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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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 #4
: 치○○○ 사장 최형우님
순재 :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소식지 팀 순재라고 합니다.
재경 : 박재경입니다.
형우 : (웃음) 최형우라고 합니다.
순재 : 시리즈 최초의 반전 캐스팅입니다. (웃음) 혹시 언짢으신 것은 아니지요?
형우 : 하하! 예, 뭐~ [필자 주: 사장님은 남성분이세요.]
순재 : 아시겠지만 게이들은 뭐, 서로 워낙에 언니, 언니 해서 그런지 전 사실 위화감이 드는 지도 잘 모르겠네요. 이 기회에 저희랑 끼도 좀 트시고~ (웃음) 오픈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형우 : 한 5년? 4~5년 정도 됐어요.
순재 : 그럼 친구사이가 여기 먼저 와 있었겠네요.
형우 : 그땐 잘 몰랐어요, 위에 있는지도. 첨에 오픈했을 땐 정신없으니까. 근데 좀 지난 다음에 이제, 여기 사람들 내려오고 그러니까 아, 여기 있구나. 간판 같은 것도 쪼그맣게 있는 거 그제야 보고.
순재 : 친구사이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 혹시 기억나세요? 첫인상 같은 거.
형우 :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구요, 항상 단체로 오시고, 밑(지하)에서 그냥 우리가 별로 신경 안 써도 알아서들 잘 노시니까 그런 거? 그 정도?
순재 : 알아서들 잘 하는 손님. (웃음) 술도 알아서 갖다 먹고, 수저, 잔도 직접 가지러 왔다갔다.
형우 : 네. 노래도 하고, 뭐... 항상 재미있게 노시는 거 같아요.
순재 : 노래가 인상 깊으셨나 봐요.
재경 : 지보이스 평소에 연습할 때도 항상 여기서 들리죠?
형우 : 그럼요, 많이 들어 봤죠.
순재 : 정말? 여기까지 들려요?
재경 : 그럼, 당연하지. 치○○○에서 닭을 굽는 냄새가 사무실까지 올라오듯이... 상근자들이 되게 힘들어 해요. (웃음) 진짜 고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순재 : 공연 보러 오신 적 있으세요? 항상 후원은 해 주시는데.
형우 : 한 번도 없어요. 시간이...
재경 : 실력이 너무 부족해 보여서 안 오시는 건 아니죠?
형우 : (웃음) 아뇨~ 보고 싶은데, 일요일에 안 하잖아요.
재경 : 토요일에 많이 하죠.
형우 : 그니까. 토요일엔 항상 일해야 해서 아쉬워요. 우리 때문에 일요일에 하라 할 수도 없고.
순재 : 그러면 저희가 자주 와서 많이 부를게요. 민폐인가? (웃음) 저희 말고도 단체로 오는 게이 팀이 많죠?
형우 : 요즘에 좀 있어요. 무슨 등산이나 운동하는 모임들도 있고... 정확히는 안 물어 봐요, 우리는.
순재 : 친구사이하고든 다른 팀들하고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형우 : 그런 건 특별히 없었고요, 친구사이가 이제, 다른 팀들과 비교를 하게 되잖아요? 뭔가 좀... 착한 거 같아요, 분위기가. 볼 때마다 그냥, 인사하는 것도 그렇구, 순진한 거 같기도 하고.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어린 친구들 보면서 받는 인상이 큰 것 같기도 해요. 여기는 서로 뭐, 싸우는 것도 못 본 것 같고... 다른 단체들은 술 먹다가 큰소리도 나고 그러거든요. 근데 거의 없어요. 그냥 재밌게 놀다 가시고.
순재 : 막연히 훈훈한 느낌? (웃음) 근데 저도, 다른 무리에 많이 있어 본 건 아니지만, 친구사이에 왠지 어떤 특별한 공기가 있다는 건 공감해요. 다양한 연령이 고루 섞여서인가? 단지 여가생활이나 친목으로만 모인 게 아니라 같이 싸우는 사이라서 생긴 각별함이 배어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보이스가 공연하다 인분 테러 당했던 날 여기 와서들 펑펑 울었다고 들었는데, 본 기억 나세요?
형우 : 네, 네. 맞아요. 여기서 뭐 20주년? 퍼레이드 한다고 준비하는데 저 건너편에서 기독교 막 피켓 들고 그러는 건 저도 봤구... 항상 그런 것들을 겪으시나 봐요.
재경 : 그래도 형님들처럼 후원도 하고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힘이 돼요. [필자 주: 치○○○엔 사장님이 한 분 더 계세요.]
형우 : 궂은 일 하고, 좋은 일 하시는 거 아니까... 자세히 막 개인적으로 얘기는 안 해 보고 그랬어도 친구사이는 이제 뭐, 한 식구 같죠. 오래도 봐 왔고.
순재 : 일반/게이 손님 비율은 어느 정도에요?
형우 : 평일엔 종일 거의 다 일반들, 쥬얼리 쪽. 종로에서 장사한 지가 오래 돼서, 제가 당구장도 하고 그래가지고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쪽에. 금, 토에는 그 분들하고 반반.
순재 : 서로 마주치며 생긴 에피소드 없을까요?
형우 : 딱히 그런 거 없었어요. 서로에게 무관심? 별로 신경 안 쓰는 거 같아, 이 동네 자체가 워낙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리구 여긴 또 이반들이 오면 거의 단체로만 오니까 밑에 따로 내려가서 부딪힐 일도 거의 없는 거 같고.
순재 : 1층도 좌석이 파티션으로 다 나뉘어 있으니까 옆 테이블 신경이 덜 쓰이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형우 : 그리고 이제 일단 저부터가 사실 손님들한테 신경을 잘... (웃음) 알아서 먹고 가는 거지. 이 친구들은 뭐 그냥 재밌게 먹고 가는 거고, 여긴 또 여기들끼리 알아서 잘 먹구 가는 거고, 뭐. 일부러 그래요.
순재 : 규모가 좀 커서 그런가? 아니면 형님의 그냥 개인적인 스타일인가...
형우 :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없는 건 아니에요. 오랜 단골들 오면 농담도 잘 하고. 저도 이렇게 첨에 잘 트지를 못해서 그렇지, 좀 친해지면 얘기 잘 하고... 근데 그렇게 지나가는 짧은 농담 이상 깊은 얘기를 해 본 적이 사실 별로 없고, 그냥 오면 인사하고, 놀게끔 그냥, 서빙만 해 주고 뒤로 빠지니까. 같이 술 한 잔 하자 해도 안 하고. 일하면서 술 먹기 난 그래서...
순재 : ◎◎ 형님(공동 사장님)도 좀 그런 편이신가요? 넉살 좋은 마담 스타일이라기보단.
형우 : 예, 전혀. (웃음) 그 반대.
순재 : 혹시 다른 가게의 게이 사장님들과는 친분이 좀 있으세요?
형우 : 상인회에도 저는 그냥 회비만 내요.
순재 : 두 분은 어떻게 만나 동업을 하게 되신 거에요? 이 가게가 처음?
형우 : 아뇨, 오래 됐어요. 안 지 오래 됐어요.
순재 : 이 자리에, 치킨집으로 결정하신 계기는 있을까요? 당구장 비롯해 여러 가게 거치신 다음.
형우 : 옛날에도 했었거든요. 저기 아구찜 골목 있죠? 제일은행에서 안에. 지금 거기가 뭐더라, 무슨... 하여튼 그 쪽에서 치○○○를 한 번 했었어요, 십 몇 년 전에. 치킨이 여기가 맛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리고 치킨집이 뭐, 좀 만만하죠. (웃음) 창업하면 제일 많이 하잖아요.
순재 : 이 전에 다른 업종 하셨을 때도 게이 손님들 많았어요? 당구장엔... 글쎄, 게이들이 종로까지 와서 당구를 치진 않을 거 같은데.
형우 : 아뇨, 많아요~ 모임도 있어요.
순재 : 헐, 전 당구장은 일반들이나 가는 줄 알았어요! (웃음) 정말?
형우 : 그럼요. 주말에, 거기도. 토요일 일요일에는 막 2~30명, 3~40명씩 와요.
순재 : 그랬구나. 제 또래도 많아요?
형우 : 그렇죠. 2~3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왔어요.
순재 : 형님들 일상은 어떠세요? 여기 영업 시간이...
형우 : 2시 반에 오픈하고, 1시반이나 2시 쯤 끝나죠. 닫는 날은 없고 일요일 같으면 3~40분 일찍 마감하기도 해요.
순재 : 배달 같은 건 안하죠?
형우 : 가까운 데.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거 아니니까 걸어서 잠깐잠깐. 쥬얼리 쪽 아는 분들이 찾으면... 근처 여관 같은 데서 시키면 갖다 주고 그래요, 특별히 뭐 바쁜 시간 아니면. 얼마 더 받고 그런 건 없고 다만 카드 체크기, 들고 다니는 게 없으니까 현금으로만.
순재 : 우리가 친구사이 하듯이 혹시 활동하시는 모임 있나요? 취미, 뭐...
형우 : 그런 거 없어요. 제가 또 막 사람을 잘 사귀는 편이 아니라, 성격이... 한 10년 정도 그냥 친목, 모이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그냥 와해돼가지구 없고 지금은 그냥 가끔 아는 사람들 만나 술 한 잔, 그 정도죠. 고등학교 동창 모임도 2달에 한 번이나 있는데, 어떻게 아는지 전화번호 알아가지고 막 뭐 한다, 뭐 한다, 나오라 해도 거의 안 가요. 가도 이제, 거기서 옛날에 친했던 친구들만 연락처 얻어가지고 따로 전화해서 따로 만나요.
순재 : 형 그냥 봐도 되게 수줍으신 분 같아요. (웃음) 역시 일상도 조용, 잔잔하시군요. 고향도 서울이세요? 아니라면 언제 어떻게 떠나 오셨는지...
형우 : 경기도 광명이요. 광명이나 서울이나 거의 뭐 지역번호, 전화도 똑같고 말이 경기도지 거긴 서울이랑 똑같애요.
순재 : 광명에서 하실 수도 있는데 이렇게 종로에 오래 계시는 건?
형우 : 이 동네에 오래 있는 건 계기든 이유든 딱히 없고 그냥 이제 여기도 아는 사람들 있으니까. 광명 거기는 동네고 재미없어요. (웃음) 가끔은 아예 모르는 데로 가 보고 싶을 때도 있는데 뭐, 그냥요.
순재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확장이라든가 또 다른 일 같은 걸...
형우 : 지금은 딱히 없구요, 그냥 뭐... 별다른 일 없으면 계속 여기서 하겠죠.
순재 : 치○○○ 하시는 데에 힘든 점은 없으세요?
형우 : 한 몇 년 하고 보니까 딱히 힘든 건 없어요.
순재 : 이젠 지루함일까?
형우 : 허허, 뭐 쉬고 싶다는 생각 많이 들긴 하죠.
재경 : 형님들 여기 오래 계셔서 저희랑 우정을 더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형우 : 그럼요, 그래야죠. 한 번 맺어진 인연이니까. 행여 또 어디 다른 데로 가더라도 자주 볼 수 있을 거에요.
순재 : 이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찾아뵐게요. (웃음)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형우 : 항상 고마워요.
"우리들의 종로이모 이야기"는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 종료합니다.
그동안 관심과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
인터뷰 도움 : 재경 (친구사이 회원, 마음연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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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19:08
기간 : 10월