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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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47
천쓰홍, <귀신들의 땅>
작가는 귀신들의 땅이라는 소설을 왜 썼을까. 나는 이 책이 천쓰홍이라는 작가가 이 이야기를 뱉어내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던 절규 같다. 책 한권이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대만 현대사의 상흔, 그리고 가족과 고향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응축된 결과물같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 전반을 담아낼 수 있는 주어진 한 번의 기회를 사용한,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없는 기록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책인 '연을 쫓는 아이'가 떠올랐다. 배경은 전혀 다르다. 한 쪽은 대만의 작은 마을, 다른 한쪽은 아프가니스탄의 격동기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국가의 정치적 소용돌이와 전통과 명예가 씨실이 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날실이 되어 서로 교차하며 이야기를 직조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귀신들의 땅 작가는 인터뷰에서 '당대의 인물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갈 뿐, 역사적 의미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독자들은 책으로 인해 그 속의 인물들의 구체적인 삶을 마주하게 되고, 그 인물들이 겪는 구조적 폭력을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뛰어넘길 갈망하게 된다.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에 처하게 되는 인물들의 사실적이고 담담한 묘사들은, 독자들의 공감을 개인의 고통의 범위를 넘게 만들고 만다.
등장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들을 이야기 할 때, 서로 겹치는 인물들이 없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치밀하게 안배한 작가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주인공과 다섯누나들의 서사도 인상적이었지만 스트립쇼를 하는 동창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그녀는 귀신들의 이야기처럼 잔잔하게 어두운 책의 분위기의 극단에 서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디바'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 발랄함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녀는 3대째 스트립쇼를 하는 집안의 손녀이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스트립쇼를 하는 것이 그녀가 처한 운명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오히려 스트립쇼를 지나가다 본 주인공에게 숙제를 베끼겠다고 내놓으라고 한다. 주인공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폭행당할 때, 그녀의 스트립쇼는 무기가 되어 주인공을 구해낸다.
결국 결국 세월이 지나며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고, 전통적인 예술에서 외설적인 행위로 평가가 변화하지만, 그녀의 쇼는 주인공에게 구원자의 모습으로 영원히 남는다. 주인공이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녀를 다시 보러가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디바가 세월앞에 스러져 가는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소설의 제목 귀신들의 땅에 담긴 두 단어 '귀신' 과 '땅'은 각각 어떤 의미일까. 한국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처지를 욕할 때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대만인들은 '귀도'—즉 귀신들의 땅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이는 대만 사회의 부조리와 절망, 그리고 소외감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학교에서 배운 귀향소설의 전형처럼, 주인공은 변해버린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 '고향'이 '땅'이라는 단어와 뜻하는 의미가 많이 공통된다. 땅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자, 모든 것을 잃어도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심적인 보루처럼 작동한다. 셋째 누나가 자신의 고향 모든 것들을 열등하게 만드는 도시 타이베이에서도, 고향 용징의 고기완자 맛을 생각하며 타이베이의 고기완자는 가짜라고 느끼게 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땅은 이방인으로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땅 위에 있는 문화와 태도의 문법이 이미 몸에 배어있어 행동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반대로 게이였기에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았던 주인공에게 더 공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세대의 남자를 홀려버린 빨간 반바지와, 중심부를 가격당하고 나서 주인공에게 '장가 못가면 네가 책임져'라는 첫사랑 재질의 샤오촨, 주인공의 엄마와 뱀잡는 사내, 커플끼리 꾸렸으나 시대에 희생되었던 밍르서점 이야기, 그리고 결국엔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을 품평하는 책읽당의 모습까지 모두 글에 다 담지 못해 아쉽다.
나는 책읽당에서는 책을 읽지 않고 와도 괜찮다고 자주 말하곤 한다. 일단 모임에 나오면 자연스레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지고, 책을 읽지 않고선 할 말이 별로 없다. -윤형의 농담처럼, 말을 하지 못해 책읽당에 ‘귀신’이 되고 만다. 결국 다음 모임엔 책을 읽고 올 다짐이 선다. 소설 속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고 귀신이 되어 비로소 입을 열었지만, 나는 당신이 살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책읽당 당원 /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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