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1월 |
|---|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활동가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활동가대회는 11월 14~16일 사이에 재능교육 연수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시설이 꽤 좋고 경치도 좋고, 식사도 맛있어서 이런 공간 만들려면 얼마나 들까 자체 견적도 내보고 그랬어요. 400~500억은 들지 않을까? 하면서 소수자 활동가 연수원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모두 생전에 돈 벌어서 자식들에게 계급 상속하지 말고 이렇게 의미있는 사회적 환원을 하는 게.

올해는 이 활동가대회 자체에 대한 후기도 후기지만, 무엇보다 제가 매년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를 참석하는 의미에 대해서 나누고 싶어요. 활동가대회가 왜 필요한지부터 설명을 해보고 싶어서요.
제가 생각했을 때 활동가와 아닌 사람의 차이는 ‘사회변화를 위해 필요한 훈련과 실천에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활동가는 단체에서 돈을 받는 상근직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일상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식되는 상태로 전환하고 일상의 조건 중 일부라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욕구가 들 때, 그 욕구를 실현하고자 훈련하고 실천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활동가형 인간’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능동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활동가는 당연한 존재는 아닙니다.
성소수자 존재를 밝히기만 해도 작품의 개연성을 해친다며 PC주의(Politically Correctness; 정치적 기준의 올바름을 모든 영역에서 강조하는 주장) 논란을 생산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여러 작품에 대한 PC주의 비아냥과 다르게, 그냥 성소수자이기만 한 건 개연성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될 일이죠. 밑도끝도 없이 존재 자체에 개연성을 요구하는 건 너무 원론적인 의미의 혐오입니다. 그렇게 치면 이미 현실은 참 개연성 없고 PC합니다. 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있고, 노조에도 성소수자가 있고, 서비스센터에도, 연구실에도, 의회에도, 정부에도, 법원에도, 병원에도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가의 영역으로 내딛는 순간, 개연성을 만들어낼 필요가 생깁니다. 가령 이런 질문들. 그런 활동을 어떤 동기로 시작했는지? 직접 관련도 없는데 이 분야에서 왜 성소수자의 존재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가만히 정체성 숨기면서 잘 있던 성소수자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아직 이 분야에는 성소수자 문제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게 될 텐데 그냥 좀 눈치껏 참으면 안 되는지? 민주당이 집권하면 알아서 시간 지나고 포용해줄텐데 성급한 건 아닌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질병화하거나 범죄화하는 오해와 낙인들에 대한 답변은 준비가 돼있는지? 변화를 요구하는 당신은 이 모든 질문에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지? 성소수자들에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인식은 일상에서 쉽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순간 부당한 질문과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낯섦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들에게 성소수자의 존재를 개연성 있는 존재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서 활동가의 중요한 목표는 개연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개연(蓋然)의 뜻은 ‘일반적으로 아마 그럴 것’이라는 겁니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을 일반적으로 그럴 수 있는, 개연의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입니다. 일반 상식에서, 쉽게 그럴 수 있다 생각하게 하는 거죠. 납작하게 말하면 낯설지 않게 만드는 거구요. 한국 사회는 이 개연의 단계에 진입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 지체하고 있습니다.

개연성을 확보하는 일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당연의 영역입니다.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하고, 그들의 존엄과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개연적인 것에서 당연한 것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일반적인 경험인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개연성이 있다고 해서 그게 당연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성소수자 그럴 수 있겠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소하면 될 욕구를 왜 사회적으로 무언가 요구해”라고 하는 태도가 그렇습니다. 당연한 것들도 사람들의 노력으로 당연하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활동가들은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문화적이고 일상적인 기획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다른 활동가들은 당연함을 주장하며 제도화에 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둘은 관심사가 다를 수 있지만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필연적인 의존 관계입니다.

중요한 건 훈련과 실천, 그리고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질문과 시선은 유형화할 수 있고, 비슷한 경험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연륜을 포함하는 경험들과 조금 더 나은 방향의 방법론들이 구축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죠. 정말 다양한 영역의 경험과 통찰들을 조금이라도 동기화하여, 개인의 활동들을 사회적인 운동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면 변화의 스노우볼을 조금 더 빠르게 굴러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고립과 소진을 막기 위해 공감과 연대를 나누는 일도 필요하겠죠. 저는 활동가들에게 이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활동가를 보통 사회 모순에 분노하는 의로운 개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활동가란 분노와 정의감을 내면에 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개연성과 당연함에 관한 변화를 목표하고 설계하는 사회적 역할자입니다.

2025년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는 전 세계적인 극우 유행과 보수화의 흐름에서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어떤 장점, 강점, 위기,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각 단체별 분석을 병행하며 우리가 어떤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광범위한 논의를 2박 3일 간 나눴습니다. 그리고 특히 돈과 조직이 없으면 안 되기에, 비영리 모금/데이터 관련 전문가 김자유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기도 했습니다. 단합을 위한 골든벨(눈치 없이 경쟁에 몰두해서 제가 1위하고 왕관을 썼습니다...), 러닝, 단합의밤 프로그램까지 알차게 진행한 2박 3일이었고, 새로운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에 내년 무지개행동 활동가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더 불러일으킵니다.
활동가라는 사회적 역할자가 더 많이 늘어나야 정말 사회가 변합니다. 이 글이 읽는 여러분들도 그런 역할자가 되어주시길 바라 봅니다.
![]()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심기용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