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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둔 사이의 터울 #4 : 기대하지 않음
2016-11-24 오전 02:27:57
기간 11월 


1. 

 

내가 처음 남자의 몸을 좋아한단 걸 알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것이 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고, 이런 지향과 이런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이런 성적 지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삶을 꾸려보자는, 짐짓 '정답'에 가까운 생각을 처음부터 하는 행운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세계 속에 누군가는 불운하게 마련이고, 나나 여러분 또한 어쩌면 운이 좋지 못했을 수 있다. 

 

구태여 남자이고플 필요도 없는 남자아이들과, 굳이 여자이고플 필요조차 없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네들이 멋대로 남녀 한 쌍을 짝지어서 쟤네가 서로 좋아한다고 놀려대는 풍경을 대하면서, 드라마에서 주야장천 방영되는 남녀간의 연애담과, 연거푸 싸우고 헤어지거나 끝내 헤어지지 못하는 이성애 부부의 사연에서, 나는 세상 가운데 내가 처할 거처가 생각보다 좁을 수 있다는 걸 예감한다. 그건 분명하거나 예리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는개 깔리듯 삶 가운데 낮게 깔리는 쎄한 무엇에 가깝다. 물론, 운이 좋아 그것도 내뿔 내 삶이니 하고 태연히 사는 사람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누구에게나 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세월이 지나 몸 속에 큰 비밀을 안고 사는 이가 되면서, 그리고 그것을 남모르는 이와 조금씩 남모르게 풀어보기도 하면서, 나는 그 속에서 잠깐 느꼈던 쾌감 만큼이나 그것을 둘러싼 천 근의 공기를 예감한다. 이 쾌감은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나아가 이해하려하지도 않을 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고 몸과 마음이 끌릴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나하나 이해시킨다 해도, 저 많은 수의 사람을 어느 천년에, 어느 세월에 모두 설득한단 말인가. 대답이 어찌됐든 자신을 이해받고자 최대한 발버둥치고 싸우는 선량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운이 좋질 못했다. 나는 내가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특별한 결심이라기보다 내 삶을 전제하는 깊은 수맥처럼 내 안에 자리잡았다. 

 

하나하나 싸워 물리칠 수 있든지 앞으로 변할 여지가 있든지 없든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저 세상 앞에서 운 나쁜 이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애초에 세상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 적대적일 것 같은 세상을 향해 내가 먼저 내 방문을 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에 대한 일종의 복수이자, 한편은 세상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남들 살던 대로 사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지 내가 아는데, 남더러 그걸 알아달라고 소구할 수 있을까. 내가 네 평화로운 삶을 굳이 건드릴 만한 자격이 있을까. 너라도 저 거대한 세상에 기대 행복했으면 좋겠다. 기실 역지사지에 가장 능한 이들이야말로 무언가의 소수자들이다.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데, 세상이 어떻게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세상이 뭐 조금 변한다 싶어도 별반 감흥이 없게 된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희망을 품는 이들을 보면 한편으론 생소하고, 한편으론 뭘 모르는 이들 같아보였다. 내가 무서워했고 싫어했고, 연민했고 종내엔 배려했던 그 세상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고, 그 세상에 대한 기대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것이 분명했다. 

 

_

 

어느날 누군가가 내 꿈에 대해 물었고, 나는 무심결에 "꿈 없이 사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다. 명확한 지향점은 없어도 어디로든 뻗치는 열기는 있었기에, 나는 한동안 닥치는 대로 눈앞의 노동과 당장의 봉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인간들에게 인정받는 데 이상스레 집착했다. 그러면서도 딴에는 언제든 이 모든 것을 떠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했고, 모든 것이 허망해지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인간들과 노동과 봉사가 모두 제 갈 곳을 찾아간 후에,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모두 사라진 채로, 사실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몇 가지 경험과 능력들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나를 발견했다. 

 

너무도 임의적인 채 괴이하게 구성된 내 지난 날을 복기하면서, 나는 꿈이란 걸 꾸어본 적이 퍽 오래라는 것을 알았다. 내 꿈을 뉘일 세상을 믿을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차츰 적당한 꿈을 꾸는 것에 익숙해졌고, 세상과 나에게 무언가 큰 기대를 걸고 높은 꿈을 꾸던 시절은 어느새 나에게서조차 잊혀져, 이제는 이 모든 것이 그저 황망하고 새삼스레 여겨졌다.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채 남몰래 다짐해온, 가슴팍에 내려앉은 체념과 낙백의 거대한 암반을 만지며, 나는 이 돌덩이같은 침묵의 역사가 궁금했다. 남자를 좋아하는 낯선 내 몸의 나보다, 그것을 싫어할 세상을 더 연민하고 그에 대한 기대를 끊던 그 시절의 나는 과연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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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57년 심리학자 커트 리히터Curt.P.Richter는 한 가지 실험에 착수한다. 들쥐를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의 들쥐는 그대로 두고, 한 군의 들쥐는 손에 쥐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움켜쥐었다 풀어주고는, 들쥐들을 모두 따뜻한 물에 집어넣었다. 전자의 들쥐들은 맹렬히 헤엄치며 평균 63시간을 버티다 죽은 반면, 후자의 들쥐들은 기운이 빠진 채 첨벙이다 평균 30분만에 모두 익사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들쥐들이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갖게 되었고, 이는 보다 쉽게 삶을 포기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1)

 

또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이 학습된 무력감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경험"을 통해 생겨난다고 밝혔다.2) 이러한 현상은 학습 능력이 있는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나타나며, 주로 동기부여가 안되고 인지능력이 왜곡되며 정서적인 혼란 및 우울증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3)

 

나아가 사회학자 김홍중은, 이런 무력감과 우울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말이라는 것이 역겹고 무가치한 것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별안간 또 무언가 토로하고 싶은 양가적 욕구를 지니게 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드러난 말보다 앙다문 침묵이 "훨씬 더 두껍고", 또 "위험"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그는 이러한 우울의 증상이 치료되어야 할 질병이기에 앞서, 그 자체로 수용되어야 할 반응이자 세상에 대한 체험이며, 이러한 감정이 "깨져 열리는" 가운데 때로는 또다른 삶, 또다른 정치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4)

 

 

 

1) 박경숙, 『문제는 무기력이다』, 와이즈베리, 2013, 63-64쪽.
2) 마틴 셀리그만, 우문식·최호영 역, 『낙관성 학습』, 물푸레, 2012, 132쪽.
3) 김홍중, 「마음의 부서짐 - 세월호 참사와 주권적 우울」, 『사회와 이론』 26, 2015, 168-169쪽.
4) 김홍중, 「마음의 부서짐 - 세월호 참사와 주권적 우울」, 『사회와 이론』 26, 2015, 154-155, 160-161,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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