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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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가구넷, <신新가족의 탄생>
출판기념 북토크 현장스케치
지난 5월 19일 토요일, 종각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친구사이와 가구넷(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이 공동으로 기획제작한 <신新가족의 탄생> 출판기념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신新가족의 탄생>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친구사이 소식지팀과 가구넷에서 기획연재한 인터뷰를 재편집한 모음집으로, 1년여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세상에 나와 첫 탄생을 알리기 위해 따끈따끈한 자리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주 평일 내내 비와 함께 어둑했던 날씨가 이날은 화창하게 개어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이었습니다. 날씨 덕분에 기분은 좋은데, 이런 날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북토크 현장을 찾아주실지 궁금했습니다. 홍보도 생각보다 늦게 되고 따로 참가자를 사전에 신청받지 않은 터라, 자유로운 분위기를 기대하기도 했지요.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지고, 먼저 오신 분들의 책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들뜬 마음으로 행사 맞이를 준비했습니다.
▲ ‘복태와 한군’의 오프닝 축하공연 모습
감사하게도 오프닝 축하 공연으로 ‘복태와 한군’이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세 자녀의 부모이자, 부부 밴드로서 성소수자 인권활동에도 관심 많으시고 무엇보다 현장 공연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주시니 정말 뜻깊었습니다. 친구사이와는 인연이 깊어 소식지 [후원스토리]에 참여해주시고, 책읽당 낭독회 행사에 초대공연으로 오시기도 했는데요. 복태님도 ‘친구사이나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 행사때 불러주시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애정어린 멘트를 남기시기도 했습니다. 이어진 3곡의 공연은 마음 한켠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참가자 중 한 분은 저에게 공연하신 분들의 노래가 너무 좋았다며, 밴드 이름을 적어가시기도 했습니다.
▲ 책을 알리면서 사진 영상을 함께 보고 있는 풍경
이어서 <신新가족의 탄생>에 참여한 인터뷰이들의 사진을 친구사이 대표이자 가구넷에서 활동하며, 진행 당시 사진 촬영을 담당했던 낙타님이 영상으로 만들어 함께 관람했습니다. 열 가족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터뷰했던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데요.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여 사람들에게 우리 이렇게 살고 있다고, 사랑하고 있다고 알릴 수 있게 된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북토크 사회자 및 패널들의 모습
행사의 메인이자 이야기꽃을 피운 자리인 북토크 시간에는 낙타님의 진행으로 전재우님(인터뷰이 대표), 류민희 변호사님(가구넷), 도진님(게이커플 당사자), 그리고 기획 및 집필을 담당한 제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각자 소개를 하고 나서, 먼저 제가 기획 및 집필 담당으로서 포문을 열었는데요. 참가자들 앞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소감과 코멘트 발언을 하니 이제야 함께 노력한 책이 나왔다는 걸 절실히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사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다양성’이라는 화두에 주목하여 우리가 꿈꾸는 다양한 가족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한 프로젝트였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인터뷰이 섭외 및 진행을 완수하고 책 출간이라는 목표까지 이루어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패널 분들도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들려줬는데요. 먼저 인터뷰이 대표로 참여한 재우님은 무지개집 인터뷰 당시의 이야기, 현재 살고 있는 모습들, 무지개집에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그리고 이전부터 친구사이에서 해왔던 다양한 가족구성권 활동들(2008년 예쁜 가족 선발대회, 2011 퀴어 타운 프로젝트 등)에 대해 공유해 주셨습니다. 류민희 변호사님은 가구넷의 탄생 배경과 활동 내용, 성소수자 가족구성권을 위해 필요한 커뮤니티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도진님은 동거하는 게이 커플로서의 소회, 게이 매거진 <뒤로> 제작자로서 주제 선정(2호 ‘결혼’, 3호 ‘반려동물’ 등) 배경 및 성소수자 가족공동체로서의 의미 반영 여부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혀주시면서 자연스럽게 북토크는 진행됐습니다. 각양각색의 패널들을 통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신新가족의 탄생> 출판기념 북토크는 이렇게 많은 분들의 호응 덕분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책이 정식으로 발행되기도 전이라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였던 만큼, 하나하나가 설레고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책이 나왔다며 커밍아웃한 지인들한테 꼭 와달라는 부탁을 하면서도, 요즘 같이 활자로 된 글들을 읽기 어려운 시대에 얼마나 많이 읽힐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직접 참여하면서, 또는 참여는 못하지만 응원을 통해, 신가족의 탄생을 알리고 성소수자 가족공동체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그래도 여기까지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만큼,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회자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도움주신 분들, 와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말씀드리며, 에필로그에 쓴 글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그들 모두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이웃’이었다. (…) 그럼에도 ‘정상’ 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누군가에게는 눈엣가시가 되는 현실 역시 뼈저리게 마주해야 했다. (…)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우리는 가시화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일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사진 : 납득이)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