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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2025-11-03 오후 17: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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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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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나일 수 있는 것’ — 내 이름으로 세상 앞에 설 수 있고, 내 정체성 때문에 어떤 길이 막히지 않는 것,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이유 없이 다른 취급을 받지 않는 것. 그 단순한 바람 속에 우리가 품은 가장 깊은 소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외롭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안고 세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일, 정치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매 순간 고독과 맞닿습니다. 때로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무게가 실리고, 티끌 같은 실수조차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고독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 고독이 외로움이 되지 않도록. 세상 앞에 먼저 선 이들의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이 되어주고, 뒤따라 오는 이들이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손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자 쉼터가 되어줄 때, 한 사람의 용기가 열 사람의 용기로 번집니다. 런/아웃은 그렇게 드러내는 용기와 지켜주는 용기가 만나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서로의 싸움을 지지하는 자리가 되고 싶습니다. ‘나’로 존재하겠다는 다짐이 더 이상 혼자의 외침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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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 /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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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난 10월 24일, 용산 하인리히 뵐 재단에서 열린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2’ 행사에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영화 <초선>(2022) 상영과 함께, 성소수자 정치의 현실과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영화 <초선>은 저에게 특별한 작품입니다. 2022년 겨울, 홍대 상상마당에서 <초선>의 주인공 데이비드 킴과 함께 공동체 상영회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구의원으로 일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니 또 다른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제가 한 장면 안에서 마주 선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태원에서 행사가 끝나고, 저는 데이비드 킴에게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셔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는 “당분간은 정치에서 잠시 쉬고 있지만, 계속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좋다. 파이팅!”이라는 따뜻한 답을 보내왔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의 길 위에서 끝까지 나아가자는 응원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이 날 함께한 패널인 이자스민 의원님의 이야기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국 정치 안에서 소수자의 정체성과 자리를 지켜온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주셨고, 그 말씀을 들으며 저는 마치 살짝 길을 잃고 있던 제가 새로운 이정표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성이 정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다시 단단히 세워졌습니다. 행사 후 한 참여자가 “저도 정치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기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날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RUN/OUT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변화 —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릴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정치는 결국,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RUN/OUT 캠페인을 통해 저 역시 그 믿음을 다시 되새겼습니다. 이날의 만남이 더 많은 소수자 정치인들이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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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대 서울 마포구의회 의원
바선거구(서교동, 망원1동) /
차해영

 

 

 

(영상축사 링크) 안녕하세요. 

저는 트랜스젠더 인권증진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에 참여하고 또 사람책 활동을 하고 있는 박에디 입니다.

RUN with pride, OUT forward together 런아웃 프로젝트 파일럿 캠페인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너무 귀해서였을까요? 이 축사를 요청 받았을 때 제가 이런 영상을 찍어도 되나?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정치는 무슨 뜻일까? 성소수자와 정치는 어떤 느낌일까? 난 왜 이렇게 정치인이 싫지? 정치가 싫은 건가? 정치인이 싫은 건가?
TV를 틀면 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말. 그 말이 성소수자를 피하거나 밀어내는 데 사용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이 두 단어가 만나기라도 하면 너무너무 몸서리치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치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니까. 제가 어학사전에서 정치를 검색해보니,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돕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행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동안의 정치 그리고 정치인의 어떤 모습에서 성소수자는 약간 "인간다운 삶" 요 카테고리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이 단어들이 이렇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런아웃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성소수자 내에 정치란 단어가 피하고 싶은 의미를 넘어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돕는다는 의미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한 사람을 넘어 이 정치인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성소수자 정치인을 기대해봅니다. 

 

권력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도전, 이것도 지금 사실 보고 싶긴 해요. 다 망했으면 좋겠으니까.

하지만 그런 어떤 연예인 같은 정치인 말고 모두를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성소수자 정치인을 기대해 봅니다. 

 

언젠가 선거철에 일터에서, 학원에서, 교회에서, 너 누구 뽑을 거야? 라는 어떤 질문을 받으면,

저는 걱정과 고민 없이 자랑스러움으로

"이 분을 뽑을 거야.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 이런 공약이 참 마음에 들어."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 한번 이런 귀한 자리에 축사를 요청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런 뉘앙스의 영상은 제가 참 어려워요.

사실 성소수자 정치인은 하리수 씨랑 홍석천 씨, 둘 중에 한 분이 싸워서 이겨서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입니다. 그건 안 보게 돼서.

너무 응원하고, 언젠가 이건 약속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런아웃 프로젝트 출신의 정치인이 나온다면 제가 꼭 서포터를 하겠습니다.

유세 트럭에 올라가서 퍼레이드처럼 한번 열심히 몸을 불살라보겠습니다.

 

너무 축하드리고 힘내시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에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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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아웃 초청장을 <초선> 배급사 남기웅 대표님을 통해 전달받았을때 저는 흥미롭고(!?) 의미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정확히 3년전 <초선> 개봉 바로 전 주말에 이태원참사가 터져 “애도의 기간”에 영화가 개봉하는 여러 의미로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 행사가 이태원에서 진행된다는 점 역시 마음이 갔습니다. 또한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 여러 LGBTQ 친구들과 함께 <초선> 관람을 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 행사 참여에 대해 어떤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이 행사를 제 개인 소셜미디어에 홍보하기 전 몇 초간 멈짓거리는 저를 발견하기는 했는데 주위 보수적 기독교 신앙관을 갖고 이런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는 지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나는 그들을 기꺼이 불편하게 할 자신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결론은 비교적 쉽게 도출되었습니다. 제가 평소 주창하는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모든 소수성을 지닌 이들에게 적용되기에 저는 이런 소수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신앙인은 타인들을 혐오하는 프로파간다에 휩쓸리기 보다는 ‘환대’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평소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이자스민 의원과 차해영 마포구의원께서 함께하는 패널이라면 더욱더 멋진 대화가 이어질 것이기에 이태원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저는 현장의 진지하며 경청하는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뉴욕에서 오래살며 여러 LGBTQ 친구들이 어떤 자리에서도 주체성을 갖고 자신있게 의견을 피력하던 분위기에 익숙했던 저는 한국에서 아직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그들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온전히 수용되지 않음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깊은 인간적 연민을 느꼈습니다. <초선>에 등장한 다섯 명의 재미 한인들, 특히 그 중 가장 마이너한 데이빗 김의 정치적 도전기가 런아웃 이들의 고충과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소수성을 지닌 이들은 많은 경우 정체성 정치 (identity politics) 를 통해 소수적 정체성을 오히려 하나의 정치적 자산과 집단적 힘으로 탈바꿈 시킵니다. 저는 정체성 정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적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 이상의 정체성이 모인 복잡한 혼합체이기 때문이지요. 

 

상대적으로 인종/문화적으로 단일 집단이었던 대한민국 역시 앞으로 이런 많은 정체성 정치가 등장할 것입니다. 혹자는 우리가 단순히 어떤 이가 ‘한인’이기에, ‘이주민’이기에, ‘성소수자’이기에, ‘여성’이기에, ‘장애가 있기에’ 지지하는 것이 늘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대표성과 대변성을 위해서 이 정체성 정치는 불가피한 부분도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에게도 이 정체성 정치는 앞으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성소수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 위해 다른 소수자들과 또 다수의 일원들이 런아웃 같은 단체를 더욱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길 앞으로 희망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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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선, Chosen>
감독 /
전후석

 

 

 

(영상축사 링크) 안녕하세요, 홍석천입니다.

오늘 멋진 행사 RUN/OUT 프로젝트, 이번에 함께하고 싶었는데 제가 스케줄이 안 돼서 너무 죄송합니다.

 

이제 우리 성소수자분들도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가 해외에는 정말 많거든요. 우리나라에도 꼭 그런 분들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RUN/OUT 프로젝트가 의미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얼굴이 도전을 할 텐데 그분들한테 제가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고요.

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한테도 너는 (출마) 생각 없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저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니까.

(RUN/OUT 프로젝트) 여러분들께 그 막중한 임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도전하시는 많은 분들, 뜻이 있는 많은 분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RUN/OUT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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