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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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문학상상, 문학 한 숟갈
: 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 리뷰

▲ 안보윤, 『밤은 내가 가질게』, 문학동네, 2023.
7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폭력’이다.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폭력도 보이고 서서히, 그렇지만 꾸준히 영혼을 무너뜨리는 정신적인 폭력도 있다. 폭력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싶지만 관계를 파괴하고 삶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달리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행하는 자, 당하는 자, 침묵하는 자, 그럼으로 결국 동조하는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음은 지금 사회에 만연한 폭력에 반응하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의 ‘유영’ 정도가 유일하게 용감한 자랄까. 그조차 유영의 과거도 폭력의 시간들이었다.
제목 자체가 조소처럼 들리는 <어떤 진심>은 아이러니로 가득 찬 작품이다. 이야기 속 교회는 성(聖)보다는 속(俗)이 지배하는 공간이고, ‘유란’의 모친은 모든 재산을 털어 신앙심을 증명하려 한다. 세습될 재산에 불과한 믿음샘물 교회를 유란은 ‘어떤 이름으로도 부르지 않(18쪽)’으며 거리를 두지만 교회의 세를 불리고 권력을 확장시키는 데 일조한다. 자신에게 그 교회 문은 ‘열면 안 되는 문(19쪽)’이지만 ‘이서’에게는 ‘틀림없이 열리고 마는 문(19쪽)’이다.
통념적으로 ‘진심’이란 ‘성실’과 통한다. 하지만 강요되고 학습된, 자발적이지 않은 진심은 거짓과 위선에 가깝다. 어떤 대상, 사람에 대해 일관된 성실함을 보이는 게 진심이라면 그 대상이나 사람이 옳지 않을 때에도 그 태도를 과연 진심이라 할 수 있을까.
믿음샘물 교회라는 공간, ‘황목사’와 ‘민주’라는 인물의 이름으로 위 작품과 느슨하게 연관성을 갖는 <미워하는 일>엔 집요하게 정신을 공격하는 폭력이 등장한다. 가해자가 보이는 행동과 심리가 흥미롭다.
화자인 ‘나(주영)’에게 엄마 지인의 딸인 ‘세연’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169쪽)’ 존재다. ‘나’에게 세연은 ‘나’가 좋아할 만한 이미지(빨강머리 앤)를 투사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학교 앞 폭력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을 때 화자는 엄마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부모의 관심을 빼앗기자 ‘나’는 세연을 질투하고 ‘도둑년(165쪽)’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세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화자는 죄책감을 전가시킨다. 자신이 주체가 됐던 ‘앤 놀이’를 어느새 ‘세연이 하는(154쪽)’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학교 앞 폭력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자신을 돕겠다는 교회 관계자를 ‘거짓말쟁이(171쪽)’로 몬다. 마음에서 죄의식을 덜어내자 ‘당근’에서 구매한 ‘거대한 쓰레기(142쪽)’였던 흔들의자는 어느새 ‘조금의 덜컹거림도 없이, 조금의 소음도 없이(167쪽)’ 편안한 의자가 된다.
결말 즈음에 반전처럼 진실이 드러난다. 학교 앞 폭력을 유발했던 것도 어쩌면 세연과, 끝을 보지 못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뜨개질에 매달리는, 언제나 ‘스스로의 관대함에 취해 있는(142쪽)’ 한결같은 스탠스를 유지하는 엄마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발로였을 것이다.
<완전한 사과>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폭력의 가해자와 어쩔 수 없이 한 편이 된 화자가 등장한다.
친오빠의 범죄로 직장도 잃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나’는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다른 의미의 피해자가 되고, 눈앞에 나타난 또 다른 폭력(학교폭력)에 가해자를 향한 폭력을 행사함으로서 스스로가 폭력의 가해자가 된다. 학폭의 피해자인 ‘동주’를 위해 가해 학생인 ‘승규’를 밀쳐내고 억지로 사과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망설임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있(71쪽)’다는 인식은 의미심장하다. 가해와 피해의 돌고 도는 폭력의 사이클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 속 ‘토리’라는 이름의 유기견은 이 작품과 이후의 작품들(<애도의 방식>, <미도>, <밤은 내가 가질게>, 그리고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을 한 세계로 묶는다.
세월이 흐른 후의 ‘동주’와 ‘승규’를 보여주며 위 작품의 속편처럼 보이는 <애도의 방식>은 철저히 폭력 피해자 중심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 안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보이는 태도와 심리의 다양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동주는 엄연한 학폭의 피해자이지만 자신이 겪은 일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폭력의 현장에서 휘휘 걸어 벗어나(88쪽)’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하면서, 반면 그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 행동하는 것이 폭력에 길들여지는 과정이 아닐까 두려움을 갖는다. 피해자이면서 학폭위가 열리는 것도 지양하는데, 이는 폭력이란 무대에 피해자라는 역할로 자신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수치심 때문처럼 보인다.
동주는 승규 모 역시 폭력의 피해자로 보는데, 믹스 커피에 나가지 않는 버터쿠키를 제공하고, 승규 모가 남기고 간 500원 동전을 훔친 것이라 여기지 않으려는 건 동주가 ‘훼손한 것(70쪽)’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처럼 보인다. 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사회적 인식, 말에 거짓이 보태지고 덩치를 불려 소문으로 퍼지는 양상(97쪽)을 목도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지막의 두 작품 <미도>와 <밤은 내가 가질게>는 연작처럼 읽히는데, ‘미도’에게 가해지는 엄마의 폭력은 <미워하는 일>의 세연을 향한 주영의 폭력과 비슷하다.
미도는 엄마에 의한 언어폭력과 가스라이팅으로, ‘억지로 우겨넣은 장바구니(181쪽)’처럼 ‘모자란 아이(178쪽)’라는 프레임에 갇혀 ‘비겁하고 틀림없이 무능한 채로, 그것이 너의 엄마가 바라던 너의 삶의 방식(182쪽)’에 맞춤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미도는 ‘불편해 보였으나 불쌍해지지 않은(183쪽)’ 사람으로 스스로를 인식한다. 자기 기만적인 엄마의 선의(177쪽)와는 달리, 미도의 선의는 적극적으로 외부를 향하는데 매우 자주 참담한 결과로 이어진다. 미도의 선의 역시 ‘내 안의 기준’에 의거한, 주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는, 매우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것이었다. 입양한 유기견 ‘밤톨이’를 ‘토리’로 만들면서(251쪽) 스스로를 마치 희생의 화신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는 자기연민에서 비롯된 말장난에 불과하다. 마치 도돌이표처럼, 이 작품의 주제는 처음의 <어떤 진심>으로 다시 이어진다.
<바늘 끝에서 몇 명의 천사가>는 이 작품집 안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다. ‘유영’이 하진에게 보여주는 선의는 ‘진심’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모두가 동의하는 바로 그 ‘진심’.
솔직하고 성실한 마음은 영향력이 크다. 마지막에 보이는 유영의 용기는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하진에게도 전염된다. 작품집 속 다른 이야기들이 폭력을 다양한 각도로 고찰했다면, 이 작품은 폭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에 관한 이야기다.
도발적인 작품집이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가의 목소리는 외침에 가깝다. 작품마다 이야기 말미에 터뜨리듯, 폭로하듯 진실을 보여주어 감정을 증폭시키는 방식은 독보적이다. 우리나라 소설 시장에 이런 작가의 존재가 개인적으로 고맙다. 이런 차별성 자체가 고무적이다. 혼자라면 못 만나고 지나쳤을 작가를 발견하는 일. 그건 ‘함께, 더불어 읽는 것’의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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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상 / 영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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