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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내가 사랑한 속옷’ #2] 빤쓰백일장: 너와 나의 속옷 이야기
2017-11-03 오후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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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커버스토리  ‘내가 사랑한 속옷’#2]

빤쓰백일장:

너와 나의 속옷 이야기

 

 

회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어떤 옷보다 편안할 수도 있는 옷.

또 그 어떤 옷보다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옷.

또는 보여주고 싶은 옷.

몸에 가장 가까운 옷, 속옷.

속옷에 얽힌 여러 사연들을 한번 만나 볼까요?

(물론 속옷의 은밀한 감성을 위하여 모든 글은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후후.)

 

 

 

 

 

엄마, 그 빤스는요 / 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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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괴롭다. 나도 모르게 털은 자라고 자고 일어나면 목소리가 변해 있다.


그러나 제일 참기 힘든 건 성적 욕구가 끓어오른다는 것. 비디오 키드 시절, 친구 집에서 본 영화 <터보레이터>를 잊지 못한다. <터미네이터>를 패러디한 작품답게 근육질의 터보레이터가 나와 섹스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히며 무언가가 올라왔고, 집에 와서 빤스를 보니 축축히 젖어있던 날, 그 날이 시작이었더랬다.


그 날 이후 꿈에는 갖가지 괴상한 장면들이 등장했다. 어떤 꿈에 나는 링 위에서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레슬링을 하며 뒹굴다 서로의 빤스를 벗기고 있었고, 또다른 꿈에서는 자판기 콜라를 꺼내먹고 싶어 눌렀는데 콜라가 와장창 쏟아져 나오는걸 받아먹다 깨보니 이미 늦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같은반 동성친구랑 딥키스를 하는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깬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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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정 후에 꼭 취하게 되는 행동 – 해당 사진은 본인이 아님>

 

 

그렇게 이게 뭔가 싶은 몽정에 시달리던 어느날, 어김없이 젖은 빤스를 어떻게할까 노심초사하며 새벽을 지새우던 때였다. 하염없이 고민하다 결국 몰래 빤스를 책상 밑에 놓고는 새 빤스로 갈아입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는 새까맣게 잊고 하루종일 지내다 불현듯 생각나 책상 밑을 뒤적였는데, 빤스가 없는 거다!


순간 멍해지며 식은땀이 흐르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빤스를 갈아입고 간 게 맞나? 그새 말랐나? 아침에 내가 꿈꾼 건가? 그러다 문득 방 청소하는 엄마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 맞다 엄마.. 하며 무너져버렸다.


이걸 어떡하지. 엄마한테 물어볼까. 사실대로 말할까. 아 너무 창피하고 민망해. 엄마도 여자인데. 왜 엄마가 방 청소하면서 책상 밑도 청소할 거라는 생각은 못 한 걸까. 엄마는 그 빤스를 봤을때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설마 엄마가 빤스를 발견해도 그대로 놔둘 거라고 기대한 걸까..
결국 한동안 엄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는데,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듯 평소처럼 대해서 나는 더 어찌할줄 몰랐다. 시간이 약(?)이라고, 이제는 더 이상 나도 모르게 빤스 젖을 일은 많지 않지만 가끔 고향집에 가면 여전히 나는 엄마 앞에서 빤스만 입은 채 돌아다니지 못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그때의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엄마, 그 빤스는요. 내 욕정이 담긴 빤스였어요. 엄마가 대신 빨래하게 해서 죄송해요.

 

 

 

 

세상이 날 그렇게 만든 거야 / 블랙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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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찜방이라는 곳에 드나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찜방은 그러니까, 불가마에 가는 정도의 요금으로 입장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고,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섹스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문란하다 아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어쨌든 심히 적적하여 남자품이 필요할 때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한번(상황과 능력이 허락한다면 그 이상도) 할 수 있는 곳이라 종종 걸음을 했었다.
들어가면 분위기는, 주로 어두운 복도가 있고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면서 서로를 탐색한 후 서로 눈이 맞으면 더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일을 본다.
여기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도 수건으로 가렸든, 아니면 내놓고 다니든, 어쨌든 거의 속옷을 입고 있었는데 가끔 일을 보고 지쳐 잠든 이들이 벗어 놓은 속옷을 훔쳐가는 족속들이 있었다.
그 때, 나도 열심히 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벗어둔 자리에서 속옷을 찾을 수 없었다.
무슨 그게 선녀가 벗어 놓은 날개옷도 아니고 도대체 왜 훔쳐간 거냐며 원망을 해보다가, 이런 건 절대 찾을 수 없겠다 싶어서 이내 단념하게 되었지만..
집에 갈 때 입을 속옷이 없는 게 또 걱정이었다.
옆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비고 뒹굴던 남자가 코앞에서 그렇게 여기저기 뒤적거리는데도 한번을 깨지 않고 잠에 취해 누워있었다.
그 와중에 이 남자 속옷은 한쪽에 잘 모셔져 있는 걸 보니 얄미웠다. 왠지 내 속옷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왜 내 것만 가져간 것인지 용심을 내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는 지금 깊이 잠들어 있고 속옷은 벗어 놨다.
내 건 아니지만 입을만한 속옷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 입을만한 속옷이 여기에 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된다, 이것도 나름 도둑질이니까.

아니야, 왜 나만 당하고 살아야 할까?
이 사람은 잘못이 없다.
그럼 나는 잘못이 있나?
남의 속옷을 입었다가 혹시 무슨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방금까지 부비고 뒹굴었는데 옮았으면 진작 옮았겠지.
결국 나는 그의 속옷을 수건에 감싸 쥐고, 도망치듯 몸을 씻은 후 집으로 향했다.
물론 그의 속옷을 내 것처럼 착용한 후.
그의 속옷을 속옷도둑 –나 말고– 이 왜 가져가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은 나중에 그 속옷에 엄지손가락만 하게 나있는 구멍을 보고 풀렸다.
그 어두운 와중에도 참 꼼꼼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다 생각하다가 뭔 되도 않는 존경을 하고 있나 싶어서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그 후로 찜방에 걸음을 할 때면 꼭 속옷 관리에 신경을 썼다.
불안해하지 말고 일부러 헌 속옷을 입고 가볼까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 사실 찜방에서 뽐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패션인데 그걸 포기할 수는 없잖아.
뭐, 그런 적도 있었다.


PS. 이 이야기는 법적 책임의 여하에 따라 때때로 픽션일 수 있습니다(?)

 

 

 

 

일틱한 팬티에도 이유가 있다 / 일틱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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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팬티를 유니클로 에어리즘만 입는다. 떡대가 있는, 아니 살집이 쩌는 나에겐 그 팬티만이 낙원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좋은 디자인과 기갈쩌는 프린트의 팬티를 나도 입고 싶지만, 그런 걸 입고 나간 후의 하루는 사타구니에 열대우림을 몰고 다니는 기분이다. 게이로서의 정체성보다 열대우림을 피할 인간으로서의 권리, 그래 인권이 내겐 더 중요하다. 그래서 게이로서 속옷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냐는 이 질문이 좀 불편하다. 속옷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게이는 어떤 몸매를 가진, 어떤 키로수를 가진, 어떤 섹스어필을 가진 게이여야만 하는 걸까란 생각이 머릿속에 감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번개할 때도 속옷에 힘주지 않은 게이가 조금 더 마음에 들곤 한다. 뭔가 속옷에 힘줄 여가가 없이 인생을 빡세게 살고 있는 게이 특유의 애수 같은 게 거기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속옷에 힘을 줄만큼 기갈찬 인생이고 싶지만, 사람이 다 자기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차마 신경을 못쓴 구석이 은근히 섹시할 때가 있다. 정수리 냄새라든지, 향수로 채 덮지 못한 귀 뒤의 체향이라든지, 채 꾸밀 생각을 못하고 입고 나온 일상 모드의 유니클로 에어리즘 팬티라든지. 걍 일틱해서 반하는 것 아니냐고? 닥쳐 니가 뭘 알어!!

 

 

 

 

드로즈 예찬 / 블랙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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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 전만해도 남자 빤쓰를 이야기할 때 내가 고민한 것은 하나였다.
'삼각이냐, 사각이냐.'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섹시하고, 흔들리지 않게 꽉 잡아주어 안정감을 주는 삼각인 것인가.
펑퍼짐해서 통풍이 잘 되고 팬티라인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따라서 음모가 삐져나오는 걱정도 없어 무한한 편안함을 주는 사각인 것인가.
사실 내가 입을 땐 사각이 편하고 남들은 다 삼각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런 고민을 종종 했었다.
(내가 뭐 하루 종일 시종일관 빤쓰 생각을 했다는 게 아니고, 아주 가끔 그런 고민을 했었다는 얘기임)
그런데 몇 년 전에 이런 고민을 싹 해결해 준 생전 처음 보는 소재로 만든 삼각 같은 사각 빤쓰가 나왔는데, 그걸 처음 봤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삼각처럼 안정감 있게 잡아주면서도 어지간해서는 음모가 삐져나올 일도 없는 적당한 길이에 사각처럼 적당히 통풍이 가능한 이 빤쓰는 가히 이너웨어의 혁명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빤쓰는 나에게 남자의 허벅지가 얼마나 아름다운 부위인지 알려주기도 했는데, 삼각을 입었을 땐 그냥 살덩어리처럼 보이고, 사각을 입었을 땐 당연히 윤곽을 알 수 없는 터라 나는 허벅지의 진면목을 잘 몰랐었다.
그런데 허벅지에 이렇게 밀착되는 얇은 옷을 입혀놓았더니, 그냥 원기둥 같았던 허벅지의 의외로 오밀조밀한 윤곽이 드러나고, 하반신의 자세가 변할 때 허벅지의 그 큼지막한 근육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알기 쉬워진다. 마치, 여태까지 전용안경 없이 3D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잡티를 가리고 착 달라붙어 탄력도 더해주니 자동 보정도 되는 느낌.
아. 좋은 것. 그래, 그 속옷 이름이 ‘드로즈’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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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소식지팀 / 어둠의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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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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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7-11-06 오전 11:08

사소한 것에도 개인들에게는 나름으l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경험들과 그 속에 드러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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