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연도별 기사
[188호][활동스케치 #2] 농익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설,끼: 설날 끼 가득한 떡국잔치” 후기
2026-03-05 오전 10:48:38
25
기간 2월 

 

 

[188호]

[활동스케치 #2]
농익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설,끼: 설날 끼 가득한 떡국잔치” 후기

 

 

KakaoTalk_20260304_101601220.jpg

 

 

지난 2월 19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친구사이는 종로에서 “설,끼: 설날 끼 가득한 떡국잔치”를 열었습니다. 설을 맞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이 자리는, 종로에서 열리는 두 번째 떡국잔치이기도 했습니다. 예전 떡국잔치에 큰 도움을 주셨던 써니 언니가 이번에는 새롭게 문을 연 개나리식당에서 다시 한 번 함께해 주셨고, 우리가 오래 아끼던 식당 이모네의 은파 형도 함께 힘을 보태 주셔서 더욱 든든한 자리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약 100여 명이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이날 떡국은 비건 떡국과 사골 떡국 두 가지로 준비되었습니다. 친구사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리 비건 떡국이 가능한지 문의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현장에서도 바로 준비해드릴 수 있어 작지만 뿌듯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KakaoTalk_20260304_101601220_01.jpg

 

 

이렇게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손길 덕분이었습니다. 설거지와 김치 리필, 주문 접수, 식사를 마친 자리 정리까지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일당백으로 활약한 회원지원팀장 진수 님과 재현이 형 덕분에 현장은 한결 안정감 있게 굴러갔습니다. 날씨가 제법 풀렸다고는 해도 바깥에서 한복을 입고 사람들을 맞이한 기용 님과 종걸 님, 그리고 능청스럽고 반갑게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분위기를 열어준 예진 님도 각자의 자리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서로에게 감사하며 마지막에 마신 술 한 잔의 여운이 오래 남는데, 아마 모두들 그렇겠지요?


친구사이는 명절마다 서로를 챙기고 돌보는 마음으로 행사를 열어왔습니다. 누군가에게 명절은 가족과 함께하는 편안한 시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애나 결혼 이야기를 애써 흘려듣거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 채 시간을 버텨야 하는 날들이기도 합니다. 커밍아웃을 했더라도 원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꼭 편안하지만은 않을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명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사이의 명절 행사는 단지 계절 행사라기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KakaoTalk_20260304_101601220_02.jpg

 

 

또 한편으로 게이 커뮤니티에게 종로, 이태원, 신림의 업소들은 단순한 영업장이 아니라 서로를 만나고 이어주는 생활의 거점이자, 때로는 큰집 같은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친구사이는 그런 마음을 담아 신년을 맞아 업소들에 떡을 돌리기도 하고, 떡국잔치에도 사장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업소의 사장님들이 직접 찾아와 반가운 마음을 전해주셨고, 응원과 격려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주로 저녁에 문을 여는 업소 특성상 낮 시간대가 더 바쁜 분들과 앞으로는 어떻게 더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도 남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떡국잔치는 친구사이와 같은 마음으로 시간과 힘을 내어준 개나리식당의 써니 언니와 은파 형 덕분에 더욱 따뜻하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맛본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두 분의 손맛이 워낙 좋아 떡국 한 그릇에도 넉넉한 환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개나리식당을 비롯해 종로의 다양한 업소, 커뮤니티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려 합니다. “설,끼: 설날 끼 가득한 떡국잔치”를 찾아와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lineorange.jpg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민영

 

 

 

KakaoTalk_20260304_101601220_04.jpg

 

 

앞치마를 메고 친구사이라고 적혀진 머리띠를 한다. 나름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완료! 처음 참여하는 떡국 잔치의 첫번째 임무는 떡국 먹기. 그렇지. 맞지 맞지. 우리가 먼저 먹어봐야지. 여전히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떡국을 한입 먹는데 이게 웬걸.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따뜻한 국물에 쫄깃한 떡, 고소한 김가루. 우리 엄마가 맛있는 거 나눠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 가까이하라고 했는데 "여러분, 친구사이를 가까이하시고 퀴어를 가까이하세요!" 라고 밖에 나가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며 떡을 꼭꼭 씹었다.

 

첫번째 임무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한다.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셋 넷 다섯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꽤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은 자주 빗나가지 않는가? 사람들은 붐볐고 떡국은 불티나게 나갔다. 와중에 반찬 챙기랴, 물 챙기랴, 주문 넣고 순서 기억하랴 정신이 저기 어디 멀리로 날아가는 거 같았다. 이런 기분 너무 오랜만이야.

 

 

KakaoTalk_20260304_101601220_03.jpg

 

 

정신없던 시간이 지나고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자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생각도 돌아간다고 이 떡국 잔치, 꽤나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웃기지만 떡국이 되게 우리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쁘고 맛있잖아! 색색이 화려하고 부드럽고. 맛있잖아! 아 이쁜 우리들이 또 한 건 했다. 벅차오르는 뿌듯함을 가지고 떡국 잔치를 마무리했다. 

 

2026년이다. 떡국 잔치에 못 오신 분들 떡국은 드셨는지, 외롭게 보내진 않았는지, 새해 바람은 무엇인지 안부가 궁금하다. 새해엔 우리 퀴어들 모두 행복했으면, 외롭지 않았으면 만약 삶이 외롭고 고단하다면 우리 친구사이를 찾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떡국잔치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하겠다.

 

lineorange.jpg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회원지원팀장 /
김진수

 

 

donation.png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