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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9] RUN/OUT 행사 참여자 응답을 통해 본 성소수자 정치 지형
2026-03-05 오전 10: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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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188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9]

RUN/OUT 행사 참여자 응답을 통해 본

성소수자 정치 지형

 

 

Ⅰ. RUN/OUT에 모인 사람들: 누가, 어떤 조건에서 만났는가

 

2025년 9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RUN/OUT 프로젝트 파일럿 프로그램(이하 'RUN/OUT')에는 총 12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어떤 세대와 지역, 어떤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일까. 설문을 통해 수집된 참여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RUN/OUT이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는지, 그리고 이들이 상상하는 성소수자 정치가 어떤 인식 위에서 형성되고 있는지를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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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세대 구성에서 비교적 뚜렷한 특징이 나타난다. 참여자들의 평균 출생연도는 1992년생이며 중앙값은 1993년생으로 나타났다. 이는 참여자 다수가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연령대에 위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대 분포를 구체적으로 보면 1990년대 출생자가 56명(4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00년대 출생자가 45명(35%)으로 그 뒤를 이었다. 1980년대 출생자는 14명(11%), 1970년대 이전 출생자는 5명(4%)으로 나타났다. 전체 참여자의 약 80%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라는 점에서 RUN/OUT 참여 집단은 비교적 젊은 정치 참여 관심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1970년대 이전 세대 역시 일정 규모 포함되어 있어, 완전히 특정 세대에만 국한된 집단이라기보다는 세대 간 경험이 부분적으로 교차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역 분포에서는 수도권 집중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체 참여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는 91명(7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경기도 거주자는 19명(15%)이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을 합하면 전체 참여자의 약 86%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RUN/OUT이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 물리적 조건의 영향이 크지만, 동시에 성소수자 정치 참여 네트워크가 여전히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참여가 확인되었다. 대구, 대전, 인천, 경남, 강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총 18명(14%)이 참여해 비수도권 단위에서 정치 참여를 탐색하는 흐름이 서서히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참여자의 커밍아웃 상태 역시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설문 응답을 바탕으로 보면, 전체 참여자 가운데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또는 일부·선별적으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63명(49.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절반가량의 참여자가 이미 자신의 성정체성을 일정 수준 공개한 상태에서 정치 참여를 탐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는 39명(30.5%)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공개하지 않았거나 공개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집단이다. 또한 비성소수자 참여자(앨라이) 역시 16명(12.5%)이 확인되어 RUN/OUT 참여자가 성소수자 당사자만으로 구성된 집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성정체성을 탐색 중이거나 명확한 범주로 스스로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참여자가 3명(2.3%)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응답자는 해당 문항에 답하지 않았다. 이러한 분포는 RUN/OUT이 단순히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커밍아웃 여부와 정체성 탐색 단계가 서로 다른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성소수자 정치 참여가 반드시 공개된 정체성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에 놓인 개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역시 비교적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에 나타난 대표 이력을 보면 정당 활동가와 국회 보좌진 등 정치 영역 종사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개발자·IT 종사자 등 전문직 종사자, 프리랜서, 대학생·대학원생 등 여러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참여자 3명 중 1명은 정당 활동이나 국회 보좌진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 5명 중 1명은 커뮤니티 단체 활동이나 시민사회 운동 경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RUN/OUT 참여자가 특정 정치 조직 내부 인력만으로 구성된 집단이라기보다, 정치 종사자와 시민사회 활동가, 그리고 일반 직업 종사자와 학생들이 함께 섞여 있는 혼합적 네트워크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응답에는 개발자, 정보기술 종사자, 농업 종사자,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어 참여자가 특정 정치 종사자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Ⅱ. 참여자들이 말한 ‘성소수자 정치’: 무엇을 정치라고 부르는가

 

RUN/OUT에 참여한 128명의 정치적 위치를 살펴보면, 이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 조직에 집중된 집단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치적 여정과 경험을 가진 개인들이 한 네트워크 안에서 교차하는 구조를 보인다. 일부는 이미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였고, 일부는 정치 참여를 막 시작했거나 탐색하고 있는 단계에 있었다. 이러한 분포는 RUN/OUT 참여자들이 단일한 정치 집단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치 참여 단계에 놓인 개인들이 함께 모여 형성된 초기 정치 네트워크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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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참여자들의 정당 소속 분포를 살펴보면 정치적 배경은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체 참여자 가운데 소속 정당이 없거나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약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당 소속을 밝힌 참여자를 기준으로 보면 정의당 18명(25.7%), 진보당 14명(20.0%), 더불어민주당 13명(18.6%), 기본소득당 9명(12.9%), 국민의힘 6명(8.6%), 녹색당 5명(7.1%), 조국혁신당 2명(2.9%), 그리고 세번째권력·노동당·여성의당 등 기타 정당이 각각 1명(1.4%)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당 분포는 RUN/OUT 참여자가 특정 정치 진영 내부의 확장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정당 공간에 흩어져 있던 정치 관심층이 RUN/OUT 행사 안에서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의당과 진보당 등 기존 진보정당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참여자 역시 일정 규모 존재한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정치 참여가 특정 이념 진영에만 국한된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의 정치 참여 단계 역시 단일하지 않았다. 설문 응답을 기준으로 보면 2026년 지방선거에 즉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참여자는 약 8명(6%)에 그쳤다. 반면 장기적으로 국회의원 등 출마 가능성을 고민하는 참여자는 약 18명(14%)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집단은 직접 후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선거 캠프 참여, 정책 지원, 조직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하려는 지원자·캠페이너형 참여자였다. 이 집단은 약 74명(58%)으로 전체 참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정치 참여 가능성을 탐색하는 관찰자 집단 역시 약 28명(22%)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포는 RUN/OUT 참여자들이 ‘후보군’ 중심의 집단이라기보다, 후보·캠페이너·지지자·관찰자 등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개인들이 함께 모여 형성되는 정치 생태계에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참여자들이 이해하는 성소수자 정치의 의미 역시 하나의 단일한 정의로 수렴되지 않았다. 설문 응답과 서술형 답변을 살펴보면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성소수자 정치가 단순한 정체성 정치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대표성, 민주주의 확장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권리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정치

 

가장 많은 응답은 성소수자 정치를 권리와 제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한 참여자는 성소수자 정치를 “위헌·불법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박탈당한 퀴어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 기성사회가 공고히 한 제도에 균열을 내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장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이를 “성소수자 이슈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성소수자의 경험을 반영한 제도를 개선하며 성소수자 권리를 제도화하는 정치”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응답은 성소수자 정치를 단순한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법과 정책을 변화시키는 제도 정치의 영역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여러 참여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친화적 정책 제시”, “성소수자 관련 법안을 입법하는 정치인”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정치의 핵심 역할을 권리의 제도화에서 찾고 있었다. 이는 성소수자 정치가 단순한 사회운동의 연장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정치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치

 

다른 한편에서는 성소수자 정치의 핵심을 정체성의 가시화에서 찾는 응답도 상당수 나타났다. 일부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를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정치인”, “성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낸 채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성소수자 정치인을 “존재 자체로 다른 성소수자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정치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응답은 성소수자 정치가 정책 생산의 기능을 넘어, 사회적 존재를 가시화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인을 “우리 편 같은 든든함”, “외로움과 싸움 속에서도 존재를 보이고 인식시키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동시에 커밍아웃이 반드시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확인되었다. 한 참여자는 “커밍아웃이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것을 정치적으로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고려하면서 성소수자 유권자와 신뢰를 쌓는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정체성의 공개 여부 자체보다 정치적 관계와 신뢰 형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서의 정치

 

흥미롭게도 일부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라는 개념 자체를 특별한 정치 영역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제시했다. 몇몇 응답에서는 “그냥 정치인”, “모든 사람이 그렇듯 어떤 당사자성을 가진 정치인”, “성소수자 정치도 일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한 참여자는 “모든 정치인은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이나 집단의 경험을 정책에 반영한다. 성소수자 정치인 역시 자신의 특성 중 하나인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성소수자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정치의 현실적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은 성소수자 정치를 특별한 정치 영역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민주주의 대표성의 확장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참여자들은 “이 사회에 존재하는 퀴어의 비율만큼 의회에도 퀴어 정치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치적 대표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일부 응답에서는 성소수자 정치가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대표성 확장의 흐름 속에 위치한다는 해석도 등장했다. 한 참여자는 “정치 권력이 엘리트에서 보통 사람에게, 남성에서 여성에게 확장되어 왔듯이 성소수자 정치 역시 인권과 평등이 확장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면 RUN/OUT 참여자들이 이해하는 성소수자 정치는 하나의 단일한 의미로 수렴되기보다 제도 변화, 정체성 가시화, 민주주의 대표성 확장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관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인식의 다양성은 성소수자 정치가 특정 이념이나 전략으로 단순히 설명되는 현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치 경험과 기대 속에서 형성되는 다층적 인식 영역임을 보여준다.

 

 

 

Ⅲ. 성소수자 정치를 둘러싼 인식은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서 나뉘는가

 

RUN/OUT 참가자 128명 가운데 주요 설문 문항에 응답한 118명을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설문은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와 정치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정치 참여 관심도, 출마 상상 가능성,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 조건, 정치적 가시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커밍아웃 정치인의 대표성 등에 관한 질문을 통해 참여자들의 인식 구조를 확인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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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문 문항별 공통점과 차이

 

설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정치 관심도를 보이면서도, 성소수자 정치가 형성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단일한 인식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 참여 자체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선거 출마를 상상하는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가 확인되었다. 또한 성소수자 정치가 어떤 조건에서 시작되고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도 개인의 등장과 제도 변화, 가시성과 안전, 공동체 경험과 개인 정치인의 역할 사이에서 다양한 인식이 함께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성소수자 정치가 특정 개인의 등장이나 상징적 사건만으로 형성된다고 보기보다 정치 참여 환경과 사회적 조건, 그리고 공동체 경험이 함께 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도

나는 평소 정당이나 선거 등 정치 활동에, (1)관심이 크지 않다 ↔ 관심이 크다(5)

 

첫 번째 문항은 평소 정당 활동이나 선거 등 정치 과정에 대한 개인의 관심 수준을 묻는 질문이다. 이는 성소수자 정치 인식 이전에 참여자들의 기본적인 정치 참여 성향을 확인하기 위한 문항이다. 해당 문항의 평균 점수는 4.01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응답 분포를 보면 4점 40명(33.9%), 5점 46명(39.0%)으로 전체 응답자의 약 73%가 4점 이상을 선택했다. 반면 정치 관심이 낮다고 응답한 1~2점 응답자는 12명(약 10%)에 그쳤다. 이 결과는 RUN/OUT 참여자들이 일반 시민 집단이라기보다 이미 정치적 문제의식을 일정 수준 공유하고 있으며 정치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비교적 높은 집단임을 보여준다.

 

(2) 출마 상상 가능성

나 혹은 주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1)현실적으로 어렵다 ↔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5)

 

두 번째 문항은 정치 관심과 실제 정치 진입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질문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과 실제 선거 출마를 상상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문항이다. 응답 평균은 3.14점으로 나타났다. 분포를 보면 3점 응답이 33명(28.0%)으로 가장 많았으며, 4점 32명(27.1%), 2점 25명(21.2%), 1점 15명(12.7%), 5점 13명(11.0%) 순으로 나타났다. 출마를 현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고 응답한 4~5점 집단은 약 38%,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응답한 1~2점 집단은 약 34%로 비교적 유사한 규모로 분포했다. 이는 참여자들이 정치 참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선거 출마는 여전히 높은 장벽을 가진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정치 관심과 실제 정치 진입 가능성 사이에는 일정한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3)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사회의 조건: 제도 vs 대표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1)법과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 성소수자인 정치인이 먼저 당선되어야 한다(5)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식에 대한 인식에서도 제도 변화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해당 문항의 평균 점수는 2.94점이었다. 응답 분포를 보면 2점 41명(34.7%), 1점 19명(16.1%)으로 법과 제도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응답이 총 60명(50.8%)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소수자 정치인의 당선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4~5점 집단은 39명(33.1%)이었다. 이는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인의 등장 자체가 사회 변화를 자동적으로 가져온다고 보기보다, 제도적 기반과 정책 환경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치 대표성과 제도 변화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인식 역시 함께 확인된다.


(4)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 조건: 사회의 변화 vs 개인의 용기 

성소수자 정치가 시작되려면, (1)사회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 ↔ 개인의 용기와 커밍아웃이 우선이다(5)

 

이 문항의 평균 점수는 2.95점으로 나타났다. 응답 분포를 보면 2점 35명(29.7%), 1점 22명(18.6%)으로 사회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총 57명(48.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개인의 용기와 커밍아웃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4~5점 집단은 41명(34.8%)이었다. 이는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의 출발을 특정 개인 정치인의 등장이나 결단보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치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용기만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참여가 가능해지는 사회적 조건과 제도적 환경이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우세하게 나타났다.

 

(5)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 안전 vs 드러냄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은, (1)“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전에서 출발한다 ↔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5)

 

해당 문항의 평균 점수는 3.78점으로 나타났다. 응답 분포를 보면 5점 47명(39.8%), 4점 36명(30.5%)으로 전체 응답자의 약 70%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정치’에 가까운 응답을 선택했다. 이는 참여자들이 정치 환경의 제약을 인식하면서도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이 존재를 숨기지 않는 가시성 속에서 확장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동시에 정치 참여가 반드시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 역시 함께 나타나, 가시성과 안전 사이의 현실적 긴장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6) 커밍아웃한 정치인의 당선 조건: 개인의 당선 vs 공동체의 경험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정치인이 당선되려면, (1)특별한 개인의 출마 및 당선이 더 중요하다 ↔ 공동체가 함께 쌓는 경험과 기억이 더 중요하다(5)

 

해당 문항의 평균 점수는 3.68점이었다. 응답 분포를 보면 4점 39명(33.1%), 5점 28명(23.7%)으로 공동체 경험의 축적을 강조한 응답이 총 67명(56.8%)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1~2점 집단은 21명(17.8%)에 그쳤다. 이는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인의 당선을 특정 개인의 돌파적 사건으로 보기보다 공동체가 축적해 온 경험과 사회적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의 대표성: 전체 유권자 vs 성소수자 공동체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정치인의 대표성은, (1)불특정 다수 유권자에게 더 향한다 ↔ 성소수자 공동체에게 더 향한다(5)

 

마지막 문항의 응답 평균은 3.61점으로 나타났으며, 4점 34명(28.8%), 5점 38명(32.2%)으로 성소수자 공동체를 향한 대표성을 강조한 응답이 총 72명(61.0%)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일반 유권자 대표성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1~2점 집단은 27명(22.9%)이었다. 이는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인의 역할을 단순히 보편 정치의 일부로만 이해하기보다 성소수자 공동체와의 정치적 연결과 대표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성소수자 정치에 관한 인식은 어떠한 경로로 연결되는가

 

이와 같은 설문 문항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를 둘러싼 인식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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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RUN/OUT 참여자들의 정치 참여 인식은 ‘정치 관심 → 출마 상상 → 출마 의향’이라는 단계적 구조로 나타났다. 정치 관심도와 출마 상상 가능성 사이에는 비교적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된다(r=0.39).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참여자일수록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과 정보 접근이 높아질수록 정치 참여가 점차 개인의 삶과 연결된 가능성으로 인식되기 시작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 관심이 곧바로 출마 의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출마 의향과 정치 관심도의 상관관계는 r=0.33 수준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 설문 결과에서도 정치 관심도는 높게 나타났지만, 출마 의향 단계에서는 캠페인 참여나 정치 활동 지원 수준에 머무르는 응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즉,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실제 정치 진입 사이에는 여전히 일정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반면 출마 의향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변수는 출마 상상 가능성이었다(r=0.41).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상상할 수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일수록 실제 출마를 고려하거나 정치 참여 단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치 참여 과정에서 단순한 정치 관심보다 ‘출마를 개인의 삶 속에서 가능한 선택지로 상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정치 참여의 가장 중요한 문턱은 정치 관심 자체가 아니라 ‘출마를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 위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과 출발 조건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연결이 확인된다(r=0.31).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서 찾는 참여자일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 역시 개인의 용기나 커밍아웃과 같은 개인적 결단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대로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을 개인의 결단과 정치적 가시성의 문제로 이해하는 참여자일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 또한 ‘드러남’ 속에서 형성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치적 가시성과 개인의 정치 참여가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함께 묶여 이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출마 상상 가능성과 정치의 출발 조건 사이에서도 유사한 관계가 확인된다(r=0.27). 선거 출마를 보다 현실적으로 상상할수록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을 개인의 결단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동시에 성소수자 정치의 출발을 개인의 결단에서 찾는 참여자일수록 선거 출마 역시 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정치 참여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정체성을 드러낸 정치 참여’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정치의 시작과 당선 조건 사이에서는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된다(r=-0.24).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용기와 결단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참여자일수록 정치인의 당선 과정에서도 개인의 돌파와 등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고, 반대로 당선이 공동체의 경험과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참여자일수록 정치의 시작도 개인보다 사회적 조건이나 공동체 기반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RUN/OUT 참여자 내부에 ‘개인의 등장’과 ‘공동체의 축적’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 인식 지형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성소수자 정치는 어떠한 전략으로 분화되고 있는가

 

RUN/OUT 참여자들의 설문 응답을 정치 참여 관심, 출마 상상 가능성, 정치의 시작 조건, 가시성 인식, 당선 조건 등 핵심 문항을 중심으로 종합해 군집분석(K-means)을 실시한 결과, 참여자들은 크게 세 개의 집단으로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구분은 단순한 의견 차이라기보다, 성소수자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서로 다른 전략적 인식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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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집단은 적극 돌파형이다. 이 그룹은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의 비율 역시 다른 집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부 참여자는 실제 정당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성소수자 정치의 형성을 사회 인식 변화나 제도 환경보다 개인의 용기와 가시성에서 찾는 경향이 강하다. 즉 성소수자 정치인이 먼저 등장하고 정치 공간을 돌파함으로써 이후의 정치적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보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집단은 구조·생태계형이다. 이 그룹 역시 정치 참여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성소수자 정치의 형성을 개인의 상징적 돌파보다 사회적 조건과 제도 환경, 그리고 공동체 경험의 축적 속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사회의 조건으로 법과 제도 변화와 사회 인식 변화를 강조하는 응답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의 비율과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정치 참여를 개인의 사건보다는 장기적인 기반 형성과 정치 생태계 구축의 문제로 바라보는 특징이 드러난다.

 

세 번째 집단은 안전 관망형이다. 이 그룹은 정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출마 상상 가능성이 다른 집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정당 조직과의 직접적인 연결 역시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이 성소수자 정치 자체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 정치인의 대표성이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이나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는 일정 수준 공감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한편 이 집단은 평균 연령이 가장 낮고 20대 비중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정치 참여에 대한 낮은 관심은 정치적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아직 정치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특징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이 집단은 정치 참여의 행위자로 즉각 나서기보다는 정치 참여가 가능해질 만큼의 사회적 안전과 조건이 형성되기를 지켜보는 잠재적 지지 기반에 가까운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세 집단을 종합하면 RUN/OUT 참여자들의 인식에는 정치 참여를 아직 유보하는 관망층부터 개인 돌파 전략을 상상하는 집단, 그리고 구조적 기반 형성을 중시하는 집단까지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RUN/OUT 참여자들이 하나의 정치 집단으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세대 경험과 정치 참여 경로를 가진 주체들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성소수자 정치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RUN/OUT 참여자들의 인식을 통해 살펴본 한국의 성소수자 정치는 이미 단일한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략과 경험을 가진 집단들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정치적 역동이었다.

 

 

 

Ⅳ. RUN/OUT이 마주한 순간: 후보가 아니라 ‘경로’를 만드는 실험

 

RUN/OUT 프로젝트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자 설문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성소수자 정치인을 “출마시키는” 사업이라기보다 후보가 등장하기 이전 단계의 정치 생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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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OUT 참여자들 중 다수는 ‘당장 출마할 사람’이라기보다 정치 과정에 결합하는 여러 역할—캠페인을 돕고 정책을 만들며 조직을 꾸리고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에 더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다. RUN/OUT이 만난 집단은 전통적인 의미의 ‘후보군’이라기보다, 후보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역할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윤곽을 갖추기 시작한 초기 정치 생태계에 가깝다. 실제로 설문에서도 즉시 출마를 고려하는 참여자는 전체 참여자 중 약 20%에 그쳤지만, 선거캠프 참여나 정책 활동, 조직 운영 등 정치 과정에 결합하려는 참여자는 전체 참여자 중 약 58%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RUN/OUT이 특정 정치인의 등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정치 참여를 둘러싼 다양한 역할과 관계망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정치 참여는 후보 개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후보를 지지하고 함께 정치 과정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역할들의 결합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RUN/OUT이 마주한 장면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파일럿 기간 동안 참여자 설문을 통해 드러난 것은 단지 ‘후보 이전 단계’만이 아니라, 그 토대 위에서 초기 후보의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정치 참여 경험을 가진 사람, 장기적으로 출마를 고민하는 사람, 아직은 관망하면서 정치 참여를 탐색하는 사람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함께 존재했다. RUN/OUT은 ‘후보를 찾는 자리’라기보다 후보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초기 모습과 그 후보를 떠받칠 생태계의 윤곽이 동시에 드러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설문 결과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핵심은 정치 참여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출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전환점은 오히려 출마가 개인의 삶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상상되는 순간에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넓게 존재할 수 있지만, 선거 출마를 자신의 삶과 연결된 가능성으로 상상하는 단계는 훨씬 더 좁고 구체적이다. 그리고 그 상상이 그려질 때 정치 참여는 단순한 관심이나 태도의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의 가능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RUN/OUT이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문턱, 즉 정치 관심과 정치 진입 사이에 존재하는 장애물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관한 실마리였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참여자들이 성소수자 정치를 바라보는 방식이 단순한 ‘개인의 영웅적 돌파’ 서사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용기와 커밍아웃, 정치적 가시성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동시에 많은 참여자들은 정치 변화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 환경, 그리고 공동체 경험의 축적이 함께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이 상상하는 성소수자 정치는 ‘누가 먼저 당선되는가’라는 질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조건과 기반이 형성되어야 그 당선이 반복 가능해지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한 문제로 나타난다. 결국 RUN/OUT 파일럿이 지난 6개월 동안 마주한 장면은 성소수자 정치를 구성하는 두 개의 층위가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나는 후보 이전 단계의 정치, 즉 지지 기반과 관계망, 다양한 정치 역할이 형성되는 단계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기반 위에서 초기 후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어쩌면 지난 6개월 동안 RUN/OUT이 마주한 것은, 성소수자 정치가 특별한 한 사람의 영웅적 돌파가 아니라 그 돌파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관계망이 함께 자라나는 과정이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해나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설문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성소수자 정치는 결국 가시성과 안전, 개인의 결단과 공동체의 축적이 함께 교차할 때 시작될 수 있다. 그 교차점이 넓어질수록 성소수자 정치는 더 이상 ‘상징적 영웅의 도전’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모두의 경로가 된다. 2025년 8월, 모두가 “가능하겠어?”라고 의심하던 시간을 지나, 2025년 12월, 모두가 “실패할 것이다”라고 단정하던 시간을 넘어, 우리는 다시 그 다음 경로의 출발선에 서 있다. 앞으로의 RUN/OUT이 마주할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성소수자 정치가 개인의 영웅적 돌파 서사로 해석되는 것에서 나아가, 성소수자 공동체에게 재현 가능한 정치의 경로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효능감있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RUN/OUT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누가 먼저 출마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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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OUT 프로젝트 총괄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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