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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활동스케치 #6] 스톤월 항쟁 55주년 기념 현장 답사
2024-03-06 오전 08:21:01
309 2
기간 2월 

 

[활동스케치 #6]

스톤월 항쟁 55주년 기념 현장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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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톤월은 뉴욕에 있는 술집이다. 스톤월 항쟁 55주년을 기념하려고 뉴욕까지 갔다고?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사실 올해가 무슨 해인지도 몰랐다. 뉴욕은 여행으로 갔다. 스톤월을 보려고 뉴욕을 간 것도 당연히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딱히 특별한 취향이랄 건 없어서, 어딜 가든 "그래도 OO에 왔으면 ㅁㅁ는 가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쉽게 고리타분해지곤 한다. 이번 뉴욕 여행도 계획이랄 게 딱히 없어 여기저기 발 닿는대로 다니다가, 갑자기 스톤월 생각이 났다. 그래, 나는 게이지(?). 게이라면 들러봐야지. 

  시간이 뜨는 평일 오후 짬을 내어 스톤월에 가 보았고, 당시에는 큰 감흥 없이 사진을 몇 장 찍고 인스타 스토리에 공유했다. 그런데 이걸 본 소식지팀장님이 처음엔 사진 좀 달라, 아니 아예 그대가 글을 써 보라... 올해가 스톤월 항쟁 55주년이다... 오 그렇군요... 이래서 직장에서 개인 SNS 까지 말라는 값진 교훈을 재확인합니다^^(라기엔 내가 팀장님 먼저 팔로우함).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래 사진을 찍었을 당시에는 이런 의미가 붙은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한 것이었다는 점.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

 

1969년 6월 28일 토요일 새벽,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스톤월 인(The Stonewall Inn)"이라는 게이 바에서 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경찰의 탄압에 대해 저항했던 사건이다. 스톤월 인은 불법 주류 판매점으로 이탈리아계 미국인 마피아들이 운영하고 있었으며, "도저히 다른 갈 곳이 없던"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여러 퀴어 당사자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당시 스톤월 인과 같은 불법 영업 점포에 대한 경찰의 불시 단속이 매우 일상적이었고, 1969년 6월 28일 새벽의 항쟁 역시 경찰의 단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몇 명의 사복 경찰들이 전날이던 27일 밤부터 스톤월 인에 잠입하였고, 28일로 넘어간 새벽 1시 20분경 외부에서 진입한 경찰들과 함께 단속을 개시하였다. 평소의 검문은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신분을 확인하고 소수의 종업원과 고객이 경찰에 끌려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동안 경찰이 자행했던 비인간적인 행태ㅡ이를테면, 여자 경찰관이 여성 트랜스젠더를 여자 화장실로 데리고 가 그들이 "진짜 여성"인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체포함ㅡ를 참아오던 여성 트랜스젠더들이 먼저 강력하게 저항하기 시작했고, 술집 안팎으로 인파가 모여들어 경찰의 단속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는 7월 3일까지 닷새 간 이어졌고,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사가 이 사건을 크게 다루었다. 항쟁 직후 "게이(gay)" 라는 단어를 단체명으로는 최초로 사용한 '게이해방전선(Gay Liberation Front)"이 설립되어 운동의 에너지를 이어가기도 했다. 1년 뒤인 1970년 6월 28일에 스톤월 시위를 기념하는 행진이 열렸고, 이것이 오늘날 전세계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자긍심 행진(Pride)의 시초가 되었다. 스톤월 항쟁은 이후 벌어진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불씨를 당긴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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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월에 거의 도착하자 나타난, 무척 끼스러운 거리 이름. 떡하니 "게이 거리"라고 이름이 붙어있으니 또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막상 이태원에 "동성애중앙로42길" 같은 거리가 생기면 자주 가게 될까? 게이 스트릿이라고 게이들이 주변에 많아보이지도 않았다. 그건 아마 평일 낮이라서.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평일 낮 종로3가나 이태원 호모 힐에도 게이는 거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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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나타났다. 이 곳은 스톤월 인의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공원의 외곽을 걸어서 도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2016년 6월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이 공원을 스톤월 인과 함께 미국의 국가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성소수자를 기념하는 공간으로는 처음으로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입구에 6색 무지개 깃발과 함께 트랜스젠더 플래그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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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모습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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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이자 조각가인 George Segal의 "Gay Liberation" 이다. 스톤월 항쟁 10주년을 기념하여 1980년에 제작된 조각상이다. 서 있는 커플은 남성, 앉아 있는 커플은 여성 커플이다. 스톤월 항쟁을 기념한 공간인 크리스토퍼 공원에 전시하기로 애초에 기획되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미국 서부의 스탠포드 대학교 캠퍼스에 전시되었다. 조각상은 스탠포드에 전시된 기간에 수차례 잔혹한 방식으로 훼손되었고, 공공 장소 설치가 중단되기도 했다. 1992년에 기존 계획대로 뉴욕 스톤월 인 건너편의 크리스토퍼 공원에 설치되어 오늘날까지 자리하고 있다. 조각상 하나 제자리에 갖다 놓는 데도 십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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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길 건너에 있는 "스톤월 인"은 겉에서 보기에 작은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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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이전에 왔던 자들의 이름으로, 
나는 용감할 것, 나 자신에게 진실할 것, 평등을 위해 죽어라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스톤월 인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다. 이곳에 국가기념물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가 개관할 모양이다. 폭동이 일어났던 6월 28일 날짜에 맞춰 개관할 것을 예고하고 있고, 지금은 엄숙한 선언문만 일단 붙어 있다. 저 선언문에 적힌 대로, 지난 55년 동안 나보다 이전에 왔던 퀴어들이 많을 것이다. 55년 전, 경찰의 불시 단속을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폭발하면서 용기를 전염시킨 사람들이 있다. 1년 뒤에 굳이 또 그들을 기억하겠다며 프라이드 행진을 만들고 이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날의 스톤월 인에도 어김없이 들이닥친 경찰에게 어김없이 순응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1969년 6월 27일에서 28일로 넘어가는 밤, 당연히 경찰 단속이 없을 것이라 믿으며 신나게 남자 몸을 더듬다가 흰 불이 켜지는 순간 아, ㅈ됐구나, 하며 도망갈 생각부터 하던 게이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클로짓 게이로 살며 스톤월 인근을 수십 번 매일같이 기웃거리다가 매번 발걸음을 돌리고, 그날의 소요를 뉴스로 접하며 "역시 가지 않길 잘했다"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프라이드 행진이 13년쯤 지속되고 나서야 겨우 커뮤니티로 나와서 그제서야 어떤 남자라도 만나보려는 시도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이름으로 용감, 진실, 평등을 위한 투쟁을 맹세하라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맹세문은 거창하고 마음을 잠시 뜨겁게는 해도 이내 부담스럽지만, 각자가 발휘해야 할 용감함과 진실함, 투쟁의 레벨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것은 내가 정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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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가다가 스톤월 인을 다시 지나치게 되었다. 약속만 아니었어도 들어가보는 건데. 급히 사진만 찍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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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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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재 2024-03-06 오후 22:23

평일 낮 종태원에 게ㅣ들 많아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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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2024-03-10 오후 23:26

앗... 평일 낮에 한번 꼭 가볼게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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