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6
기형도 30주기 시 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읽은티"는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독서 모임 후기를
매월 친구사이 소식지에 기고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리스님의 감상>

글에는 힘(力)과 심(心)이 있다. 글을 읽으며 작가가 공들여 표현하려고 한 부분들을 짚다보면,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지며 때로는 글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거기에 필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독자인 나에게 퍼지면, 속수무책으로 글에 빠져들며 나를 화자에 대입하고 주인공인 마냥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기형도의 시가 나에게는 그랬다. 30년도 더 된 글들이, 거기에다 함축적으로 묘사된 단어의 나열들이, 시라는 장르를 통해 하나하나 박히며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이게 괜히 30주기라는 시기를 타 뭔가 거창한 마음으로 읽어서인지, 불멸의 청춘으로 남은 그의 유작이라는 명성에 숭고한 기분으로 접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요즘 나의 마음이 그의 글과 맞닿는 지점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부끄럽게도)시집을 그 어떤 장르보다 멀리 하던 내게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자기 세계와 바깥 세계가 뒤틀린 당시의 현실에서, 작품을 보면 괴롭고 이상한 내면을 끄집어내 글로 끄적인 게 절절하게 와닿는다. 그 현실은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상을 반영했을 수도 있고, 경제적 격동기에 늘어나는 빈부격차를 드러냈을 것도 같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성소수자인 나에게는 일부 시들이 정체성 혼란의 극치로 느껴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과 함께 유쾌한 상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시는 여전히 읽히고, 새롭게 각인된다는 평을 많이 보았다. 그것은 비단 그가 영원한 청년으로 각인돼 청년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때론 잽을 날리고, 어쩌다보니 어퍼컷이 훅 들어오는 순간을 접하게 되는 당사자라면 누구나 실감할 것이다. 갑자기 경기도 광명에 있다는 기형도 문학관을 찾아가, 그의 발자취를 톺아보고 좀 더 그를 알아갈 수 있는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끝으로 ‘시전집에 나온 시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시를 한 편 골라오라’는 가이드가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낭독을 못해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한다. 바로 <그 집 앞>이란 시다. 시를 읽으며 추운 겨울날, 종로 한복판에서 서로 팔짱 끼고 걷는 우리네 뒷모습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그 집 앞 / 기형도)
<황이 님의 감상>
내가 적은 시가
나를 노래하지 않더라도
그의 생이 어떻게 끝났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그 중 이른 나이에 끝난 재능 있는 사람의 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큰지, 고백한 적 없는 어떤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지는 모릅니다. 여기에 확실히 남은 것은 그의 시와, 아직 잊히지 않은 몇 가지 추억들뿐입니다.
시는 한 단어, 한 음절에도 많은 생각이 얽힙니다. 그건 지은 사람의 생각이기도 하고 보는 사람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보는 사람들이 지은 사람보다 더 많은 생각을 보탭니다. 그래서 지은 사람이 함축적으로 담은 주관을 초월하는 더 다양한 주관이 얽힙니다. 아주 다양한 주관이 모여 일부는 객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는 그렇게 지은 사람의 생각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생각도 품고 살아갑니다.
저는 가창되지 않은 노래도 노래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편의상 노래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냥 악보와 가사입니다. 가사가 악보에 맞춰 목소리에 엮일 때 드디어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래는 작곡 작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가창도 중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작곡가와 작사가보다 가수의 이름으로 노래를 기억합니다.
물론, 어떤 노래는 눈으로만 읽어도 속으로 불러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적는 시인이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비유는 자연스럽게 와 닿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비유가 조금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글을 적었고, 노래는 읽은 사람이 부른 것이니까요. 물론 시인도 글을 적고 읽어보며 노래하였겠지만, 글을 적은 순간보다는 읽은 순간에 노래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수는 결국 보는 사람이었겠지요.
같은 멜로디, 같은 가사라고 해도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 혹은 그 가수가 노래할 때의 주변 상황이나 감정은 어땠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로 들리기도 합니다. 감동의 폭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시는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와 큰 울림을 주고 뇌리에 박힙니다. 시의 소유는 물론 지은 사람의 것이지만, 그 순간엔 내가 나에게 부른 노래입니다. 그럴 때 내가 그 시에 엮은 생각은 그 어떤 객관보다 강력한 주관입니다. 그런 주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객관이라고 말하는 생각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의 시를 두고 어떤 사람은 게이 감성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게이 감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가 게이 크루징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하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가 게이였다고 확신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말을 합니다. 그의 시를 보라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책장 한 구석에 두고 가끔 불러보는 노래만 몇 곡 남기고, 그는 오래 전에 다시 오를 일 없는 암막 뒤로 숨었습니다. 막이 내린 검은 무대에 오직 그만을 위해 밝고 얇은 한 줄기 조명을 비춰 보아도, 흔들리는 암막 속에서 잠깐 사람같이 밝은 그림자 하나만 착시로 맺힐 뿐입니다.
행여, 내가 적은 시가 나를 노래하지 않더라도, 그는 암막에 비춘 얇은 조명 속 착시로 맺혀, 착시 맺힌 검은 눈들을 길게 이어 길로 삼고, 그 위에서 중얼거릴 수밖에요.
책읽당 참석 문의 : 7942bookpar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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