기 삶을 재구축하는 재료로서 작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연결은 2026년에 ‘접촉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성소수자들의 소속감 좌절이나 고립감 등에서 벗어나 접촉하고 연결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성소수자 자살예방 활동을 하고자 마음연결 회원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회원 구성도 게이를 넘어서 다른 성적지향,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분들도 함께 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고, 주요 사업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여러 가지 조건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과 더 열심히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퀴어다운 것은 무엇인지, 퀴어다운 ‘접촉과 연결’은 무엇인지 배우고 찾아가면서, 공동체의 안전망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26년 3월 7일 <성소수자 자살예방 감수성 캠페인 '무지개연결' - 신림 >
앞으로 마음연결은 센터로서 더 폭넓은 활동을 벌이며 모 단체인 친구사이 그늘을 벗어나지만, 친구사이 울타리 안에 있는 조직으로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며 활동할 것 입니다. 더불어 오늘이 있기까지 마음연결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분들, 아이샵의 김현구 소장님, 이반시티 박성준님, 애프터 킹의 차세빈님, 망원댁의 킴과 백펙님, 부산 드랙파티님, GB 모임, 연극 '레러미 프로젝트', 박지영 교수님, 김승섭 교수님, 고려대학교 역학 연구실, 이호림님, 이혜민님, 라이더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그리고 주변에 힘든 친구에게 마음연결을 소개해 주신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을 꼭 기억해 주시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
성소수자자살예방센터 마음연결
센터장 박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